다큐멘터리. 영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사람의 몸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 적 별로 없었는데, 그를 보고 비로서 사람의 몸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깨닫는다.
그의 몸이 만드는 표정이 너무나 아름답다.
공기의 요정들이 그를 받쳐주는 듯, 공중에 너무 오래 떠있긴 지루하니까 그만 내려온다는 듯 너무나 가벼운 그의 몸짓은 경이롭다.
깔끔하고 정확한 동작들은 깨끗해서 오히려 쉬워보일 지경이다.
하지만 그 몸짓이 간결해 보일수록, 가벼워 보일수록 실은 얼마나 무거운, 큰 힘과 에너지가 필요한 것일지.
의사가 놀랄 정도로 남보다 뛰어난 신체조건을 이미 가지고 태어났고,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재능과 그 가진 충분한 재능에도 불구하고 남들의 두 배를 기울이는 노력으로 항상 독보적 존재였던 그.
원한다면 언제까지라도 승승장구,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을 그, 그의 공연을 보려면 2년 후의 티켓을 사야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
발레공연이라곤 한 두,세 번 본 적이 있든가? 그것도 아마 누가 표를 줘서?
그런 나조차 그가 공연을 한다면 당장 달려가 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춤은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화려한 성취와 명성 뒤에 감춰진 그의 상처를 다큐는 담담히 드러내 보여준다.
몸을 가득 채운 문신들은 그의 영혼에 새겨진 고통의 표현이다.
그의 나이 이제, 89년생이니까 스물여덟살인가?
상투적인 말이지만 그가 고통과 갈등을 딛고 일어나 훨훨 날길 바라는 마음.
춤이 발목을 잡는 족쇄가 아니라 창공을 마음대로 날 커다란 날개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