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의 실수.
세 달 넘게 전시가 계속됐었는데 볼 거였으면 진작에 가서 보든지, 아니면 보지 말든지, 전시 마지막 주 주말에 거길 가다니...이런 때가 아니면 원화를 볼 기회도 없으니 나중에 후회할까봐 갔더니만...
전시장은 완전히 시장터였다. 폐장시간이 가까와서야 좀 공간이 생겨 그 때 겨우 좀 찬찬히 그림을 살펴볼 수 있었다.
피카소는 별로 좋아하는 화가가 아니지만 그의 청색시대 그림을 보고싶어 갔었는데, 청색시대 작품은 서너개 밖에 안돼 섭섭.
내 취향의 작가는 아니지만 그가 천재임은 부인할 수가 없다.
전에 없던 새로운 화법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 완전히 다른 언어를, 남과 다른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건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는 1881년생, 1973년 92세로 사망했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작품들을 보며 그는 장수할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자기 안의 것을 맘 껏, 거리낌없이 다 밖으로 분출했으니 마음 속에 고여 썩어가면서 그를 좀먹을 것이 있었을까.
그렇게 피카소의 작품들은 작가가 그리고 싶은 대로 마음껏 그린 그림이라는 느낌이다. 남들이 자기 그림을 어떻게 생각할지, 그렇게 그려도 될지 말지 한 올의 의심이나 망설임이 없었을 것 같은 느낌.
그의 삶도 그렇지 않았을까. 오직 자기의 욕망만이 유일한 관심사인, 내가 하고 싶은 놀이, 내가 갖고 싶은 장난감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는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 아니었을지...
어쨌거나 그는 천재이고 정말 훌륭한 화가다.
단번에 휙, 동양화식으로 말하면 일필휘지된 그림의 선들은 유연히 춤을 추고, 초기 큐비즘시기의 작품들은 형태의 구성과 색이 독특하면서도 아름답다. 표현주의적 작품들은 감정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고...그냥 타고난 천재성뿐 아니라 부단한 노력으로 다듬어진 장인적인 솜씨다.
그 중 나의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디카로 도록사진을 찍었는데 급히 찍다보니 촛점이 안맞았네.
제목은 정확하지 않고 적당히 생각나는 대로...
그림 말고 도자기 작품들도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 자유분방한 표현은 도자기에도 그대로 적용돼 빚은 접시를 끌로 파 음각하고, 아니면 아직 덜마른 흙을 손가락으로 후벼 선을 그린것 같기도 하고, 흙덩이를 붙여 양감을 주기도 하고, 그 위에 채색을 하고...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고민한 분위기가 아니라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며 되는 대로 만든 것 같은 작품들이 명랑하다.
'새' 도자기들도 참 이뻤지만 재미있는 건 '소세지와 계란'그림이 있는 도자기. 계란이 쌍알이다.
어느 날 아침, 아침상을 받고 계란프라이가 노른자가 두 개인 걸 보고 즐거워했을 그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전시장 밖 차양막을 장식한 로고
전시장 입구 풍경
붉은 카펫 위에 놓인 기타
과일과 병이 있는 정물
탁자 위에 놓인 기타가 있는 풍경
앉아 있는 여인(파스텔작품)
미노타우루스-타피스트리
앉아 있는 여인
머리를 틀어올린 여인
우는 여인
뒤집힌 얼굴-도나 마르
거울을 보는 여인
여인의 얼굴
화가와 모델
새
얼굴
포도와 레몬이 있는 정물
네 개의 토마토가 있는 정물
소세지와 계란이 있는 정물
전시 끝난 후 전시장 밖 풍경
전시의 특징을 살린 매표소
2006.5.20-9.3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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