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강릉은 몇 번 갔었지만 속초는 정말 정말 오랜만.
바다가 보고싶다... 노래를 부른지 한참.
막상 떠나보니 이렇게 간단한 걸.
영동고속도로 새로 생긴지 한참, 속초까지 고작 두 시간 반, 오히려 강릉보다도 더 빨리 온다.
버스시간표대로 정확히 딱 두 시간 반만에 속초터미널 도착.
거기서 뭐 어딜 또 애써 갈 필요도 없다.
터미널 나와 한 5분쯤 걸으면 바로 속초해수욕장,
바다다!
바다를 보는 순간 화아! 그동안 막혀있던 숨이 저절로 크게 쉬어진다.
날씨는 또 너무나 화창해 바다색이 끝내주네.
너, 바다야, 보고싶었단다.
해수욕장은 아직 개장전이지만 더워진 날씨에 꽤 사람이 많다.
그런데 예전 기억엔 없는 방파제같은 것도 생긴 듯하고 해변이 잘 정돈된 경포에 비하면 여긴 왠지 어수선.
하지만 상관없어, 바다와 해변은 여전히 푸르고 맑구나.
마냥 바다를 바라보며 해변을 걸어 몇십년만에 개방됐다는 외옹치길로...
군사지역이었던 그곳 언덕에 롯데리조트가 들어서 아마도 롯데측에서 꾸몄을 듯한 외옹치길은 나무데크로 잘 정돈되고 군데군데 포토존이며 쉴 수 있는 벤치들이 있어 한적하게 바다 보며 산책하기 좋았다.
데크길 밑의 물색이 얼마나 기기묘묘하게 영롱하던지...
카메라에 담기지않는 게 아쉬울 뿐.
게다가 거기 바람은 어디서 오는지, 해변 걸어오며 흘린 땀을 한순간에 다 날리는 게 거의 추울 지경.
저기 끝없이 펼쳐진 푸르디 푸른 바다를 보며 그 바다의 숨결인 듯 청량한 바람에 몸을 두고 묵은 먼지를 턴다.
외옹치길을 한바퀴 돌아 다시 해변으로...
근처에 영랑호니 영금정이니 관광지들이 있지만, 아, 그냥 바다면 돼...
해변에 마냥 앉아 바다를 보며, 바다 위 하늘 보며(하늘도 정말 정말 오랜만. 나 사는 곳에도 당연히 하늘 있지만 그 조각조각난 하늘은 올려다보게 되지도 않더라), 혹은 물가에 서서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에 물장난하며, 그 굽이치는 물굽이의 투명함에 넋을 잃으며, 모래성을 쌓으며 깔깔대는 아이들 웃음소리에 같이 웃으며 그냥 그 바다에 몇 시간을 머물다왔다.
이거, 이 숨, 며칠 치쯤 될까.
너, 앞으론 자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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