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의 비밀 |
카드의 비밀.
다이아몬드, 클로버, 하트, 스페이드, 각기 1부터 킹까지 13장씩을 가진, 두 개는 붉고 두 개는 검은 색인 네가지 종류, 총 52장의 카드.
카드 한 장은 일주일을 표시하고 네 종류의 카드가 28일 한달을, 28일 짜리 한 달이 13개가 모여 일년을 이룬다.
52*7=364. 모자란 하루의 자리를 조커가 차지한다.
화투도 12종류가 각기 열두달을 의미하고 각 달이 네 장의, 일주일씩의 화투로 나뉘어져있는데, 화투나 카드가 단순한 숫자놀이나 그림놀이, 게임이 아니라 시간의 운행을 표현하는 도구인 줄은 처음 알았다.
그 기원은 어디일까, 어느 시대, 어떤 사람들에의해 어떤 의미로 만들어진 건지...
그렇게 딱딱 맞아떨어지게 만들어졌으므로 예로부터 사람들은 그 숫자나 형태에 상징을 부여하고 그것으로 인간의 과거나 미래를 점치는데 이용했나보다.
각 모양, 한 가지 모양의 카드의 숫자의 합은 91(1부터 13까지의 합), 따라서 네 종류 카드의 숫자를 다 합하면 그것 역시 364. 4년마다 한 번씩 윤일이 있으므로 카드엔 조커가 2장이 있는 거라고.
소설은 집 나간 어머니를 찾아나선 아버지와 아들의 여행이야기.
여행 도중 아들은 이상한 책을 얻게되고 그 책에서 마법의 섬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다.
200년 전 한 선원이 난파당해 한 섬에 홀로 도달하게 됐는데, 그가 지닌 거라곤 카드 한 벌밖에 없었으므로 카드 한장, 한 장을 마치 살아있는 개체인냥 상상하고, 대화하고, 성격을 부여하자, 어느 날인가부터 그 카드들이 실제 살아있는 형상으로 변해 그와 함께 한 공동체를 이루어 살게된다는 이야기.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다루고, 하트는 빵을 만들고, 클럽은 동물을 길들이고, 스페이드는 집을 짓고 하는 식으로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즐겁게 살지만 그 카드들은 자신들이 누군가의 상상에 의해 창조된 것임을 전혀 알지못하고 자신들의 존재가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대해 전혀 의문을 품을 줄 모른다. 다만 아무 부류에도 속하지 못한 조커만이 스스로의 존재와 세상에 대해 의문을 갖고 그 의문을 풀고자 노력한다.
가아더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인간이 바로 그런 카드인형이 아닌가, 하는 것.
자기 자신에 대해 전혀 알지못하면서도,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누군가의 상상이 노는대로 움직이는 인형처럼 살고있다는 것.
조커만이, 그는 다이아몬드도, 클럽도, 스페이드도, 하트도 아니고, 에이스나 세븐, 혹은 잭이나 킹도, 아무 것도 아니고, 유리를 만들거나 빵을 구울줄도, 동물을 길들이고 집을 지을줄도 모르지만, 그렇게 일상에 몰두해 가져야 할 의문을 품지못하고 있는 다른 존재들을 지켜보며 세상을 돌아다니고 관찰하며 자신을 알기 위해 애쓴다.
사람들 중엔 그런 조커같은 사람이 있기 마련.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깨어있게 하는지도...
'일상생활에서 명백해보이는 것들이 바로 수수께끼'라는 것. 그 수수께끼를 수수께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결국 카드 한 장 한 장이 다 자기의 해를 갖고 마지막 카드 스페이드 킹의 해가 끝날 무렵-그 선원이 거기서 52년을 산 후- 또 한 선원이 난파당해오고, 마지막 조커의 날에 유일하게 자신을 인식하고 있는 조커에 의해 카드들이 선원의 상상에 의해 창조된 인물들임이 밝혀진다.
카드들은 자신의 창조주가 살아있는 한 자신들이 인조물임을, 가짜임을 끊임없이 의식하지않을 수 없으므로 창조자를 죽이기로 하고 선원은 조커와 함께 섬을 떠나고 섬은 파괴된다.
그 이야기는 제빵사가 된 살아남은 선원에 의해 52년 후, 또 그 52년 후, 하는 식으로 세대를 거쳐 결국 소년에게까지 전해지고, 소년이 바로 그 이야기를 전수받아 지켜나가게 된다.
재미있는 동화같은 이야기.
저자가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쓴 이야기라니까 동화같은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소피의 세계가 그렇듯 이 이야기 자체도 다중구조이고, 그 내용도 찾아보면 볼수록 다층적이다.
여러가지 색실로 여러겹으로 짜여진 양탄자 같다. 아주 독특하고 신비로운 문양의.
기억에 남는 문장 '지렁이 두뇌구조는 단순하여 인간은 그 구조와 작용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렁이 자체는 자신의 두뇌를 이해할 수 없듯 신은 인간의 모든 것을 이해해도 그렇다면 그 자신은 너무나 무시무시하게 복잡해서 스스로는 거의 이해할 수 없을 것.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이해 못하듯.'
이 세상은 그처럼 누군가 거대한 존재가 꾸는 한바탕 꿈일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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