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life of Pi

바다가는길 2012. 12. 19. 23:17

감독 :이안

출연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라프 스팰, 아딜 후세인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자세히보기

 

어제  'life of Pi'시사회에 다녀왔다.

전에 이 영화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그렇지않아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는데 우연히 인터넷 이벤트페이지에서 시사회 이벤트를 보게 되고, 그런 이벤트 아무리 응모해봤자 되지도 않는 터여서 원래는 신경도 안쓰지만 마침 보려던 영화길래 그냥 헛일 삼아 클릭 한 번 했는데 덜컥 당첨됐다는 메일을 받았다.

애들 말로 '뭥미?", 나한테도 이런 일이...

 

영화는 환상 그 자체.

장대하고 경이로운, 경이롭다 못해 경외로운 영상들.

도대체 누구의 머리 속에 이런 이미지들이 떠올라 어떻게, 누구의 손에 의해 이런 영상이 만들어졌나?

누군가 상상을 했으니 그 상상을 바탕으로 이런 그림이 그려졌을텐데 도대체 누굴까? 시나리오는 누가 쓴 거지? 감독의 아이디어란 말야? 궁금해하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원작이 따로 있다.

원작이 궁금해진다. 그 황홀한 이미지와 이야기들이 과연 글로는 어떻게 표현돼있을 건지?

언제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

파이 이야기

Life of Pi

파이 이야기   얀 마텔

Life of Pi 


 

 

 

 

 

 

 

 

 

 

 

영화는, 지금은 성인이 된 주인공이 소년시절 동물원을 운영하던 가족과 함께 동물들을 데리고 이민선을 타고 캐나다로 가던 중 배가 난파되고, 식구들을 다 잃고 홀로 구명보트에 몇 마리 동물과 남겨졌다가 온갖 고난을 겪으며 그 조난에서 살아난 이야기를, 그 일화를 소재로 소설을 쓰고자하는 작가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이 영화 역시 어찌보면 '밤의 이야기'처럼 화롯가에서 듣는 한 편의 동화 같기도 하다. 현실의 이야기라기 보다 상상, 환상의 이야기.

회상형식의 이야기 전개가 좀 진부하다고 여겨졌지만 내가 미처 상상도 못해본 현란한, 단지 현란하기만 한 게 아니라 영적인 깊이까지 느껴지는 아름다운 영상들로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주인공은 조각배에 호랑이와 함께 남아 사나운 호랑이를 길들여가며 때론 자연의 신비와 만나고 때론 자연의 재앙을 극복해내는데, 후에 배의 난파원인을 묻는 조사원들이 소년의 이야기를 믿지않고 계속 사실을 추궁하자 그들을 위해 처음 했던 이야기와는 너무나 다른 제2 버전의 이야기를 만들어내 들려주고서야 그 조사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는 자기의 실화를 쓰겠다는 작가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느 쪽 이야기를 믿느냐고?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처참한 잿빛의 이야기와 전혀 그럴 듯 하지않지만 비눗방울 표면의 무지개빛처럼 찬란한 환상의 이야기.

 

영화는 동화답게 시시때때로, 곳곳에 상큼 상큼한 재치로움이 넘쳐난다.

주인공 Pi의 원래 이름은 Piscin molitor(지금 책을 빌려 읽고있는데 piscin이 불어로 수영장이라는 뜻이라네), 수영을 좋아하는 삼촌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수영장 이름에서 따 온 건데, 발음때문에 친구들한테 Pissing으로 놀림을 받자 앞부분을 따 스스로 Pi라고 지은 것.

오줌싸개와 무한대의 소수점을 지닌 원주율 파이는 하늘과 땅 차이의 격인데 스스로에게 그런 이름을 지어줄 수 있는 깜찍한 아이는 세상에 대해, 신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아 만나는 종교마다 마음에 들어하며 그 신도가 돼, 힌두교도이면서 식사때는 아멘을 외치고 기도시간에 맞춰 메카를 향해 머리를 조아린다.

동물원에 새로 온 야생 호랑이의 눈에서 영혼을 보고 친구가 되고 싶어하고, 이민선을 타고 가다 만난 폭풍우를 두려워하긴 커녕 그것이 신의 숨결인냥 기쁨에 넘쳐 갑판을 뛰며 비바람를 맞는다.

이런 아이이기에 망망대해에 홀로 남은 난파, 표류를 장대한 모험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 환타지를 그냥 동화로 보지못하고 인생에 대한 비유라고 생각하는 이 노파심은 뭔지...

우리의 삶은 파이 식이라면 어떤 환상으로 덧씌워질 수 있을지...(환상을 덧씌운다니, 그럼 나는 파이이야기를 믿지 않는다는 건가...)

 

이안 감독 희안하다.

브로크벡 마운틴때도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르면서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출했는지 감탄했었는데, 이번엔 인도문화가 그 배경인데 내가  그 문화권에 속하지 않아  어색한 부분을 눈치 못채는 건지 몰라도 이 영화도 마치 인도사람이 만든 냥 꽤나 자연스러웠다.

파이 이야기는 와호장룡, 브로크벡 마운틴에 이어 이 감독의 나만의 리스트가 될 것 같다.

정식 개봉하면  3D로 다시 한 번 보기로 하자. 이 영화는 기술의 승리이기도 하니까.

 

 

 

p.s:오늘 1월 4일. 3D로 다시 영화를 봤다.

무종교여서인지 처음 봤을 땐 종교적 메세지가 별로 마음에 닿지않았었는데 다시 보니 이 영화는 신에 대한 믿음에 관한 영화네.

신의 손에 쥐어진 동그란 우주 속에 우리가 살고 인간의 일들을 포함한 그 우주 속의 모든 일들이 다 그 섭리 속에 이루어진다는 믿음.

주인공이 이야기끝에 묻는 질문, 두가지 이야기 중 당신은 어느 이야기를 믿느냐는...

이야기를 듣는 작가가 호랑이 이야기가 더 맘에 든다고 대답하자 주인공은 신의 존재도 그와 같다며 믿음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처음부터 명제처럼 주어진 단어였었다. 종교와 이성. 인간이 잃지말아야할 양 날개라고 영화는 말하는구나.

그러고 보니 왜 주인공이 인도인인지도 이해된다. 인도야말로 일상의 구석구석 종교가 배어들어있는 나라 아닌가?

그러고 보니 또 이해된다. 장엄한 자연의 장면들. 바다에 하늘이 녹아들어 거대한 원이 되어버리던 공간들.

그 아름다운 광대한 풍경들은 신에 대한 경외의 표현이었던 것. 자연이야 말로 신의 얼굴이니까.

아, 그리고 또 하나. 이 영화가 이토록 호감이 가는 이유는 바로 너무나 사랑스러운 주인공의 캐릭터에 있었다는 것.

너무도 순수한 영혼. 

모든 일들을 의미로 충만케하고 항상 선의를 잃지않으며, 용기있고 고통 속에서도 좌절하지않는 캐릭터. 

"above all, don't lose a hope", 그가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말. 왜냐하면 모든 것은 신의 섭리안에 신의 보살핌안에 있고 그걸 그는 믿으니까.

이게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싶었던 말은 아닌지.

 

3D라곤 하지만 내가 3D맹인지 영화관 스크린이 너무 작아서였는지 그닥 3D로서의 감흥은 크지않았다.

아이맥스로 다시 한 번 볼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평면스크린 말고 360도짜리 스크린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빌려온 책 마저 읽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p.p.s:1월14일. 식구들과 함께 세 번째로 영화를 보았다.

세 번을 보는데도 지루하지않았고 화면 구석구석을 살피며 전에 혹시 놓쳤을지도 모를 장면을 챙겼다.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의 관건은 영상이다.

그래서 이렇게 훌륭히 영화를 만든 감독도 감독이고, 어린 파이와 소년 파이의 연기도 연기지만, 영상을 만든 CG팀의 staff들이 더 궁금해진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크루즈여행인데, 그건 뭐 호화판, 럭셔리한 여행을 꿈꿔서가 아니라 며칠이고 바다안에 머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을 사로잡아서인데, 그런 나로서는 이 영화 스토리의 배경이 바다이니 영화 속 그 모든 바다에 넋을 잃지않을 수 없었다.

폭풍우치는 바다,  하얗게 내려꽂히는 번개기둥에 전율하는 바다, 폭풍우 잠자고 먼 수평선에서 처음 빛이 차오르는 바다, 석양의 꿀빛, 황금빛바다, 눈부신 해 떠오는 아침바다, 별이 가득한 검은 밤바다, 야광해파리들로 휘황한 바다, 그 휘황한 물 휘휘 저으면 태초부터의 온갖 종들이 폭발하듯 피어오르던 환상의 바다, 호수처럼 잔잔한 푸른 바다, 식인섬이 떠있는 에메랄드빛 바다, 작은 배 하나 은하수에 뜬  쪽배같던 우주바다...... 기타등등, 기타등등, 기타등등......

누군가 다시 한 번 볼래? 제의한다면 기꺼이 O.K!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포 미드나잇  (0) 2013.05.30
홀리 모터스(holy motors)-레오스 카락스  (0) 2013.04.10
밤의 이야기-les contes de la nuit  (0) 2012.12.05
잠수종과 나비  (0) 2008.03.26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0) 2008.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