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바다가는길 2022. 2. 4. 14:45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20211221-20220508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은 누구나 공감할만한 '빛'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전시입니다. 영국 테이트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전시로, 테이트미술관의 대표 소장품들과 백남준아트센터의 소장품 1점으로 구성됩니다. 전시는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클로드 모네, 바실리 칸딘스키, 올라퍼 엘리아슨, 제임스 터렐 등 18세기부터 동시대 작가들이 빛을 탐구해온 방식을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입니다. 백남준의 <촛불 TV>를 시작으로, 인류 문명의 시작을 가능케 한 '불'과 근대 물리학의 문을 연 '빛,' 인상주의의 탄생, 그리고 오늘날 디지털 시대를 암시하는 TV까지, 미술사는 물론 문명사, 인류사, 과학사를 포괄하는 다양한 빛의 스펙트럼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터너의 원화를 보고싶었었다.

테이트 모던전에 터너가 온다네, 다른 건 둘째치고 터너 보러 가보자.

 

테이트모던의 소장품들을 '빛'이라는 대주제 하에 여러 소주제로 섹션을 나눠 전시했는데, 어느 작품이 어느 섹션에 있었는지 기억할 수가 없어 미안하게도 기획의도는 무시하고 그냥 맘에 들었던 작품들 기록해둔다.

'빛'이라는 주제 하에 모인 작가들보니 평소 좋아하던 작가들이 많았다.

내가 그들의 작품들에 혹했던 부분이 과연 '빛'이었나? 새삼 미처 몰랐던 포인트를 발견한 기분. 

 

 

 

백남준, 촛불TV, 1975, 초 1개와 철제 TV케이스 1대, 34x36x41㎝

전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작품. 촛불TV는 처음 본다. 심플한 구성이 마음을 조용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무려 1975년 작. 4,50여년 전에 이런 발상을 하다니. 그는 정말 대단한 천재였구나.. 새삼 깨닫게 하는 작품.

 

 

아니쉬 카푸어, 이쉬의 빛(Anish Kapoor 1954, Ishi’s Light ).2003. 유리섬유, 수지, 래커칠, 315x250x224㎝

이쉬는 그의 아들의 이름이라고. 스케일에서 볼 수 있듯 사람을 충분히 덮는 사이즈. 그의 작품은 항상 느끼는 거지만 질감의 표현이 유려하다. 어둠 속의 한줄기 빛이라고 하지만 그 어둠은 두렵고 공포스러운 어둠이 아니다. 짙은 자주빛의 어둠은 무섭지않고 오히려 아름답기까지하다. 겉의 마치 알같은 따뜻한 베이지색 때문인지 타원의 공간은 사람을 부드럽게 감싸안는 듯하다. 원래는 저 원통의 가운데 서서 그 공간에 폭 싸여봐야겠지만, 입구 이만쯤에 가이드라인으로 막혀 고개만 빼끔 최대한 그 안의 공간의 맛을 상상해야할 뿐이어서 아쉬웠다.

 

 

George Richmond The Creation of Light. 1826. Tempera, gold and silver on mahogany. 480 × 417 mm

표면이 마치 칠기같은 느낌이었는데 마호가니 위에 그렸구나. 튼실해보이는? 신이 힘찬 포즈로 '빛이 있으라' 팔을 들어올리니 구름 속에서 불타는 해가 떠오르고, 저쪽 구석의 푸른 하늘이며 왼쪽의 어둠 속의 반짝이는 달, 별, 천체들, 발밑에 펼쳐진 대지.. 작은 그림이어도 아름다운 색감에 화면이 역동적이고 정교해 구석구석 보는 재미가 있었다.

 

 

 

제이콥 모어, 대홍수, 1787, 캔버스에 유채, 150.4x204.6㎝. Jacob More 1740–1793. The Deluge

겨우 겨우 홍수가 잦아든 후,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비탄에 잠겨 물에 빠진 사람들을 바라본다. 저기 찬 빛을 뿌리는 희부염한 달빛에 오히려 어둠이 더욱 깊다. 빛보단 묵묵하고 적적한 어둠의 표현이 좋았다.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호수에 지는 석양.1840. 911 × 1226 mm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Sun Setting over a Lake

인상주의 이전에 이미 너무나도 인상주의적이었던 터너. 폭풍우를 제대로 묘사하고 싶어 폭풍우 치는 바다로 나가 돛대에 몸을 묶고 폭풍을 관찰했다는 화가. 당연히 치열한 빛과 색채, 사물과 자연에 대한 탐구가 있었다.

터너의 여러 그림 중 가장 맘에 들었던 작품. 실제로는 더 환하고 따뜻한, 화면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내 온 몸을 감싸주는 듯했던 그림. 한참을 그 앞에 머물며 그 온기에 싸였었다.

 

그림자와 어둠-대홍수의 저녁. 1843

-윌리엄 터너는 '빛의 화가'로 불린다. 터너의 작품은 직관적이면서 동시에 과학적이었다. 그는 각 색채가 빛과 어둠의 배합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한 괴테의 색채론을 따랐다. ..터너는 이러한 접근을 통해 당시까지 시각예술로 재현된 바 없었던 시감각을 포착할 수 있었다. 두 작품, '빛과 색채(괴테의 이론)과 '그림자와 어둠'에서 작가는 차가운 색과 따뜻한 색, 그리고 빛과 어둠을 대립시켜 대기가 만든 순간적인 인상을 포착하고 그로부터 연상되는 대조적인 감정을 탐구하고 있다.-

 

 

 

 

 

야요이 쿠사마, '지나가는 겨울', 2005 

야요이 쿠사마 특유의 방법론. 사각 큐브 곳곳에 장치된 원형의 구멍을 통해 무한반복되는 영상, 무한반복되어 끝없이 펼쳐지는 공간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큐브 둘레로 가이드라인이 쳐져있어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원래는 저 구멍에 코를 박고 봐야하는 작품인데. 사방을 되비치는 거울 위 동그란 구멍들은 눈송이 같기도 하고(제목이 '지나가는 겨울'이라니까), 빗방울 같기도 하고, 혹 이슬방울 같기도 하고..

 

 

 

존 브렛(1831~1902), ‘도싯셔 절벽에서 바라본 영국 해협’, 1871 년, 캔버스에 유채. 1060 × 2127 mm
John Brett. The British Channel Seen from the Dorsetshire Cliffs

2M가 넘는 커다란 스케일. 저 바다의 시원한 공간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하늘과 구름, 빛과 바다.. 다른 요소들을 배제한 간결한 구성이 모던하면서도 색과 빛의 표현이 너무나 다채로워 고요하면서도 아름다웠던 작품.

 

 

 

 

-클로드 모네, 카미유 피사로, 알프레드 시슬레 등은 당시 풍경화가들과 달리 스케치가 아닌 작품 자체를 야외에서 작업하며 빛과 대기, 움직임의 순간적 효과를 기록하고자 했다-

 

전체적인 구도와 구성도 절묘하지만 들여다보면 붓 터치 하나하나마다 얼마나 다양한 색과 움직임이 들어있는지.. 그림에 코를 박다 뒤로 물러서서 보다를 반복하며 그림들이 그리는 그 풍경과 인상속에 흠뻑 빠져들었던 인상주의 작품들.

 

Alfred Sisley 1839–1899 The Small Meadows in Spring1880

 

Alfred Sisley The Path to the Old Ferry at By 1880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 ‘엡트강 가의 포플러’, 1891년, 캔버스에 유채

 

Claude Monet The Seine at Port-Villez

 

 

 

 

Joseph Wright of Derby 1734–1797 A Moonlight with a Lighthouse, Coast of Tuscany 1789. 1016 × 1276 mm

-조셉 라이트는 산업혁명 시대 기술 발전을 최전선에서 이끌던 인물들과 교류하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평범한 일상과 자연세계의 주제들을 동등하게 웅장하고 극적인 방식으로 다루었으며,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John Constable 1776–1837

Branch Hill Pond, Hampstead Heath, with a Boy Sitting on a Bank. 1825. 333 × 502 mm

-존 컨스터블은 자연과 하늘의 변화에 따른 효과에 대해 면밀히 연구했다... 컨스터블은 이전에 알려져 있지 않던 자연의 특질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시각예술의 변화를 가져온 혁신가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노트 크기의 작은 그림임에도 꽉 찬 구성이 어찌나 풍부한지..  둑에 앉은 저 소년의 시선이 되어 저 먼 들과 하늘을 한참 바라보았다. 

 

John Constable. Harwich Lighthouse.1820. 327 × 502 mm

역시 소품. 환한 빛이 너무 좋았던 아름다운 풍경화.

 

 

 

 

Josef Albers 1888–1976 Study for Homage to the Square: Departing in Yellow. 1964

 

 

 

Stephen Willats 1943 Visual Field Automatic No.1. 1964

-1960년대에 부상한 개념예술은 완성된 예술품보다 예술품이 기반하고 있는 개념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스티븐 윌라츠는 이 분야의 선구자였다. 1962년부터 1963년까지 런던 일링예술학교에서 수학하는 동안 그는 현상론과 행동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윌라츠는 <자동 시각장 제1번>을 관람객에게 반응을 일으키는 행동 유발성 예술작품으로 구상하여 예술과 사회적 행동의 교차점을 탐구했다. 구조물 중앙의 백색광과 유색 조명들은 컴퓨터가 무작위로 생성하는 순서에 따라 하나씩 번쩍인다. 무작위로 번쩍이는 불빛은 자신이 보는 것에 어떤 질서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게끔 관람자를 자극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예측 불가한 빛의 패턴 때문에 헛수고가 된다-

초기 개념예술의 시도들을 느껴볼 수 있었던 작품. 각기 다른 색조명들이 무작위로 반짝이면서 그때 그때 다른 색들이 조합 되고 그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는 다양한 구성이 되는 게 재미있어 꽤 한참 보았던 작품

.

 

 

James Turrell Raemar, Blue 1969 

-열성적인 항공기 조종사이기도 했던 제임스 터렐은 빛과 공간을 직접 활용하여 대기의 환경을 다룬 작품을 제작하게 됐다. 1960년대에 지각심리학을 접한 후, 터렐은 빛을 순수한 매체로 하여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레이마르, 파랑>은 건축, 조각, 빛, 공간 요소를 결합해 유색의 대기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관람객이 빛을 인지하는 경험을 하도록 만든 <얇은 공간 건축물>의 가장 초기작이자 대표작 중 하나인 작품이다. 격벽 위에 설치된 형광등이 발하는 푸른 빛으로 인해 이 벽은 마치 전시실 뒤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터렐의 작품은 보는 이가 보는 과정 자체와 인식을 한계를 깨닫도록 하고, 자기반성과 명상의 상테에 들게끔 이끈다.-

터렐, 오랜만. 예전에 터렐전시회에서처럼 오랜만에 그의 공간에 푹 잠겨보길 원했었지만, 수시로 드나드는 사람들때문에 도저히 온전한 그 공간을 느껴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이 밖에도 물론 여러 회화작품과 사진 작품들, 설치 작품들이 있었다.

올라퍼 엘리아슨도 기대했었는데 생각보다 별로였고. 하나 웃겼던 건, 라슬로 모호이너지. 이 사람이 누구지? 싶었는데.. 영문 이름을 보고서야 아하. 나때는 라즐로 모호기 나기였는데.. 나 옛날 사람인가보다..

 

요즘 읽고있는 '프루스트의 화가들'이라는 책의 한 구절, '오로지 예술에 의해서만 우리는 우리가 속한 세계를 벗어나고, 같은 세계인데도 이를 바라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어떻게 다른 세계가 될 수 있는지 발견하게 된다... 예술이 존재하므로 하나의 세상,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만을 보는 대신에 우리는 우리의 세계가 곱절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독창적인 예술가가 새롭게 태어날 때마다 우리의 세계는 무한대로 증가한다...'는 프루스트의 말처럼, 그들의 시선으로 창조해 낸 하나 하나의 세계를 덕분에 덩달아 감탄어린 시선으로 함께 느끼고 향유하며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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