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간송 탄생 100주년 기념전

바다가는길 2006. 5. 25. 16:05

 

2006년 5월 25일 (목) 09:48   시사저널

가슴 떨리게 할 ‘보물 창고’ 열린다

   
  겸재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 <청풍계(淸風溪)>  
한국 미술사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일정이 있다.간송미술관 전시다.1년에 두 차례, 봄·가을 보름씩만 열기 때문에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두 계절을 기다려야 한다.그렇다고 소장품을 맘대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1971년 처음 개최한 <겸재 정선 특별전> 이래 간송미술관은 거의 매년 두 차례씩 문을 열었지만, 대개 개인이나 유파, 시대별로 전시회를 꾸몄다.그래서 미술관측이 전시 주제에 맞추어 선별한 작품 외에는 일절 볼 수 없었다.

간송미술관의 문이 올해도 열렸다.그런데 올해 봄 전시는 좀 특별하다.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의 탄생 100주년 특별전 형식으로 열린다.간송미술관은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 가운데 명품 100점을 골라서 전시한다.분야도 도자기, 불교 조각, 그림, 글씨 등이 망라되어 있다.가히 한국 미술사를 한자리에서 일견하고 요약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다.간송미술관을 빼고서 한국 미술사를 서술할 수 없다는 풍문이 헛말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국보 12점 등, 명품 100점 골라 선보여
간송미술관 소장품이 몇 점이나 되는지는 극소수 내부 인원을 빼고는 아무도 모른다(00쪽 상자 기사 참조). 현재 알려진 바로는 간송미술관에는 국보가 열두 점, 보물이 열 점 있다.하지만 어찌 숫자가 매겨진 것만으로 미술품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을까. 이번 전시회에 나온 작품들은 대부분 국보급이라 보아도 무방하다.우선 대표적인 작품들을 열거해보자.

   
  국보 제270호인 ‘청자 원숭이형 연적’. 이 작품 외에도 청자와 청화백자 명품 10점이 전시되어 있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제68호)은 간송이 자랑하는 보물 중 보물이자, 현존하는 상감청자 매병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물건이다.간송은 1935년 일본인이 소유하고 있던 이 청자매병을 되사는 데 거금 2만원을 들였다.그 돈이면 당시 번듯한 집 한 채 사고도 남을 액수였다. 이밖에 청자 원숭이형 연적(국보 제270호)과 청자 오리형 연적(국보 제74호), 청자 기린형 향로(국보 제65호) 등 다채로운 양식의 도자기 열 점이 전시된다.이들 대부분은 간송이 식민지 시절 일본인들에게서 거금을 들여 되찾아온 것들이다.

지난해 후반 국보 제1호 숭례문을 다른 문화재로 바꾸자는 논란이 있었다.그때 새로운 국보 제1호의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문화재가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이었다.간송미술관 수장고에 깊숙이 보관되어오던 이 문화재가 이번에 공개된다.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국보 제72호)과 금동삼존불감(국보 제73호) 등 백제와 고려를 대표하는 불교 조각들도 오랜만에 바깥 나들이를 한다.

   
  백제 시대 불교 조각인 ‘계미명금동삼존불 입상’이다.  
무어니 무어니 해도 간송미술관의 명성을 뒷받침해주는 명품은 역시 글씨와 그림에서 찾을 수 있다.안평대군의 유려하면서도 아담한 글씨와 한석봉의 굳세고 꾸밈없는 글씨를 거쳐 그 유명한 추사 김정희의 ‘명선(茗禪)’에 이르기까지 조선 전기·중기·후기의 명작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글자 하나의 크기가 어른 머리보다 훨씬 큰 ‘명선’은 현존하는 추사 글씨 중에서 가장 크다.‘차를 마시며 선정에 들다’는 뜻을 함축한 글귀로, 귀양에서 돌아온 추사가 차를 보내는 초의선사에게 고마운 뜻을 담아 보낸 글이다.

 

진경시대 문화의 우수성 확인할 기회
조선 후기 회화들은 특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간송학파를 대변하는 진경시대라는 용어가 바로 이 조선 후기 회화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정립되었다.이번 전시의 고갱이도 바로 이들 조선 후기 회화들이다.겸재 정선의 <풍악내산총람(楓岳內山總覽:풍악내산을 한데 합쳐 살펴보다)>은 겸재가 절정기에 그린 득의작(得意作)으로, 진경산수의 실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역시 겸재의 그림인 <청풍계(淸風溪)>에는 현재 우리가 보는 인왕산 동쪽 기슭의 자태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풍속화가로만 알려

   
  간송미술관은 <미인도>를 비롯해 혜원의 대표적인 풍속화들을 소장하고 있다.오른쪽 그림은 단원 김홍도의 <모구양자(母狗養子)>. 어미개가 새끼를 기르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져 있는 단원 김홍도가 실은 ‘문기(文氣)’ 흐르는 산수화를 즐겨 그렸다는 사실도 간송미술관의 소장품을 통해 드러났다.또 <미인도>를 비롯한 혜원 신윤복의 대표적인 풍속화들이 이번 전시에 모두 나온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모두 간송이 1930년대부터 1962년 급서하기 전까지 모은 것들이다.10만 석지기 부자이던 간송은 일본이 빼돌린 문화재들을 되사들이는 데 평생에 걸쳐 전 재산을 털어 넣었다.

간송과 관련해서는 소설 같은 일화가 많다.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海嶽傳神帖)’이 친일파 송병준의 집에서 아궁이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 눈에 띄어 지금까지 전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훈민정음을 사러 내려간다는 헌책방 주인에게 “얼마 들고 가요?”라고 묻고는 “1천원”이라는 답에 6천원을 내주며 “1천원은 수고비요”라고 했다는 말도 전한다.간송은 1937년 일본 도쿄에서 영국인 수집가 존 가스비의 청자 소장품 수백 점을 통째로 되사온 것을 계기로 미술관 설립에 나선다.

간송은 1934년 고양군 숭인면 성북리(현 성북동)에 1만여 평의 땅을 사들여 ‘북단장’을 건립하고 위창 오세창, 월탄 박종화, 청전 이상범 등 당대의 일류 문사·예술가들과 교류했다.그리고 1938년 그 터에 국내 최초의 사립 미술관 보화각을 세웠다.보화각은 1966년 간송미술관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간송이 남긴 미술품을 지켜온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최완수 연구실장은 “조선 후기 문화의 황금기인 진경시대 문화의 우수성과 우리 고유 이념에 기초한 고유색을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은 다 간송의 소장품 덕이다”라고 말했다.이번 전시에는 간송이 직접 쓰고 그린 글과 글씨 여덟 점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회 기간은 5월21~6월4일. 이번 전시회 역시 무료다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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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탄생 100주년’ 교과서속 국보 진품으로 본다



왼쪽부터 국보 제72호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563년),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13세기 중반), 국보 제294호 청화백자양각진사철채연국초충문병(18세기 후반).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1446년)



국보 제135호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중 ‘단오풍정’



간송미술관 전시실을 둘러보는 생전의 간송 전형필 선생.

우리 문화재의 보고로 평가 받는 간송미술관이 자랑하는 국보 12점을 포함한 ‘명품 100점’이 ‘간송 탄생 100주년 기념대전’을 맞아 총출동한다. 21일부터 6월4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최완수 민족미술연구소 소장의 말대로 “정기전 10여회를 한꺼번에 모은 것과 맞먹을 정도로 간송 수장품의 정수를 한자리에 펼친” 간송미술관의 ‘국가대표팀’ 전시회이다. 매년 5월과 10월 둘째주 일요일부터 열리는 이번 70회 정기전도 이번에는 그 준비 때문에 셋째주에 열리게 됐다.

-간송미술관 국보12점등 명품100선-

국보 1호 지정 논란을 빚었던 ‘훈민정음 해례본’ 등 국사교과서와 미술교과서에서 사진으로만 대하던 국보 12점이 모두 한자리에 나온 것은 지난 1991년 ‘간송 추모 40주년전’ 이후 15년 만이다. 삼국시대 것은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563년, 72호) 1점, 고려시대 작품은 금동삼존불함(11세기, 73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13세기 중반, 68호), 청자기린형향로(12세기 전반, 65호),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12세기 후반, 66호), 청자원형연적(12세기 전반, 270호), 청자압형연적(12세기 전반, 74호) 등 6점이다.

또한 조선시대 것은 청화백자양각진사철채연국초충문병(18세기 후반, 294호), 혜원전신첩(18세기, 135호), 동국정운(1447년, 71호), 동래선생교정북사상절(1403년, 149호), 훈민정음 해례본(1446년, 70호) 등 5점이다. 이중 혜원전신첩은 풍속화 30점을 담고 있는 화첩으로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국립박물관 소장)과 함께 풍속화의 백미로 꼽힌다.

국보 이외에도 10여점의 불상과 도자기 등 보물들이 출품되며,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겸재 정선의 ‘풍악내산총람’ ‘청풍계’, 김홍도의 ‘마상청앵’ 등을 비롯해 심사정·조영석·김득신·최북·김명국·신사임당 등의 회화작품, 추사와 안평대군의 글씨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이 명품 100선에는 남영의 그림과 옹방강의 글씨 등 중국 작품도 2점이 들어가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남영의 ‘여산추성’은 같은 여산초당을 그린 겸재 정선의 ‘여산초당’과 비교하기 위해, 옹방강의 글씨는 제자인 추사 김정희의 작품과 비교하기 위해 전시됐다.

-회화·공예등 한국미술사 한눈에-

일제시대 조선 최고의 갑부로 10만석꾼이었던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은 ‘독립운동’처럼 사명감을 가지고 10만석 재산을 ‘민족문화재’ 수집에 쏟아부었다. 장안의 기와집 한 채가 1,000원 하던 일제시대에 간송은 한 점당 기와집 몇채 값을 주고 문화재를 사들였다. 간송의 문화재 수집에는 서양화가 1호였던 춘곡 고희동, 위창 오세창이 자문을 했다.

최소장은 “한국 미술사를 한눈에 정리해볼 수 있는 전시회가 될 것”이라며 “국보가 아닌 다른 출품작들도 아직 국보신청을 하지 않았을 뿐, 대부분 국보급 문화재들”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전시에는 위창 오세창, 삼불 김원룡, 혜곡 최순우와의 인연을 엿보게 하는 간송의 서화작품 8점이 함께 전시된다. 관람료는 무료. (02)762-0442
경향신문〈이무경기자 lm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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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로 아치를 그리는 울창한 나무그늘 때문인지 아니면 미술관에 들어가 만나게 될 좋은 작품들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간송미술관 입구를 들어서면 언제나 마음이 푸근해진다.
건물 주변의 마치 숲 속같은 울창한 나무들과, 항상 계절마다 각기 다른 꽃들이 만발해있는(가을엔 국화가 만발해있더니 지금은 금낭화, 작약, 산목련, 이름을 아는 꽃은 여기까지고 그 외 이름모를 꽃들로 가득하다) 전시장 입구까지의 오솔길과 기사를 보니 1938년도에 지어졌다는, 그 후로 새로 개축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의 향기를  품은 건물까지 어쩐지 아늑한 느낌을 갖게한다.
 
이번 전시는 간송 탄생 100주년 기념전. 소장품 중 대표작들이 출품됐다고 한다.
이전의 몇 몇 기획전에서 봤던 작품도 있고, 처음 보는 작품도 있고...
그 중 좋았던 건 국화문양이 그려진 청화백자, 얌전한 몸체와 그 위에 그려진 국화문양이 얼마나 곱고 아름다운지... 그리고 고려청자의 정형을 갖고있는 운학문 병과 포도문 병, 또 수양버들 소소히 늘어진 원앙문 병, 기러기모양의 연적들 모두 그 형태도 너무 아름답지만, 거기에 그려진 그림도 그대로 따로도 하나의 작품임에 모자람이 없다.
그리고 그림으론 전에도 몇 번 본 김홍도의 '마상청앵', 과감한 대각구도가 길의 표정을 보여주면서도 여백이 좋은, 휘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에 앉은 새가 꾀꼬리인가, 그림 속 계절은 봄인것 같은데도 새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나무 위의 새를 바라보는 선비의 모습은 어쩐지 가을스러운 그림 좋고, 정선의 '청풍계'와 '여산초당', 집 뒤로 높은 산이 둘러싸여있고, 맑은 계곡이 거기서 흘러내리고 넒은 마당엔 학이 놀고...자연 속의 그 풍경은 내가 살고 싶은, 내가 들고 싶은 풍경이고, 김홍도의 산수가 좀 여성적이라면 정선의 산수는 남성적이고 호방하다고 느꼈었는데, 그가 그린 초충도들은 또 어찌나 여리고 섬세하던지...어떤 붓을 쓰면 그런 선이 나오나, 가늘디 가는 세필로 벌레들의 날개무늬까지 선명하게 그린 그림들, 스케치북만한 크기의 소품들도 너무 예뻤고, 신윤복의 미인도는 다시 봐도 또 좋은, 들린 치마 밑으로 살짝 버선발을 드러낸 묘사가 절묘하고, 역시 스케치북만한 크기의 풍속화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하나가 너무나 재미있는 얘기들을 담고있고, 또 그 밖에 심사정의 연꽃과 새가 그려진 소품도 좋았고, 글씨로는 역시 추사의 '명선' 차를 통해 선을 이룬다는 그 뜻과 함께 그의 글씨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 힘있는 필체가 멋있었고, 또 훈민정음 해례본을 실물로 보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지금 기억나는 건 그 정도.
그런데 한가지 아쉬웠던 건, 글쎄, 우리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은 기쁜 일이겠지만, 관람객이 어찌나 많던지 줄을 서서 기다리며 관람을 해야했다는 거다.
간신히 줄 속에 끼어들거나 아니면 빽빽한 사람들 사이 그 어깨너머로 짬짬히 작품들을 볼 수밖에 없었던 것.
그 녀석들 하나 하나와 오래 독대하여 그들이 내 마음 속 깊이에 자리잡을 때까지 마주했어야하는데...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지만 다시 간다 한들 전시회 끝날 때까지도 별로 사정이 나아질 것 같지 않으니...
그 모든 작품들이 개인소장이라는 건 언제 봐도 놀랍다.
한 사람의 남다른 의지와 안목이 그런 보물을 만들고, 그렇게 여러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으니.
 
사람들에 밀려 쫒겨나듯 전시장을 나와 그 아쉬움으로 미술관 뜰을 오래 서성였다.
덕분에 함초롬히 피어있는 함박꽃도 만나고...
그리곤 벌써부터 간송의 다음 전시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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