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야마 겐지 (지은이), 조양욱 (옮긴이) | 현대문학북스
자전적 에세이.
예전에 그의 소설을 읽으며 그 섬세하고 유리같은 문체와 표지에 실린 조폭같은 그의 외모와 도무지 매치가 안돼 난감한 느낌이었던 적이 있는데, 그의 자전적 글을 읽으니 과연 그는 깡패기질이 있다.
적당히 현실에 안주하여 자기 삶의 가능성의 10분의 1도 못 살아내며, 사소한 물결자락에도 빠져죽겠다고 엄살이나 떠는 사람들을 그는 '죽은 자'로 치고 한없는 경멸을 보내지만, 어쩌면 그는 그렇게 생동하며 살 수 있도록 재능과 열정을 타고났기에 그런 것이고, 보통사람들은 그렇게 살 수 있도록 갖고 태어난 아무 것도 없기에 그저 죽어 살다가는 것인지도 모르는데...
생전 처음 써 본 소설이 일본 최고의 문학상이라는 아쿠다가와상에 당선될 정도면, 그 소설을 쓰기 위해 그가 얼마나 애를 썼던 간에, 그건 그가 애초부터 갖고 태어난 재능에 상당부분 기대어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애초에 부자로 태어난 사람이 가난한 이에게, 넌 왜 그렇게 바보같이 가난하게 사냐며 꾸짖는다면 그게 타당한 일일까.
스스로 말하길 아나키스트.
무정부주의자. 여하한 집단이나 권위, 고착된 가치를 거부하는,좋은 의미에서 철저히 독립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의 소유자.
어쨌든 재미있는 인간.
'어떠한 권위에도 굴하지않고, 어떠한 집단에도의지하는 법이 없으며, 그렇다고 세상을 등진 사람의 부류에 빠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에 코웃음을 날리면서, 개인의 자유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정신과 권리를 추구하지않고는 못견디는 격렬한 기질의 소유자야말고 참된 창작자이며, 참된 산 자이다'
'과연 이 세상은 살아갈만한 값어치가 있는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온갖 고뇌에 시달리면서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기쁨은 무엇인가, 왜 이 세상이 아니라면 안되었던 것인가.
윤회는 종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언젠가는 과학적인 증명이 내려질지 모르는 자연현상인가, 우리는 이 세상에 등장하기 전에는 어떤 세상에 있었는가, 이 세상을 떠나서는 어떤 세상으로 가는가, 다른 세상은 있는가, 있다면 그 숫자로 얼마나 되는가.
완전한 무는 있는가, 완전한 존재는 있는가, 시간이란 무엇인가, 과거란 무엇인가, 미래란 무엇인가, 영원을 가져오는 것은 불완전한 무와 불완전한 유에 의한 나선형의 반복이 아닌가..'
'어리석고 슬프고, 신기하고, 모순에 가득 찬 생물인 인간과, 그런 인간이 연출하는 모든 희비극들을 나 스스로도 한 패거리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방관하고, 정관하는 것...'
'1억종이나 되는 종이 존재한다는 이 지구의 다종다양한 생물 가운데, 괴물로 불리기에 어울리는 것은 인간뿐..'
'일단 도망치고 보는 버릇에 의해 녹슬고 만 마음은, 결코 진짜 분노나 슬픔이나 기쁨을 만나지 못한다. 진폭이 적은 감정에 휘둘리는 것 만으로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은, 인간이 인간이라는 사실의 참된 재미와, 잔혹한 세상을 살아남는 상쾌함과, 의미가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할 수 없는 세상에서 자기만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희열과, 연동이 톱니바퀴처럼 서로 꽉 물리는 순간의 멋들어진 감동조차 모른 채, 조촐하고, 성실함이 결여된, 사이비 산 자로서의 일생을 보내는 처지가 되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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