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스웨덴국립미술관 컬렉션

바다가는길 2024. 4. 10. 11:09

 

 

 

 -이번 전시는 스웨덴국립미술관과 마이아트뮤지엄이 공동 기획한 전시로서 스웨덴 국민 화가 칼 라르손을 포함하여 한나 파울리, 앤더스 소른, 칼 빌헬름손, 휴고 삼손, 유젠 얀손, 요한 프레드릭 크로우텐, 부르노 릴리에포르스, 라우릿츠 안데르슨 링, 한스 프레드릭 구데 등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75점의 명작을 선보인다. 대한민국-스웨덴 수교 65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되는 이 특별 전시는 한국 최초 최대 규모의 스칸디나비아 예술을 소개하며 19세기에서 20세기로의 전환기에 북유럽 국가에서 두드러진 예술 발전과 북유럽 특유의 화풍이 확립된 배경을 조명한다. 당대 젊은 스웨덴 예술가들은 역사화와 풍속화만을 고집하던 보수적인 예술계에 회의를 느껴 새로운 회화 실험과 전시 기회를 갈망하며 프랑스 파리 등 개인 예술시장과 자유로운 창작 환경이 형성된 외국으로 향했다. 그들은 표현의 대상과 예술적 주제를 일상의 옥외풍경이나 시골 사람 등 지역 모티브에서 찾는 등, 이국에서 체득한 화풍을 북유럽의 정경과 현실에 접목하여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예술을 구축했다. 당대 미술계의 큰 흐름이었던 프랑스 인상주의와 무조건적으로 동행하기 보다는, 그것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모국의 정체성과 조화를 이룬 고유의 화풍을 확립하고 궁극적으로 모국의 예술 발전 및 국제 예술의 다양성에 기여한 스웨덴의 젊은 예술가들의 정신과 발자취를 알아보며 한국에서는 생소한 북유럽 미술과 스웨덴 예술을 이번 전시를 통해 널리 알리고자 한다.-

 

포스터의 그림으론 미국 인상주의의 아류들이 아닐까 싶었는데, 그래도 북유럽의 그림들은 어떨지 궁금해 찾아가보았더니 그들만의 풍경이 있었다.

그 중 맘에 들었던 그림들..

 

칼 프레드릭 힐 karl frederick hill. A Steep Ascent In Montigny-sur-loing

붓터치가 좋은데, 특히 왼쪽 구석에 소실점을 둔 구성이 재미있었다. 누군가, 무언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듯한 한 사람.

 

휴고 삼손. 꽃따기. hugo salmson picking flower 1882. 32X40cm

아래 그림도 그렇고, 소녀는 표정이 무뚝뚝해. 마치 화가가 포즈를 취해달라니까 거절은 못하고 억지로 앉아있는 느낌. 아니면 수줍어서인가?  낡은 양말과 빛 바래고 흙 묻은 구두, 앉아있느라 벌어진 옷자락, 풀 한줄기 꼭 쥔 손같은 세심한 표현들이 좋았다.

휴고 삼손. Hugo Salmson The Little Gleaner

 

요한 프레데릭 크루텐. Johan fredrik krouthen 린세핑의 정원에서. 1888. 69X95cm.

평화로운 가족의 한 때. 다정히 아기를 바라보는 아버지와 마냥 즐거운 아기의 미소가 예뻐 바라보며 같이 미소짓던 작품.

 

 

악셀 융스테트. 스위스의 채석장에서. Axel Jungstedt - In the Quarry. 1886. 120X138cm

채석장의 모습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잘 묘사한 작품. 거친 흙바닥이며 날카로운 석벽과 돌들, 가난한 노동자들, 힘겨운 노동끝에 잠시 모자를 벗어놓고 막 담뱃대를 채우는 사람, 소년은 열심히 망치질, 그런 형을 보러왔을까? 무릎 나온 낡은 바지의 꼬마는 맨발이네.

 

 

한나 파올리.  아침 식사시간. hanna pauli. breakfast time. 1887. 87X91

채석장 풍경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그림. 살랑이는 잎들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햇빛이 아롱다롱 영롱하기 그지없다. 그 찬란한 빛의 표현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 들여다보았다.

 

안나 보베르크.  Anna Boberg. 3월 저녁, 노르웨이에서의 습작. 1910. 83.5X112.

-안나 보베르크는 회화뿐 아니라, 도예, 섬유미술, 무대디자인, 문학가로도 활동했다. 극지 연구는 남성이 주류였던 시대였지만, 보베르크는 스스로를 극지 탐험가이자 북극 화가로 칭하며 다양한 풍경을 포착하였다.-

어디와도 같지 않은 그들만의 풍경. 아침노을인가 저녁 노을인가.(바보.제목이 3월저녁이네..) 턱턱 이겨 붙인 유화의 두터운 마티에르감이 좋았다.

 

안나 보베르크.  산악, 노르웨이에서의 습작. Anna Boberg  Mountains. Study from North Norway 1900. 85X180.

구성은 단순한데, 자세히 보면 거의 점묘화 수준으로 다양한 색들로 채워져있다. 덕분에 장엄하고 깊은 풍경이 되었다.

 

 

닐스 크뤼게르. Nils Kreuger. 할란드의 봄.1894. 화가가 제작한 액자에 회화 세 점

이런 식으로 액자를 짜넣은 건 처음 보는 거라 신기해서..

 

외젠 얀손. eugene jansson 마을 외곽. 1899. 152X136.

하늘의 푸른 빛이 참 고요하다 싶었는데 이런 푸름이 그의 시그니처라네.

 

칼 노르드스트룀. Karl Nordstrom. 세른, 호가밸리. 1897. 85X115.

자꾸 웃음이 나오던 작품. 어떻게 저렇게 정가운데 구름을 넣었지? 단순명료한 구성에 웃음이 났다. 하지만 구름이랑 하늘빛의 디테일은 너무 아름다웠어.

 

 

칼 라르손. 저장고에서. carl larsson by the cellar door. 1917. 74X52.5.

칼 라르손의 아이들. 곱게 두 손을 모으고 수줍게 웃는 맨발의 소녀, 아마도 막내를 안고 있는 엄마, 저 위에 팔짱 낀 녀석, 개구지게 웃고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칼 라르손의 그림들은 가족의 일상을 작은 표정 하나 놓치지않고 생동감있게 표현하고 있었다. 수채화라 더욱 청량했던 작품.

 

라우리츠 안데르센 링. 아침식사 중에. Laurits Andersen Ring. 1898. 52X40.5.

아내를 그린 거라고. 어슷 들어오는 햇빛을 받고 있는 뒷모습을 그린 구도도 좋았지만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가구며 집기들 흥미로웠고, 특히 문 밖 초록의 표현과 화분에서 드리워진 덩쿨끝에 매달린 노란 꽃의 선명한 터치가 좋다.

 

베르타 베그만. 정원에 있는 젊은 어머니와 아이. Bertha Wegmann young mother with a child. 1883. 135X87.

전시장에 들어갔을 때 마침 도슨트의 가이드가 진행중이었는데, 자기는 이 그림을 늘 맨 마지막에 소개한다고. 

그림을 마주하는 순간 자동으로 미소가 지어지는 행복한 그림이기 때문에, 그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가시라는 의미란다. 정말 그림을 보는 순간,  그림 속 엄마와 아기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미소 띈 얼굴들, 아기의 손가락을 잡고있는 엄마의 손, 엄마의 옷깃을 꽉 쥐고 있는 아기, 행여 떨어질까 한껏 힘이 들어간 오동통한 아기의 발, 아기를 받치느라 살짝 나온 엄마의 배, 티없이 행복한 엄마와 아기의 표정, 배경의 푸르른 나무들과 오솔길... 어떻게 이렇게 섬세하게 표현을 잘했을까? 화가 자신도 자기가 그려놓고 와, 이건 너무 잘됐다, 감탄하지 않았을지.

꽤 큰 그림이라 눈 마주치며 마음속으로 한참 웃었다. 그래서 나도 이 그림을 맨 마지막에.

1883년도에 그려진 거니 이들은 이미 이 세상에 없겠네. 그들이 이 그림처럼 행복한 삶을 살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