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포 미드나잇

바다가는길 2013. 5. 30. 00:57

 

 

 

 

 

 

 

 

 

 

 

 

 

 

 

그 둘은 결국 함께 살게 되었었구나...

영화가 몇 년씩 되는 긴 시간차를 두고 같은 배우들이 같은 주인공으로써 연결된 스토리를 보여주니 마치 내가 아는 내 주변의 누군가의 얘기인듯, 궁금하던 지인의 소식을 듣듯 처음에 영화를 보면서 아하..., 그렇게 됐구나... 하는 생각.

잘된 일일까?

그 사랑을 죽을 때까지 잊지못할, 이랬을 걸 저랬을 걸 하는 미련으로 두거나, 인생의 중간 중간 삶이 추울 때 저 어느 구석에서 꺼내 작은 손 정도를 온기로  덮여줄 추억의 불씨로 남기기않고 그렇게 만나 아이를 낳으며 함께 살아가게 된 것.

결혼이라는 생활에 찌든 중년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듯 늘어진 뱃살과 떡진 머리에 반쯤 비어져나온 셔츠자락의 에단 호크와 펑퍼짐한 엉덩이를 감출 생각없는 줄리 델피. 그래도 주름 진 그들의 얼굴엔 아직 소년, 소녀의 모습이 남아있어 귀여웠다.

영화는 더이상 로맨스가 아닌 결혼이라는 현실의 적나라함을 두 사람의 쉴 새없는 수다와 다툼으로 여실히 보여준다.

누가 권력의 우위를 점할 것이지, 누가 더 희생하는지, 아직도 나를 사랑하는지, 양육의 책임은 누가 더 질 것인지, 나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너는 어떤지...

영화에서 다뤄지는 결혼이라는 상황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한 담론들이, 사람사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사는 얘기는 동서양을 가릴 것없이 똑같구나 하는 공감을 일으켜 깔깔대며 보다보니 영화가 끝나있었다.

비포선라이즈에서의, 정말 빛나던 청춘의 아름다움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나이들어 한층 표정 풍부해진 두 주인공의 연기 너무 자연스레 좋았고, 특히 컷들을 자르지않고 롱테이크로 찍는 동안의 그 수많은 대사들은 어떻게 외워 그렇게 술술술 이어가는지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그리스의 풍광 아름다웠고 그 바다 앞 집은 뉘집인지, 내 집이었으면 하고 부러웠고.

잔잔한 미소를 주는 아름다운 소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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