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숭배
황지우
벌판의 나무 한 그루, 빛으로 부은 범종을
허공 중에 달아두었다 할까
내 손이 카메라 백을 더듬자
공기의 막을 찢으며 작은 새들이 파드득
맨 윗가지에서 일제히 날아오른다
잠시 후
깃털들이 떨어지는 물 웅덩이,
천공을 받치고 있던 기둥이 함께 흔들리고
봄비 그친 직후, 찬 기포들이
마구 소름 돋은 잔가지들,
건드리면 멀고 깊은 종소리 낼 것 같은
우람한 나무를 넋 놓고
올려다보고 있는데
물방울에 들어온 크리스탈 광채들
을 털어내며
한 채의 거대한 우주 종루가 떨리고 있다
비가 내리고, 나무가 있고, 초록빛이 있는
무한무궁 가운데 단 하나뿐인 별이여
소생하소서
큰 나무 보면 발가벗고 그 속에 들어가
제물되어 흡수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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