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그리고 기억함

제천 출렁다리, 청풍문화재단지, 의림지

바다가는길 2024. 5. 26. 19:31

옥순봉 출렁다리.

출렁다리라는 거 처음 건너봤는데, 그저 그럼. 주변이 절경이어야 하는데 기대에 못미쳐서인가.

그래도 너른 물을 보는 것 만으로도 시원.



 

점심 먹으러 들린 곳에서 우연히 발견한 카페, 슬로비. 아니 제천에 이런 곳이? 제천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가로수길쯤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아기자기 너무 이쁘게 꾸며진 카페였다. 

야외에 처진 운치있는 가림막부터 조롱조롱 달린 전구들, 실내엔 각종 소품이 장식돼있고, 커피잔을 얌전히 받치고 있는 뜨개 컵받침까지 센스 만점. 커피도 맛있네. 

 

 

 

 

--청풍문화재단지

 

남한강 상류에 위치한 청풍은 선사시대 문화의 중심지로서 각종 구석기시대 유적 및 고인돌 유적이 출토되는 등 과거 문화교류에 선봉에 선 지역으로 인식됩니다. 이를 증명하듯, 삼국시대에는 고구려, 신라, 백제 삼국의 세력 쟁탈지로 제천의 수많은 관방유적들에서 삼국의 건축양식을 관찰할 수 있기도 해 소용돌이 치는 중원쟁탈전 속에서 중요한 도시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려~조선시대를 거치며 수운을 이용한 상업과 문물이 크게 발달하였고, 그런 문화적 교류를 바탕으로 충청도 계열 성리학의 여러 거장들을 배출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1978년부터 시작된 충주다목적댐 건설로 수몰지구가 생기자 이를 아쉬워한 사람들이 이곳에 있던 각종 문화재을 한 곳에 모아 문화재단지를 조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단지 내에는 보물 2점(한벽루, 석조여래입상), 지방유형문화재 9점(팔영루, 금남루, 금병헌, 응청각, 청풍향교, 고가4동), 지석묘, 문인석, 비석 등 42점과 생활유물 2천여 점이 원형대로 이전 복원되어 있어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이어진 남한강 상류지역 청풍의 역사와 문화를 한자리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제천을 들어서서 시내를 관통해 지났는데,  '경제 폭망', 붉은 글씨 현수막이 무시무시하게 걸려있어, 제천이  경제상황이 많이 안좋은가 싶었는데, 과연 지나는 길 가에 폐가가 되버린 집들도 간혹 보이고, 현수막을 본 선입견 때문인가 거리도 낡고 쇠락한듯 보였는데, 의림지도 그렇고 여기 청풍문화재단지도 그렇고 관광지만은 너무나 깔끔히 잘 정돈되고 관리돼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너무나 쾌적한 공간이..

보기만해도 정겨운 초가집. 집 안에 기와집과 초가집이 병존해있는데, 기와집은 주인집, 초가집은 노비집이었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얼핏 들은 것 같은데.. 또 내 맘대로 보느라고 가이드를 놓치고 설명도 다 놓쳤다.

수몰된 곳의 실제 집들을 옮겨온 거라 채 채마다 누구네 어떤 집이었는지 설명이 적혀있었지만 읽고도 다 잊었다. 사진 찍어올 걸.

들어서는 마당에 곱게 까린 멍석이 정갈하다.

청풍문화재단지는 곳곳이 참 정성스레 조경돼있었다. 담장 밑 꽃밭이 정겹고..

생활상을 보여주는 그 시대의 생활도구들도 잘 전시돼있고..

옛날 부엌. 벽에 간살을 친 창을 내 공기가 잘 순환되게 한 게 선조들의 지혜를 보는 듯.

이런 흙담장 너무 이쁘지않나?

문에 싸리나무가지를 덧댔네..

한벽루 앞에 서면 보이는 풍경. 탁 트인 전망이 시원했다.

저기 망월산성, 망월대? 올라가봤어야하는데 너무 힘들 것 같아 포기. 저기 서면 전망이 남달랐을텐데... 아쉽.

한벽루. 반차씩 층을 둔 구조가 톡특하고 멋스러웠다. 아주 아주 옛날에 왔을 땐 루에 올라갔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보존을 위해 출입금지.

돌아나오는 길, 아까 그 집인가? 뒤란에 대숲이 이렇게 멋지네.

너무 정갈히 관리된 공간들.

여기 조경을 누가 한 거지? 잘 관리된 잔디밭하며 잘 가꾼 적절히 자리잡은 나무들, 집집의 담장 밑마다 예쁜 들꽃들을, 각기 종류도 다양한 꽃들을 심은 것하며, 와 솜씨가 남다르다 감탄하며 단지를 돌았는데, 여기도 이거 무슨 꽃이지? 금잔화? 마가렛? 한쪽은 하얀색만으로 또 한쪽은 알록달록한 꽃으로 장식해 너무 예뻤다.

이렇게 담장 밑마다 다양한 꽃들이..

어느 집인가엔 뒤란에 정말 오랜만에 보는 앵두나무가 보석같은 빨간 열매를 달고 서있어 너무 반갑기도.

흙담에 박힌 둥그런 돌들이 너무 이쁘다.

돌아나오며 나머지 집들을 보자니 집마다 마당에 투호놀이 같은 놀이거리를 설치해놓기도 하고, 여기처럼 여러 행사가 열리기도 하고.

바삐 걷느라 피곤한 다리를 잠시 쉬어 갈 정자. 초가지붕이라 더욱 안온한데, 앉으면 너른 호수가 보이고, 그리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나 청량했다.

 

청풍호는 충주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호수인데, 굽이굽이 길을 따라 펼쳐진 꽤나 넓은 호수였다. 

재미있는 건, 가이드 설명이 여러분, 충주호가 클까요? 청풍호가 더 클까요? 정말 신기하게도 정확하게 크기가 같습니다. 어허? 하고 있는데, 충주 사람은 충주호라 부르고 청풍 사람은 청풍호라 부른다고. 아하하. 결국 같은 호수라는 얘기.

 

 

 

--의림지

 

제천10경 중 제1경인 의림지는 삼한시대에 축조된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저수지로 본래 ‘임지’라 하였습니다. 고려 성종 11년(992)에 군현의 명칭을 개정할 때 제천을 ‘의원현’ 또는 ‘의천’이라 하였는데 그 첫 글자인 ‘의’자를 붙여 의림지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축조된 명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구전에는 신라 진흥왕(540~575) 때 악성 우륵이 용두산(871m)에서 흘러내리는 개울물을 막아 둑을 만든 것이 이 못의 시초라 전해집니다.

그 후 700년이 지나 현감 ‘박의림’이 4개 군민을 동원하여 연못 주위에 돌을 3층으로 쌓아 물이 새는 것을 막는 한편, 배수구 밑바닥 수문은 수백 관이 넘을 정도의 큰 돌을 네모로 다듬어 여러 층으로 쌓아 올려 수문 기둥을 삼았고 돌바닥에는 박의림 현감의 이름을 새겼다고 합니다.

현재는 수리시설보다는 유원지로서 그 명성을 더해가고 있는데, 2006년 국가명승으로 지정된 경승지로 호수 주변에 순조 7년(1807)에 세워진 '영호정'과 1948년에 건립된 ‘경호루’ 그리고 수백 년을 자란 소나무와 수양버들, 30m의 자연폭포 ‘용추폭포’ 등이 어우러져 풍치를 더하며, 호수 주변에 목책 길과 분수와 인공폭포를 설치하여 의림지를 관망하며 산책하기에 좋습니다.--

 

 

의림지도 어찌나 잘 꾸며놓았던지..

주차장도 넓고, 주변엔 잘 갖추어진 상점가, 압구정에나 있을 것 같은 통창의 멋진 카페, 작은 놀이동산, 자동차 극장, 무슨 시설인지 모르겠는데, 정글짐같은 구조물들과 해먹이 걸린 공간도 있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이용되는 것 같다.

의림지 가는 버스에서 들은 가이드 설명, 의림지는 벽골제, 수산제와 함께 우리나라 최古의 인공못 중 하나인데, 다른 곳은 이름만 남아있을뿐이고 의림지만 유일하게 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그리고 '지' 와 '제'의 차이, 제는 위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을 막아 만든 연못이고, 지는 그뿐 아니라 스스로 샘솟는 샘물을 지닌 연못이라고.

연못 안의 작은 섬이 운치있었다.

연못은 한들 한들 산책 삼아 천천히 한 바퀴 돌기 딱 좋은 그런 크기. 날이 꽤 더웠지만 쾌적한 공간에 물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이 쪽은 의림지 옆에 새로 조성한 연못. 인공폭포도 만들고, 폭포 뒤쪽으로 동굴 같은 길을 냈다. 휘영청 늘어진 버드나무가 멋졌다.

번호 붙여 관리된다는 의림지 소나무. 한 나무가 죽으면 그 번호는 영구결번이라고.

조경하는 사람들이 보면 한밤중에 몰래 파가고 싶을 만큼 탐낼, 처음 보면 와! 하게 되는소나무들.

하지만 그 멋진 모습에 감탄하다가, 이리로 저리로 구부러져 자란 가지들 보며 든 생각은, 너희 괜찮았던 거니? 왜 편히 곧게 자라지 못하고? 그런 식으로 가지를 뻗는 품종이기를 바랄 뿐.

소나무 숲쪽에서 바라본 의림지. 평온하던 풍경.

 

 

 

여유롭고 풍요로워 보이기만하는 관광지들을 돌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초입에서 본, 경제폭망, 이라는 현수막이 계속 남아있었다. 청풍호라는 이렇게 좋은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 이걸 적극적으로 개발하면 안되나? 청풍호는 수도권의 수원지라니 개발이 제한돼 있을까? 그래도 구비구비 이어지는 호수 변에 언제쯤이건 한 번 머물러 보고 싶은 펜션들이 얼핏얼핏 꽤 보이던데..

최근 이런 저런 소도시들을 가보면서, 어떤 이름이라도 붙여 관광지화 해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들을 보게된다.

사람들은 수도권으로만 밀려들고 지방 도시가 죽어간다는 뉴스도 자주 듣게 된다. 

어떻게 하면 이런 불균형을 줄일 수 있을까, 가보면 다들 제 나름의 매력을 지닌 도시들이든데.. 하는 별별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