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보화수보-간송의 보물 다시 만나다+최순우 옛집

바다가는길 2022. 6. 3. 19:03

 

간송 미술관. 2022.4.16-6.5

 

-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 선생께서 심혈을 기울여 수집한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하기 위햐여 학예연구실 내 유물보존팀을 두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약 1000점에 이르는 소장 유물의 상태를 진단하여 보존처리를 진행해 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중에서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문화재 다량소장처 보존관리 지원사업'을 통해 2020년부터 2년간에 걸쳐 보존처리가 완료된 작품을 공개하는 자리입니다.

 

대표적인 전시작품은 여말선초의 문인인 매헌 권우(1363-1419)의 문집인 '매헌선생문집', 조선후기 대수장가인 석농 김광국(1727-1797)이 수집한 그림들을 모아놓은 '해동명화집', 영조대 문인화기인 능호관 이인상(1710-1760)의 '원령희초첩', 조선말기의 문인 운미 민영익(1860-1914)의 '운미난첩', 조선중기 화원화가 설탄 한시각(1621-?)의 '포대화상', 연담 김몀국(1600-?)의 '수로예구'와 단원 김홍도(1745-1806)의 '낭원투도'등입니다.-

 

 

 

 

 

간송미술관이 리모델링 될 거란 얘기. 보화각이 사라지기 전에 그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고싶어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한동안 아무리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매를 하려해도 매번 매진, 매진...

그냥 포기하고 있다가 어느 날 문득, 전시가 언제까지였지? 다시 생각나 예매링크를 누르니 이게 왠 일? 자리가 있네?

예매를 하고 그 후 다시 들어가보니 역시 또 매진, 매진. 운이 좋았구나~

혜화동은 또 몇 년만에 발을 들여놓는 건지..

오랜만에 와보니 전에 못보던 시내가 흐르고, 마로니에 나무는 하늘까지 훌쩍 자라있다.

 

 

전시 알림판 하나없이 썰렁한 입구.

 

바뀌기 전 옛모습을 보고싶어 왔는데 여기 언제부터 이렇게 변한거지? 예전엔 건물을 빙 둘러 거의 정글처럼 숲이 우거지고 그 사이 사이 꽃과 풀들, 석물과 유물들이 놓여있어 본전시 다 보고도 한참을 정원에서 서성였던 기억이 있는데, 이젠 그 정원이 다 사라지고 휑한 모래 운동장이 돼버렸다. 너무 늦게 왔구나.ㅜㅜ..

오래 되어 왠지 안온한 석조 계단과 내부.

 

1층의 안내문을 그냥 지나쳐 2층이 이렇게 비어있는 줄 몰랐다. 1층 전시장은 사진촬영이 안되고 2층은 사진을 찍어도 된다길래 왠 일? 하며 올라왔는데 마주치게 된 텅 빈 진열장들.. 여기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몰라도 아, 한 시대가 가는구나 하는 게 확 느껴져 아쉬운 마음.

이 앞에 섰던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취의 흔적이 그대로 바닥에 남았다.

 

고색창연한 진열장에 가지런히 비쳐드는 빛이 곱다.

창 밖은 신록이 한창.

 

 

휑한 모래밭이 되어 버린 옛 정원 자리. 원래는 이렇게 무성한 풀 숲에 산벚꽃이 예쁘게 피던 곳이었는데..

 

 

1층 전시는 설명대로 보존처리가 끝난 작품들을 공개하는 전시였다.

사진은 찍을 수 없고 맘에 들던 작품을 메모해 와 검색을 하는데 이미지 자료 얻기가 얼마나 힘들던지, 원령희초첩 이인상 작품중 '운림모정'은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이인상 풍림정거
이인상 노목수정
이인상 송하독서

 

정선 강진고사
정선 송림한선

 

최북 운산촌사

 

안견 추림촌거

 

심사정 삼일포

 

김홍도 남원투도

 

신사임당 포도

 

 

 

 

간송미술관 근처 어딘가에 최순우 옛집이 있는 걸 알고 있었다.

거기도 궁금했었는데, 근처에 왔으니 한 번 들려보자.

내비를 켜고 길을 따르니 생각보다 너무 가깝네. 간송에서 한 5분 거리.

 

사라졌으면 어쩔 뻔 했어, 큰 족적을 남긴 한 인물의 자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걸.

 

간간히 전시도 열리나 보다. 권진규 전 포스터가 붙어있다.

 

옛집은 너무 정갈히 잘 보존돼 있었다. 한옥의 아름다움을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집 안에 들어서는 순간 왠지 마음이 푸근해진다. 나무라는 재료가 주는 편안함.

마당 가운데 작은 동산을 꾸며 놓으시고 뒷 마당에도 작은 숲을 꾸몄다. 한 쪽엔 오래 보지 못한 우물터가 있고..

관람객이 생각보다 꽤 많아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아직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구나 하는 생각에.

관람료는 따로 없고 마루 위에 기부함이 놓여있다.

 

여기부터 뒷마당. 툇마루에 기대 앉아 마냥 멍때리기 딱 좋게 호젓하면서도 정갈하던 곳.

최순우 관련 기사 스크랩들이 비치돼 있어 산들 부는 바람 맞으며 기사 읽으며 쉬어 가기 좋다.

유리창 너머로 방 안을 기웃거리며 생전에 생활하셨을 모습을 상상하고..

 

사진 찍을 땐 몰랐는데 와서 보니 석상이 이렇게 웃고있었네. 어서 오세요, 혹은 안녕히 가세요, 하며.

 

낡은 걸 부수고 새로 만들기는 쉽지만, 간송미술관도 그렇고 이런 옛집도 그렇고 한 번 사라지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옛 것의 소중함을 느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