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두 번을 봤다.
두 번 다 너~무 재미있게 봤다.
심지어, 처음 볼 때 생뚱맞게 얹혀져, 개똥철학 웃긴다, 싶던 주제에 두 번째엔 설득 되는 기분.
아무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익스트림 스포츠와 그 배경이 되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감탄스럽다.
그렇게 아름다운 파도는 처음 보는 것 같고, 눈 덮힌 산 정상에서 막무가내로 뛰어드는 스노우보딩, 스킹 영상들 유튜브에 많지만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니 훵씬 더 느낌이 컸다.
인간이란 자연 안에서 얼마나 조그맣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 그런 인간들이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하며 마치 스스로가 자연의 주인인 양, 자연의 지배자인 양 구는 것이 얼마나 큰 오만인지, 장르로 치자면 범죄스릴러이면서 너무 진지하고 큰 주제를 제시해 그 괴리에 거의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조차 들지만 마치 주제에 충실하겠다는 듯 커다란 자연 안에 인물들을 유난히 조그맣게 배치해 놓는 장면들이 참 좋았다.
자연과 몰아일체를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익스트림 액션, 오만한 인간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자연의 것을 자연으로 돌려준다는 신념들.
하지만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신념이란 얼마나 큰, 무서운 독선인지...
영화는 예전 '폭풍속으로'의 리메이크.
세월이 흘러 화면이 훨씬 화려해졌다.
극본을 쓴 사람이 동양계거나 동양적 사고에 영향을 받았거나...
영화 속 주인공들이 멘토로 삼는 환경주의자는 일본인. 그가 내세운 인간이 감히 이루기 힘든 8가지 과제는 단지 누구도 해내지 못한 도전을 성공시켰다는 명예욕이나 과시를 위한 게 아니라 극단적인 상황을 통해 자신을 버리고 자연의 흐름과 하나가 됨으로써 깨달음을 얻기 위한 것으로 영화 속에서 제시된다.
인물들의 이름, '유타'는 인디언어로 '산사람'이라 하고, '보디'는 불교에서 '진리'를 이르는 말이고, 여주인공 이름 '삼사라'는 영화에선 방랑자라는 뜻이라고 하지만 내가 알기론 삼사라는 우리가 복닥이며 사는 이 세속을 의미하고.
(영화를 본 얼마 후 우연히 읽게 된 책에 마침 '삼사라'라는 단어가 설명돼있었다. 산스크리트 어로 '원' '바퀴', 좀 더 구체적으로 불행의 바퀴나 원으로서 제자리를 뱅뱅 맴도는 걸 의미한다고. 그러니 방랑자라는 해석도 맞겠고, 은유적으로 이 세속에 대한 비유일 수도 있겠다.)
정말 중요한 주제들이었지만, 어울리지 않는 옷 같이 겉도는 느낌이었다.
'포인트 브레이크'는 인간이 두려움에 무너지는 그 순간을 이르는 말이라고.
(이건 비유적 표현이고, 서핑용어로 파도가 굽이쳐 올랐다 부서지기 시작하는 그 지점을 이르는 듯)
어쨌거나 다시 한 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마치 내가 거기 좁은 협곡을 활강하고, 천 개의 흰 봉우리들을 발 밑에 두고 서고, 초록빛 파도의 물굽이를 타고 희디 흰 눈 절벽을 미끄러져 내리는 것처럼 느끼게 하던 그 아름다운 장면 장면들이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