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 편 | 문학과지성사
'정현종 깊이 읽기'는 정씨의 자전적 에세이와 후배문인들과의 대담, 평론가 유종호 김우창 김주연 정과리씨등의 비평, 김현 김병익씨의 인상기 등을 실었다. '사람이…'는 정시인이 현재도 가르치고 있는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출신인 시인 고운기 나희덕, 평론가 이영섭 심원섭씨 등 제자·후학 문인 20명이 그의 시에 대한 리뷰, 각별한 개인적 추억과 사연들을 써서 모아 헌정한 책이다.
'세상살이라는 결핍을 메우려는 나름의 노력이 시쓰기 같은 예술작업이고, 그것이 모두 꿈에 해당되는 것.
시적 언어는 그것이 뭘 의미한다기보다 말이 조직되고 읽혀질 때 그 과정을 '에너지의 소용돌이'로 이야기하듯 시적 언어를 통해 생기를 보급받는 것..'
'예술이 삶을 견디게 한다..'
'무겁던 것이 가벼워지고 마치 오랫동안 닫아놓았던 방에 오랜만에 돌아와 창문을 여는 때 같은 신선함, '통기'를 시키는 것 같은 느낌, 이건 관념도 추상도 아니고 내 몸에서 실제 그런 변화가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숨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시는 읽는다기보다 숨쉬는 것..'
'덧없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기리고 싶은 것이 시인의 마음..'
'아닌게 아니라 지금 그 메를 몽상 속에서 바라보고 있으니 그 메는 원 빛깔보다 한결 더 희다못해 땅 속에 들어있는 무슨 불빛 같고, 그 불빛은 지금 내 마음을 참으로 환하게 밝혀주고 있다.
환하게 하는데 어떤 식으로 환하게 하느냐하면 그 환함이 무한히 퍼져나가고 팽창해져 우주적 공간이 되는 비길데없는 서늘함 속으로 내 아팤을 온통 열어놓는다.
시간의 계기적 질곡도, 공간의 뛰어넘기 어려운 벽들도 무슨 푸른 공기 속에 향기 녹듯이 녹고, 사물 사이의 경계가 한껏 지워지는 서늘한 공간, 이것이 그 가늘고 군데군데 눈이 있으며 하얀 메의 추억과 몽상이 열어놓은 공간이다..'
'시간이 문득 곤두서 단면을 보이는 순간'
'명증한 사고속에서 삶은 어쩔 수 없는 권태로 나타난다. 결국 권태야말로 삶의 궁극적 진실인 것이다.
그러면 삶의 권태, 사물의 진상대로 보는데서 오는 권태, '순수한 염오증, 치명적인 명증성, 가차없는 정결성의 엄청난 상태'를 벗어날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그 엄청난 질실에 대하여 환각의 위안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도취뿐..'
'사랑이 크면 외로움이고 말고. 그러니 차나 한 잔 하고가지..'
'삶은 근본적으로 죽음과 무의 심연에 던져져 있는 것.
삶에는 그것을 만들어주는 어떤한 초월적 근거도 없다.
그 의의는 오로지 삶의 자발적 의욕으로 발생하므로 존재의 강도는 삶에의 의지에 정비례한다..'
'인간존엄성의 가장 커다란 내용들이 주는 자유가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인 여러 기구에 의해 무시되고, 이미 주어진 것이나 주어지는 것만을 향유하고 엄수하는 것만이 미덕이 되는 지루함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있을 것인가.'
'나 바람나/길 떠나/바람이요 나뭇잎이요 일렁이는 것들 속을/가네. 설렁설렁/설렁설렁'
'몸의 생리는 곧 우주의 생리이다. 내가 쉬는 이 숨은 나와 우주, 안과 밖의 연속성 자체이며 따라서 숨은 나와 나 아닌 것이 하나가 되는 기쁨 바로 그것이다.
숨은 그런 기쁨이며, 기쁨은 슬픔과 함께 삶에 위엄을 부여하는 것이므로, 숨쉬는 몸의 위엄이 비롯되는 한 원천이다.
몸은 우리의 개별성을 나타내는 한계이기도 하지만 몸 밖으로 나가는 것도 몸 외에 길이 없다.
자기의 몸이 얼마나 가없는 몸으로 풀어질 수 있느냐에 따라 사람이나 예술작품의 가치는 정해진다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이 아마도 궁극적인 기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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