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안동을 다녀온 후로 또 어디 못 가본데, 가보고 싶었던 곳 없을까? 수시로 여행사 홈피에 들어가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안동여행은 어려운 곳없이 산책하듯 둘러볼 수 있는 코스여서 그냥 바람쐬러 다녀오기 좋다.
월영교도 처음이고 하회마을도 가본지 오래돼 안동의 다른 곳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시 신청했다.
월영교 가운데의 월영정은 모습이 예스러워 댐건설로 수몰된 어느 곳의 옛 정자를 옮겨온 줄 알았더니 2003년 다리를 조성하며 새로 만들어진 거네. 건축물이 화려하고 정교하다.
달이 비춘다는 뜻의 '월영'이라는 이름은 수몰된 곳에서 옮겨 온 '월영대'(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달빛을 감상하던 임원의 암벽에 새긴 이름으로, 달이 비치는 대(臺)라는 뜻이다. 원래는 안동 월곡면 사월리의 소나무숲에 ‘금하재’라는 정자와 함께 있었으나, 1974년에 이곳으로 옮겨왔다.)에서 따왔다.
월영교
물길 위로 길게 이어진 다리는 재료가 나무여서 더욱 예스럽고 편안하다. 다리를 건너며 보이는 강 풍경도 좋고, 바람도 좋고, 저절로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월영교는 2003년 개통된 길이 387m의 국내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다. 먼저 간 남편을 위해 머리카락으로 한 켤레의 미투리를 지은 아내의 애절하고 숭고한 사랑을 기념하기 위해 미투리 모양으로 다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다리 한가운데에 월영정이 있다. 다리에 무지개빛 조명이 켜지는 야간의 풍경도 아름답다. 다리를 건너면 안동민속촌이 나타나고 왼쪽으로는 안동민속박물관이, 오른쪽으로는 안동호반 나들이길이 이어진다. 안동민속촌에서는 안동댐을 만들면서 수몰된 마을의 전통가옥들을 만날 수 있다. 도토마리 집, 겹방집, 까치집 등 다양한 형태의 집 등은 민속자료로도 가치가 있다. 월영교 아래로는 문보트와 황포돛대 등 즐길거리도 있다.)
다리 건너엔 수몰된 곳의 여러 집들을 옯겨 온 민속촌이 조성돼있다.
산등성이 여기 저기에 집들을 배치하고 정원도 예쁘게 만들어져있었지만, 이런 여행상품의 유일한 단점, 여러 코스를 배정하느라 한 곳에서 충분히 그곳을 즐길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때문에 또 휘리릭 주마간산으로 바삐 둘러봐야해서 아쉽다.
다시 길게 주어지는 점심시간. 안동시장으로.
지난 번엔 맘모스제과를 가봤으니 오늘은 어디로 갈까?
가이드가 시장 여기저기를 소개하며 안내하던 길에 태사묘 건너편에 독특한 파사드의 만두집 발견. 저기 가볼까?
레트로한 인테리어에 만두도 맛있어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
하회마을에선 별신굿을 공연한다. 가이드가 애써 그 공연시간에 일정을 맞춘 것 같은데 한 시간 남짓이라는 공연도 보고싶었지만 한정된 시간에 마을을 다 둘러볼 수 없을 것 같아 아쉽게 공연을 포기해야했다.
다들 먼저 마을로 들어서지만 난 다시 강에 꽂혀 강변으로.
넓게 조성된 솔숲도 좋고 역시 자연 그대로의 한적한 강변도 좋다. 강둑 군데군데 놓여진 벤치에 앉아 멀리 강에 그림자를 드리운 부용대와 그림같이 자리한 말년에 유성룡선생이 머물렀다는 옥연정사를 바라보며 망중한.
그런데 강변을 주차장으로 만들려는지 곳곳에 라인이 쳐있고 부산히 공사트럭들이 드나든다.
강을 그 모습 그대로 정돈해 보존하면 안되나? 어쩌면 다음에 오면 이 강변풍경도 더이상 볼 수 없을지 모르겠네..
( 옥연정사는 서애 선생이 노후에 한가로이 지내면서 학문을 하기 위해 세우려 하였으나 재력이 없어 짓지 못했다. 그러던 중 승려 탄홍(誕弘)이 스스로 10년이나 시주를 모아 선조19년(1586)에 완성한 우정의 산물로 선생의 덕망이 얼마나 두터웠는지를 알려주는 증거이다.
처음에는 옥연서당(玉淵書堂)이라 했는데, 옥연(玉淵)은 정사 바로 앞에 흐르는 깊은 못의 색조가 마치 옥과 같이 맑고도 맑아서 서애 선생이 이름하였다. 선생은 이 집에서 임진왜란의 회고록인 「징비록(懲毖錄)」을 구상하고 저술하였다.)
하회마을은 풍산류씨의 집성촌이다. 옛모습이 잘 보존돼 있어 골목을 돌며 아름다운 집들을 구경했지만, 한편 거기 거주하는 주민들은 끊임없이 낯선 사람들이 집들을 기웃거리는 게 얼마나 불편할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
너무나 정갈한 정겨운 골목길.
원지정사.
(서애 선생이 선조 9년 (1576년)에 잠시 조정에서 물러나 있을 때 만송정이 한 눈에 들어오는 마을 북쪽에 짓고 학문을 했던 곳으로 은퇴한 후에는 정양하던 곳이기도 하다. 원래 원지(遠志)는 한약재로 심기(心氣)를 다스려 정신의 혼탁과 번민을 풀어주는 소초(小草)를 말하는데, 하회마을의 안산이기도 한 원지산(遠志山)에서 자생하는 풀이다.
따라서 원지라는 당호와 북향하고 있는 두 건물을 생각하면 북녘에 있는 임금님을 사모하는 선비의 깊은 뜻이 담겨있는 것은 아닌가 여겨진다.)
여기가 특히 맘에 들었었나? 찍어 온 사진을 보니 이곳 사진이 많다.
부용대를 마주하는 원지정사의 '연좌루'는 가히 작은 만대루라 불릴 만 하네.
역시 시간에 쫒겨 바삐 바삐 마을을 돌았다. 약속시간에 맞추려 서둘렀더니 오히려 시간이 남아 입구의 탈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의 탈들이 모여있는 전시내용이 제법 알차 놓쳤으면 아까웠겠다는 생각.
부용대에 올라서 보는 하회마을 전경.
부용대에 올라서니 하회라는 이름답게 휘이 감아도는 강에 포근히 싸인 마을 전경이 그대로 드러난다.
버스로 지나는 길에 멋진 전탑이 서있는 걸 보았었다. 그냥 차창밖으로 스쳐가는 게 아쉬웠는데, 찾아보니 법흥사지전탑인가? 안동에선 전문해설사분들이 동행하시니 잠시라도 내려 자세한 설명과 함께 관람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텐데.
202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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