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해기 박상륭 저 문학동네 |
산문집인데, 산문집이라기에 흔한 다른 에세이들처럼 그라는 사람의 사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그래서 그 사람의 일상의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는 그런 글들일 줄 알았더니 소설과 별 다름이 없다.
아무 사적인 얘기도 없고 여전히 그 한 가지 주제에 대한 글들, 세상은 어떻게 생겨났고, 인간은 무엇이고, 추구해야할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얻어야 할 것인지...
사바세계에 발을 딛고서 열반을 꿈꾸어야 하는 인간의 거의 처절할 정도로 열심인 추구, 탐구, 깨달음 찾아 헤매기.
하긴 어쩌면 이보다 더 잘 그라는 사람을 보여줄 수는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글들, 이 글 속의 생각들이 바로 그를 이루는, 그의 안의 핵일 테니까.
그의 문체가 나날이 갈고 닦여 빛을 발하는 건지, 내가 나날이 그의 글을 읽는 눈이 뜨여 가는 건지, 날이 갈수록 구불구불 이어지는 유장한 문장의 절절함, 아름다움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가 나와 같은 한국사람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같은 언어를 공유해 한글로 쓰인 그의 글을 뼈속까지 스며들게 음미할 수 있으니..
'신이 우주를 창조할 때는, 밖을 무한정 넓게 하고, 안을 좁게 했으며, 사람을 창조할 때는, 그 반대로 밖을 좁게 한 대신 안을 무한정 넓게 했다. 사람이 우주화를 성취코저하면, 남김없이 모든 것을 깨닫고저하면, 밖을 깨우치려 내달아볼 것이라도, 그렇지않고, 뭔지, 잃어진 소중한 것을 찾으려 한다거나, 또는 일어난 부정적 욕망이라는 괴물같은 것을 찾아내어 뿌리를 뽑으려 한다면 그 반대되는 쪽을 살필 일.'
'空중에도 아니고 色중에도 아니다.
水중에로, 그럼에도 젖음이 없는 길을 좇아서, 그대 그곳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면 그대는, 그곳에서, 찾으려는 모든 것을 되찾으리라' -태국, '라마키옌 중-
'운명의 '운명적임', -'운명'에 대한 '앎'이, 그럼으로 필사적으로 도망치려하기가 그 '운명'의 독아속으로 더욱 깊이 빨려들어가기인 것'
'운명이란 프라브리티 우주에 소속된 모든 유정들이 익혀야 되는 '기호''
'조락이 오기 전에 꽃은 열매로 여물고, 삶도 익어야 하듯이, 한 번 화현했으면 세상도, 또 그래야 하는 것'
'데바들의 최초의 승리였으며 동시에 패배였던 것은 '물질'을 창조하지않으면 안되었던 바로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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