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김중만의 아프리카 사진전

바다가는길 2006. 1. 23. 00:11

눈들이 생각난다.

아프리카에서는 동물이건 사람이건, 나무건 들판이건, 붉게 내려앉는 노을이건 그토록 깊은 눈길을 지녔구나. 마치 신의 눈길처럼 무심한,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한, 혹은 모든 것을 다 알고있다는 듯한, 더 이상 인간처럼 어릭석은 희노애락 따위에 흔들이지않는다는 듯한 단호하면서 담담한 눈빛.

갈대 숲 속에 서있는 사슴의 어여쁜 맑은 눈빛, 카메라렌즈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암사자의 위엄있는 눈빛, 그 말간 눈빛엔 뭔가가 있다.

흔들림없는 눈빛, 마음의 동요가 없는 눈빛, '순수'라는 게 그런 걸까? 잡다한 이물의 마음이 끼어들지않은 한 마음.

그들은 자신의 삶을,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조차 못할텐데도 그토록 한 점 의문없는 확고하고 자신에 찬 눈빛을 지녔다.

자연의 존재 중 유일하게 인간만이 그토록 불완전하고 불안한 눈빛을 지녔나보다. 그런 불완전함이, 그런 흔들림이 어쩌면 인간의 가능성일지도...

그 외에도 실루엣의 새떼 위로 장엄하게 내려덮히던 붉은 노을과, 텅빈, 풀만 무성한 들판에 아스름히 서있던 세피아빛 나무 한 그루, 저 멀리 구름 위로 높이 솟아 더이상 인간의 세상이 아닌 듯 빛나고 있던 눈부신 산봉우리와, 두 귀를 펄럭이며 신나게 걸어가는 코끼리 한 마리, 꼬리 뒤로 마침 툭 떨어지고있는 황금빛 똥덩어리, 를 보고 깔깔대며 웃는 푸른 하늘 희디흰 뭉게구름과, 긴다리 사이에 솜털 아직 보송한 어린 새끼 두 마리를 감추고 서있던 키 큰 새 한쌍과, 낮은 둔덕 위 무슨 얘기인지 자신들만의 대화에 열중한 산양과 새, 나른한 몸을 길게 쭉 늘이며 기지개켜는 어미표범 뒤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어, 저기 서서 날 바라보는 저 낯선 동물은 뭘까, 하며 렌즈를 보고있는 아기표범들이 지금 내 기억에 남아있다.

아프리카, 거기 또한 어느 곳에 못지않은 치열한 생존경쟁의 현장일텐데도 모두들 그 정도는 초월했다는듯 무심히 자연스런 모습이니 어쩌면 그건 아프리카를 보는 작가의 시각일는지도 모르지. 그의 사진들이 아직 살아있어서 반가웠다. 

20010207

 

 

 

 

 

사진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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