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이철수 판화전

바다가는길 2011. 7. 5. 18:21

 

 

 

장마중 미친듯이 비 퍼붓던 날들 사이 하루 잠깐 비 멈춘 날 이철수 판화전을 다녀왔다.

5년만이라나 6년만이라나 하니까 학고재에선가 봤던 전시회 후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갑자기 궁금해져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학고재전시는 2000년, 6년전 전시는 평창가나에서 열렸다니 가나아트센터전시는 봤던 기억이 없는데 그렇다면 그때 학고재전시가 10년전 일이란 말인가? 어? 어라! 이철수판화전과 이철수 판화전 사이 그 시간들 어떻게 뭉쳤다가 어떻게 흩어졌던가...)

어쨌거나..

오랜만의 전시라 어떤 작품들이 날 기다리고 있으려나 기대에 찬 마음으로 전시장을 들어선다.

고맙게도, 야멸차지않게 작품사진찍을 수 있게 허락해주어 마음에 드는 작품들 사진을 담았다.

이철수전 답다는 생각.

30년기념판화집, 아마도 대표작들이 총 망라된 두툼한 화집'나무로 새긴 마음'이 새로 나와 전시장에 비치돼있고 그걸 사서 갤러리에 딸린 조그만 정원에 앉아 손님을 맞고있는 작가에게 사인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화집은 일단 휘리릭 구경만...

나중에 인터넷서점에서 사든지...

 

대작이자 전과 다른 세밀한 묘사.

오윤도 그렇지만 이철수의 판화도 칼맛이 살아있는데, 독수리?매?의 눈과 부리, 발톱들이 생기로 생생하다.

날고있는 새는 튼실한 날개를 지녀 믿음직스러워 보이는데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에도 왠지 그 눈은 무심히 고요해보였다.

나는 좌였을때의 그를 알지 못한다. 내가 그의 작품을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 그의 판화는 이미 참 따뜻했었다.

전시장3층을 가니 초기작품들, 아마도 사람들이 분류하기 좋아하는 바에 의하면 '좌'에 해당하는 작품들인가 본데 선이 거칠고 강한 그림들.

내 취향은 아니어서 그때 봤으면 이철수의 팬이 되진 않았겠지만 그에겐 그것도 하나의 날개겠지.

 

새는 좌우의 날개가 아니라 온몸으로 난다. 모든 생명은 저마다 온전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새가 그러하고, 사람이 그러하고, 세계가 그러하다. 죽음처럼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는사람들과 거기서 이미 죽음에 이른 사람들까지, 온 몸으로 살고, 온 몸으로 죽는다. 그러니 부디, 생명에 가혹해지지 말자.

힘찬 날개짓. 칼맛이 살아있는 새의 깃이 아름답다.

 

 

아니, 그렇지않아요. 봄을 일로 맞을 줄 모르는 사람에게도 매화는 차별없이, 아낌없이 향기를 주던데요...

 

'미산에 사람있어 함께 앉았을 때는 거기 좋은 자리였다. 주인 계시지 않으니 나 이제 미산, 어딘지 모른다'

 

'미산. 산방주인의 인품이 계곡보다 더 볼 만했다. 주인 떠나시고 저 혼자 아름다운 미산 이젠 갈 일 없다'

미산계곡이 어디인가? 수려해보이는 산과 물, 훤칠한 나무들 밑 그늘 시원할 정자에 정답게 모인 사람들...

인품좋은 산방주인은 없더라도 나는 거기 가보고 싶네.

 

헛살고 있는 사람이 아픈 말씀 듣고있다.

 

새들이 날고있는 창공이 보여.

 

툭툭 깍아냈을 텐데 다 다른 새들의 날개짓이 아름답다. 조기 저, 혼자 나는 녀석 무리에서 너무 떨어지진 말길.

 

크고 작은 검은 새들이 별 같고 꽃 같다.

 

나도 -어? -와! 나무 세수하고 목욕하는 날. 바람 부는 날. 가지 흔들어대며 온 나무, 온 숲 쑤석이는 바람이 시원하다.

 

이런 발상들이 이철수판화의 매력이기도 하다. 매화가지가 그대로 농부가 일구는 땅.

 

쉼없는 눈, 비,바람, 어둠 속에 쓰러져 누운 저것들. 패잔이라 하랴!

패잔이라기엔 굵은 먹선이 힘차보이는데...수묵의 느낌이 좋다.

 

주인은 집 밖에 나올 생각없으나 새벽연기 저먼저 대숲에 들고, 방에선 눈빛에 책 읽거나, 짠지무우 소리내어 아침을 드시거나, 대숲으로 떠난 새벽연기 돌아오길 기다리거나!-'대숲아래 조용한 집'

그림 속으로 들어가 사박사박 눈 밟으며 ...

 

이철수의 문제는 그림도 좋지만 글도 너무 좋다는 거. 그림 앞에서면 글이 먼저 마음으로 들어와버린다.

그리곤 그림 다 본 듯 그냥 지나가게 돼.

그냥 지나쳤으면 이중섭의 소 못지않은 울끈불끈한 소의 근육하며 말썽꾸러기답게 미간에 V자로 잡힌 주름의 표정하며 에잇!하고 가버리는 주인과  등돌려있는 재미있는 대치구도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오르나? 마음 '심'자에서 미소를 본 적은 난 한 번도 없는데...

 

글은 그림의 화룡점정. 글이 그림을 설명하는 건지 그림이 글을 묘사하는 건지...

 

마음이 꽃과 같을 수 있다면...

툭툭 친 난잎이 좋다.

 

보고있노라면 저절로 미소^^^^^^

 

 

 

 

 

이런 작품들이 좋다. 소소하나 아름다운 그림에 촌철살인의 전언들.

 

점점 작아져 점점 풍요로워지는 사람들.

 

봄날, 살큼 부는 바람에도 가볍게 떨어져 날리는 꽃잎처럼...언젠가 떠날 때 그렇게 떠날 수 있다면.

 

새, '쏟아지는구나, 대숲으로, 다투어돌아드느구나. 되새들 저리 까많게 내려앉되 사람과 같지는 않아서, 두가지, 세잎을 혼자 차지하는 놈은 없으리라. 대숲에 서로 나누어 앉아 밤동안 그저 잠자려는 것이지. 본분사라. 새 쏟아지고나면 빈하늘에 해떨어지리라. 밤새 어두우리라. 사람도, 잠들면 되겠다. '마음 쏟아지는구나!'

새들이라고 다툼이 없을까. 먹이다툼, 자리다툼. 사람만큼은 아니겠지만... 멀리 보면 화르르 함께 날아오르고 함께 날아내리고...멀리 보면 인간세도 그럴 것.

 

떨어지는 꽃 한 송이 어여쁘다.

 

사람도 과연 그러했으면...

 

비록 가난한 이라도 가난에 지치지말고 그 눈에 해도 담고 달도 담을 수 있는 여유를 다들 지닐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그가 '좋은 시절이다'라고 말하니 문득 안심이 되는구나.

 

노송. 허리가 휘었지만 약해보이진 않아. 연륜으로 단장된 아름다움.

 

배가 수평을 이룬 걸 보니 탑과 새의 무게는 같다.

 

그렇구 말구!

 

 

 

전시장을 천천히 도는 동안 딱딱한 마음이 말랑해져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었다.

그의 전언처럼 모두 순하게 지혜롭게 '늘'의 사소로움에 감사할 줄 알며 강한 날개로  한 세계, 한 생을 힘차게 날 수 있었으면.

 

인터넷 검색하다 홈페이지가 있는 걸 알았다.

그간 내가 못 본 지난 전시도 다 소개돼있더라. 가끔 들러 살펴봐야지.

http://www.mokpan.com/

 

p.s...

홈페이지를 안 이상 궁금하여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전시들 구경하고, 올려져있는 작품들 구경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하지만 않는다는 전제로 작품사진들 다 다운이 가능해 또 열심히 내 컴으로 모아들이고...한참 걸렸네...

판화를 만드는 과정이 담긴 동영상을 보니 그 또한 참 징한 작업이로세.

열심히 다운 받은 작품들 파이로 담자. 거저 얻은 귀한 것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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