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어느 나라 개봉포스터인가? 미국?
우리나라 개봉포스터보다 이게 더 맘에 든다.
영화 도입부부터 펼쳐지는 압도적인 빗속의 결투장면. 영화의 압권이었다. 그 다음은 그냥 이 장면의 부언.
역광의 조명속에 하얗게 부서지는 빗방울들. 물의 표정을 어떻게 그렇게 섬세하게 잡을 수 있나?
사람의 움직임에 부딪쳐 사방으로 튀고 나르고 부서지는 빗톨들의 무협에 넋을 빼앗겨 오히려 사람들의 움직임은 놓쳤다.
그게 무슨 영화였더라? '영웅'이라는 영화에서였나? 노인이 뜯는 현의 연주를 배경삼아 역시 빗속에서 이연걸이 결투를 벌이던 장면.
그때도 영상미에 참 감탄하며 봤었는데, 그 장면들이랑도 비슷하고, 또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의 박중훈과 안성기의 결투장면이 오버랩되는 부분도 있고.
어쨌든 오래 기억에 남을 명장면이다.
이런 흑백스틸들 참 좋네...
왕가위 영화의 매력은 그만의 독특한 어법도 어법이지만 그만이 갖고있는 영상미에 있었는데, 수직, 수평보다는 대각, 사각의 기울어진 선들과 왜곡, 과장되며 불안히 흔들리는 영상들, 누구와도 다른 독특한 빛과 색의 사용...
그런데 나이 들면서 점점 너무 정돈되고 단정해지네.
영화는 얼핏 나무랄 데 없어 보이는데, 예전의 예리하고 섬세한, 마음을 싸아-하게 하는, 폐부를 찌르는 무언가가 없다.
송혜교의 분량이 너무 적다는 사람이 많지만, 영화속에서 참 우아하고 아름답게 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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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느낀 건 감독의 자국문화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인물들의 의상이며, 온통 황금으로 장식됐다는 기루등을 포함해 너무 정교하고 아름답게 꾸며져있는 무대와 세트들은 소박한 것은 소박한대로 화려한 것은 화려한 대로 어느 경우에도 품위를 잃지않고 기품있게 표현됐고, 영화속 마스터들의 자존심과 기개를 통해 중국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라는 걸, 중국문화는 이런 것이다, 라는 걸 자랑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우리도 누군가가 우리 무술을 주제로 이렇게 공들인 영화 하나쯤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생각 들었었다.
영화 자체만 놓고 보자면, 중국무술을 영춘권으로 통일시켰다는 엽문의 일대기인데 엽문에 완전히 포커스가 맞춰진 게 아니고 여러 인물이 나열돼 이야기가 분산돼있고, 혹시 런닝타임때문에 편집이 많이 된 건가, 스토리가 매끈히 꽉 짜인 게 아니라 뭔가 듬성하고 뭉텅뭉텅 빠진 느낌.
영화, 나쁘지 않았지만 왕가위에 대한 내 기대치를 만족시키진 못했다.
이렇게 중언부언할 수 없는 아!..., 하고 말문이 막히는 영화를 만나고 싶다. 예전의 왕가위 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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