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그리고 기억함

설악산 주전골+양양 갈대밭+하조대

바다가는길 2023. 11. 16. 20:31

 

 

홍천 휴게소. 항상 버스 내리면 얼른 화장실 들린 후 커피 한 잔 사들고 곧장 데크로 향하게 되는 곳. 탁 트인 전망과 늘 새로운 풍경. 오늘은 잠 덜깬 구름자락이 산허리에 걸렸네. 

 

 

 

구불구불 산을 오르는 길, 차창에 코를 박고 와!!! 아름다운 단풍에 넋을 잃고 있다 아, 사진 찍을걸.. 아름다운 지점 다 지나보내고 뒤늦게 찍은 걔중 평범한 한 컷.

원래는 용소폭포에서 오색으로 내려오는 코스였지만, 전 날 비로 암석이 떨어져 내려 등산로가 막혔다나. 그래서 곧장 오색으로 가는 중 들린 한계령. 한계령, 예전엔 설악 가려면 항상 지나던 곳이지만 너무너무 오랜만에 와보는 곳. 유감한 곳. 촉촉한 비 맞으며 산기슭에 모였다 퍼지는 구름 한참 바라보았다.

 

 

 

아주 아주 오래전 오색약수터에 왔던 기억. 쇠맛 나는 약수, 에이 별루네 했던 기억. 그땐 계곡 등산로가 열려있지 않았는데..

시간도 없는데 오색약수는 패스. 관광버스들 도착해 우루루 몰려가는 사람떼 피하려 우선 이른 점심. 오가는 사람들 구경하며 간단하게 감자전으로. 바삭 고소하니 맛있었고.

주전골이라는 이름은 옛날, 도적들이 깊은 골에 숨어 위조 엽전을 만든 것에서 유래됐다고.

단풍에 둘러싸인 계곡 옆 교회, 어찌 저리 호젓하니 아름다울까.

성국사. 잠시 들러 물 한 모금 마시고.. 반질한 이런 마루 오랜만에 보네..

 

 

 

상가들 지나고 다리 건너고 산길에 들어서자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또 한참 떠돌다 고향에 돌아온 듯 편안하고 기뻐지는 마음..

계곡 입구, 누군가들의 염원이 빼곡히 모였다.

와! 이거 실화냐? 어딜 가봐도 설악산 만한 산은 없는 것 같다. 설악산 계곡치고 아름답지 않던 곳 없지만, 여기 주전골도 아기자기 너무 아름답네. 초입부터 마음 속으로 와! 와!.. 끊이지않는 감탄, 색색의 단풍이 어우러진 높이 솟은 아름다운 암봉들과, 보석같은 물은 어찌 그리 투명하고 맑은지 바라보노라면 영혼이 씻기는 느낌, 불어오는 바람은 한없이 청량하고.. 몇 걸음 걷다 바위 올려다보며 와!, 에메랄드 빛 아름다운 소 내려다보며 와!, 한참이나 물소리 들으며 와!.. 늘 그랬듯 도무지 산행이 진도가 안 나간다. 나를 둘러싼 이 공간, 이 풍경, 별유천지 비인간, 여긴 사람세상이 아니다!

 

바위를 덮은 이끼.어쩜 이리 초록초록하니? 만져보면 보들보들.

단풍은 어쩜 이리 붉고..

너무너무 아름다운 산, 원하는 만큼 맘껏 머물지 못함이 너무 아쉽구나..

 

 

 

갈대밭을 일부러 조성하진 않았겠고 갈대밭에 데크를 깔아 산책로를 만들었다. 사람이 없고 한적하니, 뭉게뭉게한 구름 구경하며, 스스스... 잎 스치는 바람소리 들으며, 간간히 놓여진 벤치에 앉아 멍 때리며 보내는  조용한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하조대. 여긴 또 얼마만이니? 어릴 때 여름 여행으로 강원도 올 때면 빼놓지않던 코스였는데.

바다, 특히 동해바다는 어디든 언제든 만나면 너무 반가워. 너무 반가워 마음이 아리네..

어릴 땐 바다 만나면 가방 팽개치고, 신발 벗어들고 곧장 물 속으로 뛰어들었지만, 이젠 나이 들어 카페 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 잔 들고 멀리 바라보는 것에 만족하는구나..

 

하조대는 내 기억에 나무 정자였는데, 와보니 등대, 혹은 감시탑같은 하얀 시멘트 건물. '대'라는 이름과 너무 안어울리네.. 원래 이랬던가? 하지만 산언덕을 올라 바라보는 전망이 시원했다.

해변 끝에 있던 하얀 카페앞 파라솔. 이국적인 분위기. 그 카페 이름은 잊었는데 정갈하고 커피도 맛있었다.

 

 

여행사 상품이라 늘 그렇듯  내겐 시간이 항상 모자라지만 편히 바람 한 번 쐬기엔 나쁘지않다.

주전골은 어디까지 올랐던 건지도 모르겠네. 너무 아름다웠던 산, 꼭 다시오자, 아쉬운 마음에 다음을 기약한다.

2023. 10.27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