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스무스-츠바이크

바다가는길 2006. 4. 5. 20:02

에라스무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은이), 정민영 (옮긴이) | 자작나무

 

항상 감탄하는 거지만 쯔바이크의 묘사력은 정말 탁월하다.

1400년대, 지금으로부터 한 5백년도 더 전의 한 시대, 그 시대 속의 한 인물을 바로 이 옆으로 데려다 놓는다. 아니 나를 이끌고 시간을 뛰어넘어 그 때의 유럽으로 데려간다.

그에 의해 홀로그램으로 눈 앞에 뚜렷이 형상이 드러나는 에라스무스라는 사람.

신학자이자, 철학자, 교육자, 사상가, 문학가, 그리고 신부.

그의 사상과 신념은 내게 참 공감이 가는 것들이다.

모든 극단, 편견, 광신, 폭력에 반대하고 이성이 가진 힘, 절제, 인내, 중용, 평화를 추구했던 사람. 어찌보면 동양사상의 최고의 가치인  중도를 그의 기치로 삼았던 서양인.

세상의 모든 폭력, 전쟁, 혼란들이 내가 가진 가치, 이념만이 유일하게 옳은 것이라는 독선과 남의 가치를 전혀 인정하지않고 내 신념만을 추구하는 광신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는 것을 간파한 사람. 모든 과격함을 싫어하고 오로지 고요함, 투명함, 밝고 부드러움만을 추구한 사람.

쯔바이크는 그것이 이 진흙탕같은 혼란스런 세계에서 약점일 수도 있었다고 말하지만...

민족이나 국가, 종교의 모든 틀을 떠나, 그 틀이 만드는 상대에 대한 모든 편견과 몰이해를 떠나 인류가 밝은 이성의 정신 아래 서로 하나로 화합할 수 있다고 믿었다는 이상주의자.

그 후 500년이 지났어도 세상은 하나도 변함없이 여전한 광기의 세상이지만 그의 꿈은 참 아름다운 것인 것 같다.

뻘 속을 걸으면서 가끔 고개 들어 바라보면 위안을 주는 푸른 하늘의 흰구름이나 어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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