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륜산의 내측을 중심으로 하여 아소쿠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온천과 관광ㆍ레저 스포츠가 산재한 유수의 관광지로, 여름이 되면 많은 라이더가 투어를 위해 방문하는 장소이다.
점심 먹으러 들린 휴게소 앞에 이렇게 오토바이들이 모여 있길래 뭐지? 했었는데, 설명을 보니 알겠구나..
쿠로가와 온천
해발 700미터의 깊은 산속에 위치한 쿠로카와 온천마을. 초록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다는 것과 옛것 그대로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전통적인 소박함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든다.
구로카와는 40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이다. 반경 1.5㎞ 남짓한 동네에 료칸(일본 전통 여관)은 28개나 있다. 작은 마을이지만 일본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온천 여행지다. 매년 88만여 명이 이 마을에서 목욕을 한다.
온천 마패를 구입하면 28개 료칸 중에 세 군데를 골라 입장할 수 있다.
이번 여행 중에 특히 마음에 들던 곳. 온천을 해 볼 시간이 주어졌었지만 옷 갈아입고 어쩌고 머리 말리고 어쩌고 하기 귀찮아 그냥 동네 산책을 했다. 얕으막한 동산에 좁은 골목길들이 이어지고, 고색창연한 료칸들과 작고 예쁜 가게들이 군데군데 자리잡았다.
골목길을 따라 한들 한들 걷는 게 어찌나 좋던지...
언제 한 번, 적어도 1박 정도의 일정을 잡아 료칸에 묵으면서 천천히 온천도 하고 마을구경도 하고 싶다는 생각.
화산은 늘 사는데 위험요소이지만, 역으로 그 덕분에 일본은 어딜 가나 펑펑 솟아오르는 온천을 지니게 됐다. 중요한 자연 자원이자 관광자원.
큰 길에서 계단을 내려와 온천마을로 들어서는 다리. 오월의 신록이 눈부시다.
여행지 전역에 걸쳐 이렇게 나무 위에 보라색 등꽃이 만발해있다. 보라색 꽃을 피우는 어떤 종류의 나무인가 싶었지만 등덩굴이 타고 올라간 거라고. 초록의 잎들 사이에서 참 예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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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기웃대다 보니 작은 경찰서도 있고 그 앞에 있던 안내판. 28개의 료칸이 있다니 다 들려보면 참 재미있을텐데...
남자아이의 날
우리나라와 같은 5월 5일로 ‘코도모노히’ 또는 '탄고노셋쿠'라 불리고, 법정공휴일인 단오절이기도 하다. 이날 집안에는 무사의 갑옷과 투구로 장식하고, 지붕위에는 잉어모양의 깃발을 매단다. 이를 '코이노보리'라 하는데 이는 잉어가 힘차게 헤엄치듯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역시 가는 곳마다 곳곳에 잉어모형이 많았었다. 어린이날을 위해서였구나. 검색해보니 여자아이의 날은 따로 3월3일로 정해져있다고.
일본 온 후로 커피를 못 마셔서 너무 커피가 고프던 차. 가이드에게 물어 알아 낸 커피 파는 집. 사실 여긴 슈크림빵으로 유명한 작은 빵집이고 커피는 그냥 드립커피 한 종류였지만, 바삭하고 커다란 빵에 즉석으로 슈크림을 주입해 주던 빵도 맛있고, 바로 내린 커피도 아메리카노가 아니어서 맛있었다. 가게 통창 앞 작은 탁자에 앉아 유리창 너머 사람들 구경하며 마시는 커피 한 잔. 이런 게 여행의 맛이지... 메뚜기처럼 뛰어다녀야 되는 거 말고...
간판도 개성있는 예쁜 가게. 일본 목조건축물들의 이런 짙은 나무색이 참 좋다. 색이 어두워서 오히려 눈이 편안해.
일본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참 영어를 괄시한다는 것.(우린 반대로 지나친 선망이 문제지만..) 아무리 시골동네들이지만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관광지들인데 어디건 영어가 안 통했고, 안내판들에도 영어가 병기돼있지 않아 불편했다.
여기도 무슨 작은 신사 같았는데 안내판이 일본어로만 돼있어 내용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소박하고 단정한 분위기가 좋았다.
이렇게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골목들이 참 좋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가게. 맛있어보였는데 이미 슈크림빵으로 너무 배가 부른 관계로 먹어보진 못했다.
나만 그랬나? 어디를 가든 난 시간이 너무 너무 모자랐다. 몇 시까지 버스로 돌아오라는 가이드의 말에 늘 시계를 보며 종종거려야 했고, 역시 여기 쿠로가와도 턱없이 시간이 부족했다.
여긴 꼭 다시 한 번 가서, 있고 싶은 만큼 머물고, 보고 싶은 만큼 보고 싶은 곳이다.
아, 그리고 검색을 하다보니 바로 여기가 영화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곳이라는 구나.
●여행정보=구로카와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은 구마모토공항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인천~구마모토 노선을 주 3회 운항한다. 인천에서 월요일 오후 3시 10분, 목·토요일 오전 9시 30분에 출발한다. 구마모토 출발시각은 월요일 오후 5시 30분, 목·토요일 낮 12시다. 비행시간은 약 1시간 30분.
벳부가는 길의 풍경. 뒤를 돌아보다 돌이 된 영혼들처럼 곳곳에 화산돌들이 흩어져있는 게 이채롭다.
벳부-가마도 지옥온천, 유노하나 재배지
온천 입구. 한적한 산골마을 풍경이 좋다.
유노하나 유황재배움막.
움막 안에서 이런 유황 결정들이 만들어진다.
여기 얼마나 한국 관광객이 많으면, 그 영어병기조차 안돼있는 일본에 한국말 안내문이 다 있다. 물 맛은 아주 이상하진 않고 따끈한 게 마실 만했다. 옆에는 유황증기를 쐬는 곳이 있어 목에 좋다길래 하, 하 대며 증기를 쏘였고...
바닥에 이런 결정들이 생겨있어..
뜬 눈 |
감은 눈 |
또 하나, 일본에서 아주 인상적이었던 것 하나가 바로 이 사이다병.
족욕 후에 가이드가 계란이랑 사준 건데, 온천물에 삶은 계란도 너무 고소하게 맛있었지만, 이 사이다병은 내게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꼭 사람같이 생겨서 한 쪽으론 눈 동그랗게 뜬 표정, 반대쪽으론 눈 감은 얼굴이 나타난다. 가운데 코가 되는 구슬이 들어있는데, 바가지에 버들잎 한 장 띄우는 것처럼 너무 급히 마시지말라고, 나오는 사이다 양을 조절하기 위한 거란다.
그 기능도 그렇고 형태고 그렇고 너무 따뜻하고 인간적인 디자인이어서 누가 디자인 한 거지 알고싶을 지경. 병 디자이너가 궁금해.
가져오려다 귀찮아서 그냥 두고 왔는데 사진 보니 후회된다. 다음에 일본에 갈 기회 있으면 그 땐 꼭 챙겨오자.
또 하나, 병뚜껑을 오른 쪽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 일본은 뭐든 우리랑 좌, 우가 다르기때문에 여러 번 헷갈렸다.
사이다병 말고는 여긴 그저 그랬고..
유휴인, 긴린코 호수
자그마한 호수지만 참 아름답던 호수. 호수도 호수지만 호수 가는 길의 작은 내가 물이 너무 너무 맑다. 어찌나 맑은지 한참 들여다보며 마음을 씻고 싶을 정도. 그렇게 투명하고 깨끗한 물도 참 오랜 만이었다.
소풍 나온 귀여운 꼬마들.
유휴인 거리는 동화 속 마을처럼 아기자기한 상점들로 꽉 차있지만 역시 시간이 없어 맘껏 둘러보지 못했다.
생뚱맞게 난 이런 길 가 풍경이 참 좋더라.
일본은 화산 지역이 많아 더운 온도때문에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데, 그래서 그런 조건에서도 잘 자랄 품종을 고른 게 삼나무란다. 일본 숲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게 아니라 일부러 나무를 심어서 만든 조림숲이다. 어딜 가나 유난히 빽빽한 삼나무숲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 주로 활엽수와 소나무로 이루어진 숲과 그 느낌이 달라 신기했었다. 삼나무 숲을 조성해 목재로 쓰니 척박한 환경에서 노력으로 자원을 창출해 내는 것.
남장원.
동양최대의 와불을 모신 곳. 와불의 길이 41m 높이 11m 무게 300톤으로 동상으로는 세계 최대.
가이드의 설명으론 꿈에 스님이 계시를 받아 로또를 샀는데 그게 1등 당첨이 됐다나? 그것도 두 번인가 세 번 연달아.
그 돈으로 네팔? 미얀마? 등지에 기부를 하고 그 보답으로 부처님 진신사리를 받아 그걸 봉안하기 위해 세운 게 남장원.
태재부천만궁이 학업운을 위한 기도처라면 그래서 여긴 재물운을 위한 기도처.
부처님 발 바닥에 여러 문양들이 돋을새김 돼있는데, 거기 사람들이 동전을 붙이느라 애쓰더라. 자기 동전을 붙이다 앞 사람이 붙여놓은 동전들 다 떨어트리고, 그걸 다시 주워 얼른 올려놓고... 나도 하나 붙여두고 왔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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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내에 각종 부처, 스님, 보살상들이 무지무지 많다. 그 앞 마다 시주하고 기도하도록 함이 있고.
여기 입구의 스님상도 사람들이 하도 배를 만지며 기도해서 배만 반짝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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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후쿠오카항의 하카타 타워, 우리로 치면 남산 타워 같은 데도 들리고, 가이드의 수입을 위해 간이 면세점도 들리고...
일본은 유치원때부터도 우선 배우는 게 다른 사람에게 폐를 키치면 안된다는 거란다.
그리고 남들과 다르면 안된다는 것. 그 반작용으로 유난히 튀는 특이한 오타쿠류의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참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어디서도 왁자지껄 떠드는 걸 보지못했다.
우리가 중국인 관광객한테서 시끄럽고 무례하다는 인상을 가끔 받는 것처럼, 일본인도 우리 한테서 그런 인상을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냥 그게 우리 식일 뿐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역지사지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너무 소란스러워보여도 그들 역시 그게 그들의 스타일인 거라고 우리도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과는 과거사때문에 항상 마음 속에 어떤 껄끄러움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그들에게서 배울 점도 참 많다는 생각.
여행도 체력이 받쳐줘야 하는 건데 내내 피곤한 상태라 충분히 더 즐기지 못해 아쉽다.
그리고 패키지여행이라 일정이 너무 빡빡해 그저 주마간산으로 여행지를 지나 제대로 보지 못한 것도 아쉽고.
그게 싫으면 자유여행을 해야겠지만, 따로 일정 짜고 숙박편, 교통편 예약하고, 말도 안 통하는 와중에 여기저길 물어물어 찾아다니고 그러기가 이젠 너무 귀찮다. 어릴 땐 그런 모든 과정들 자체가 재미였지만.
해외여행도 이만큼 보편화됐으니, 패키지여행이라도 이젠 그런 주마간산식 말고 단 몇 곳이라도 알차게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나올 때도 되지 않았을까?
이번 여행을 계기로 여행상품들을 검색해보니 가보고싶은 데도 참 많다.
나오시마 상품도 많아 언제든 맘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고.
아마도 다음 번 행선지는 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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