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 인 프로방스

바다가는길 2015. 10. 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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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인 프로방스 (2014)  Avis de mistral My Summer in Provence

감독로젤린 보쉬
출연장 르 (폴 역), 안나 갈리나 (이렌느 역), 클로에 주아네 (레아 역), 휴고 데시우 (아드리엥)

 

 

 

가볍게 덜컹거리며 들판을 달리는 기차의 창으로 햇빛 한아름이 쏟아져 들어온다.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물끄러미 밖을 보던 아이는 어느새 포근한 햇빛에 싸여 잠이 든다.

비쳐드는 햇빛에 솜털마저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아이의 얼굴은 천사같다.

아이는 청각장애아. 세상의 거친 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다.

고요한 아이의 잠을 어루만지듯 사이먼 앤 가펑클의 'sound of silence'가 다정히 흐른다.

(문득 궁금해져 노래의 가사를 검색해보니 나의 대단한 오해였네.

...People talking without speaking
People hearing without listening
People writing songs that voices never shared
No one dared Disturb the sound of silence... 
 가사는 사람들 간의 소통의 부재, 침묵만이 암처럼 자란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이 노래는 다정한 게 아니라 아이의 내면의 불안함을 표현하는 거고,  이 가족의 불화함의 죄를 대속하는 희생양으로서 청각장애로 설정됐다는 거구나...)

 

anyway...

 

영화의 도입부가 너무 좋았다. 환하고 따스하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마치 프로방스의 햇빛처럼.

 

부모의 이혼, 각기 아이들을 돌볼 수 없는 부모의 사정으로 방학 동안 잠깐 프로방스의 외가에 맡겨지는 아이들.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한 딸과 아버지는 진작에 의절해 만나지 않은지 이미 십수년, 아이들은 할아버지를 본 적도 없다.

도시의 아이들이 시골의 고집불통 할아버지와 만나 겪는 좌충우돌.

서로에 대한 원망과 사고의 차이로 처음엔 사사건건 부딪치지만, 차츰 마음 깊은 곳의 서로에 대한 사랑을 찾고, 아이들은 어른에게서 보호와 더 산 자의 지혜를,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통해 잃었던 젊은 날의 기억을 되찾으며 서로의 모자란 퍼즐조각이 되어준다.

결말은 모두 서로 이해하며 사랑하며 화해한다는 이야기.

 

마음속까지 환하게 비추는 프로방스의 햇빛과 아름다운 색감들.

그 아름다운 빛 속에서, 어쩌면 그렇고 그런 흔한 스토리이지만 시골마을에서의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이야기가 꾸며져 처음부터 끝까지 참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환한 빛 만큼이나 인상깊었던 바람, 숲을 종횡무진하며 올리브나무들을 쉼없이 춤추게 하던 바람.

알고보니 올리브나무는 나비나 벌같은 곤충이 아니라 바람에 의해서 수분이 이루어진다는구나. 그래서 바람이 많은 곳이라야 올리브나무가 잘 자란다고...

영화를 통해 처음 안 그 사실도 신기.

 

와, 너무 감동이야, 는 아니지만 한동안 따뜻한 잔상이 남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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