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봉선 매화전
공아트 스페이스.
2011.2.9-27
-도산 달밤의 매화(陶山月夜詠梅)-
산창 홀로 기대서니 밤빛이 차가운데
둥그런 보름달이 매화가지 끝에 돋네.
괜시리 미풍 오라 굳이 부를 것도 없이
해맑은 그 향기가 뜨락에 가득하다.
獨倚山窓夜色寒 梅梢月上正團團
不須更喚微風至 自有淸香滿院間
뜰 가운데 거니는데 달이 나를 따라오니
매화 둘레 몇 번이나 서성이며 돌았던고.
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설 줄 몰랐는데
향기는 옷깃 가득, 그림자는 몸에 가득.
步屧中庭月趁人 梅邊行遶幾回巡
夜深坐久渾忘起 香滿衣中影滿身
매화를 사랑했던 퇴계의 시.
그 시 속의 풍경, 나도 알지...
해마다 봄이면 나 역시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지는 그 향기 아까워 밤마다 매화나무 밑을 서성이며 코를 킁킁대거나, 주위를 살펴 누구 보는 사람 없는지 확인하고 꽃 두어 송이 몰래 따다 작은 컵 속에 띄워 수시로 아기 보듯 들여다보곤 했지...
이제 겨울 가고 봄이 온다고 생각하는지 여기저기서 매화전이 많이 열린다.
문봉선이란 작가는 알지 못하지만 전시소식에 곁들여진 그림이 마음에 들어 가보자 했으면서 또 차일피일 미루다 겨우 전시 끝나기 바로 전에야 놓치지않고 가볼 수 있었다.
습기 적은 붓으로 툭 툭 화면을 처내며 가지를 그려나간 그 손놀림이 느껴진다.
화면 속에 이미 그림은 들어있고 망설임없이 그림을 드러냈을 거침없는 손놀림.
내공이 있는 필력.
오래 된 매화가지위에 꽃은 막 피어난듯 달려있다.
동양화, 기본적으로 묵화이면서 종이대신 캔버스 위에 팍팍하게 가지를 치고 꽃은 과슈로 두껍게 질감을 줘서 정말 꽃잎이 달려있는 듯 입체감이 느껴지게 그린 그림들이 있었다. 아마 동 서양의 기법들을 혼용해보려는 노력 중인가보다.
공간 속으로 뻗은 구불구불한 선들의 구성이, 그리고 그 선 위에 사뿐히 앉아있는 꽃송이들의 배치가, 그리고 매화 향기 퍼져나가게 텅 비워 놓는 여백들이 절창이다.
공들여 그렸을 대작들도 멋있었지만 휘리릭 선 돌려 만든 백자항아리에 매화가지 두엇 꽂힌 그림, 빈 공간의 하얀 종이가 그림 속 꽃향기로 살짝 붉을 것만 같은 그림이나 소소하게 가지 뻗어있는 홍매를 그린 그림, 밑둥을 트리밍한 난, 또 아주 소품이었는데 고매의 둥치를 묵으로만 표현한 그림, 상대적으로 여백이 많은 작은 작품들이 더 마음에 들었었다.
여기 그림사진 실어놓고 보니 보면 볼수록 좋네.
앞으로 이 작가의 팬이 될 것 같다.
곧 우리 동네 매화도 꽃망울 키우고 꽃을 피우겠지. 한 봄 나는 또 많이도 그 나무 밑 서성이겠다.
전시관련 그림사진 모으며 본 전작들 중 마음에 들던 그림들...류수, 안개, 대지, 서있는 나무, 토왕폭,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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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은 공아트스페이스 문봉선 묵매화 전-문매소식 과 http://art500.arko.or.kr/munbongseon/main.htm등에서 얻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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