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만나기를 고대하던 곳. 왠지 정이 가던 이름, 그 느낌 그대로 바다가 다정하다.
포근하고 순하고 따뜻하다.
하늘은 구름이 덮여 흐린데도 그 구름 밑 바다는 왠지 환하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들조차도 바다를 더럽히거나 방해하지 못한다. 그 무엇에 의해서도 다치지 않는 아름다움, 맑은 아름다움.
듣던대로 해안따라 길게 놓여진 철길 바로 옆, 역사에서 바다로 계단 길이 나있는 곳.
약간 구름진 하늘 밑 바다는 동해바다라기 보다 제주도 바다처럼 옥색이었다.
동해바다는 수심이 깊어 늘 푸르디 푸른 청녹색인데 어쩐 일인지 정동진 바다는 아주 부드러운 색이었다.
민트빛 바다가 포근한 모습으로 단정하면서도 따사한 눈길로, 저 등 뒤로 푸른 하늘을 두르고 넓게 펼쳐져 있다.
갈매기 한 마리 파도 위를 앉을 듯 앉을 듯 날고...
하늘은 흐려있는데도 바다는 어둡지않고, 어디선가 그 내부에서 빛이 비쳐 나오는 듯 이상하리만치 환해 바다가 나를 향해 미소짓고 있는 듯한 느낌.
정말 오랜만에 가는 강릉남쪽의 길들, 곳곳에 너무 아름다운, 짙은 토파즈색 바다들에 와! 하며 어린아이처럼 나이를 잊고서 탄성을 질렀다.
시대야 어떻든 동해의 길들은 한없이 평화롭고 맑다.
공기도, 풍경도, 바다도, 보이지않은 어떤 기운도 맑기 그지없다.
비로서 마음이 네 활개를 활짝 펴는 걸 느끼겠다.
이런 곳을 놔두고 어쩌자고 그 아귀다툼하는 도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도시란 한없이 낮은 곳인 것 같다. 온갖 더러움들이 흘러와 고여 썩는 곳.
갈남포구는 삼척에서 조금 더 내려간 곳의 작은 어촌마을이다.
차도에서 바닷가 쪽으로 좀 내려간 곳, 절벽같은 언덕으로 감싸져 폭 안긴 채 앞마당으로 드넓은 바다를 꾸며놓고 있는 조그만 마을이 너무 너무 아늑한 느낌.
마을 바로 앞 바다는 맑기가 그지없어 바닥이 그대로 들여다보이고 넘실거리는 투명한 물무늬 밑에 불가사리들이 누워있곤 했다.
맘에 쏙 드는 곳. 맑음, 고요함, 그 곳을 감싸고 있는 그 맑음이 너무 좋아 자꾸 큰 숨을 쉬었다.
언젠가 다시 한 번 찾아 한 2,3일 쯤 머물며 해 뜨는 것도 보고, 해 지는 것도 보며, 하루종일 바닷가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싶은 곳. 한동안 깃들어 머물고 싶게 아늑하다.
'떠남, 그리고 기억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순 운주사, 쌍봉사 (0) | 2006.03.28 |
---|---|
해금강 외도. (0) | 2006.03.28 |
지리산 바래봉 (0) | 2006.03.28 |
태백선 기차여행 (0) | 2006.03.28 |
담양의 정자들과 송광사 (0) | 2006.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