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숭배-황지우

바다가는길 2006. 2. 1. 22:42

나무 숭배

 

             황지우

 

 

벌판의 나무 한 그루, 빛으로 부은 범종을

허공 중에 달아두었다 할까

내 손이 카메라 백을 더듬자

공기의 막을 찢으며 작은 새들이 파드득

맨 윗가지에서 일제히 날아오른다

잠시 후

깃털들이 떨어지는 물 웅덩이,

천공을 받치고 있던 기둥이 함께 흔들리고

봄비 그친 직후, 찬 기포들이

마구 소름 돋은 잔가지들,

건드리면 멀고 깊은 종소리 낼 것 같은

우람한 나무를 넋 놓고

올려다보고 있는데

물방울에 들어온 크리스탈 광채들

을 털어내며

한 채의 거대한 우주 종루가 떨리고 있다

비가 내리고, 나무가 있고, 초록빛이 있는

무한무궁 가운데 단 하나뿐인 별이여

소생하소서

 

큰 나무 보면 발가벗고 그 속에 들어가

제물되어 흡수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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