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간송문화전 4부-매난국죽-선비의 향기 전.

바다가는길 2015. 8. 27. 22:14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

 

 

간송미술관이 아닌 DDP에서 보는 간송소장품전. 장소가 바뀌었는데 어떨까. 간송미술관의 낡았지만 시간의 향기가 스며있는 그곳에서의 전시가 참 좋았었는데...

 

깔끔한 DDP의 전시공간도 나쁘진 않지만 그만의 독특함은 없다.

대신 간송미술관의 전시가 그냥 소박한 나열식이었다면 DDP에서의 전시기획은 최신의 디지털 기술들을 접목해 내용을 다변화시켰다는 것.

 

서주로 간송 전형필의 공간. 예술에 대한 대단한 안목과 애정을 지닌 사람이니 만큼 그 자신도 한 사람의 예술가였네.

그냥 귀한 문화재들을 놓치지않고 사 모은 콜렉터로만 알았었는데, 스스로 글씨도 쓰고 그림도 그렸다.

좋아하는 그림을 모사한 것도 있고, 살짝 미소가 지어지는 간송의 자취들.

 

본격적인 전시 중 맘에 들었던 것들..

처음 만나지는 작품은..

풍죽(風竹: 바람에 맞선 대) 

이정(1554-1626)-풍죽 127.5X71.5

바위 위에 솟은 한줄기 대나무. 단정하고 청신해보여도 뒤에 이리저리 휘청이고있는 그림자같은 다른 댓줄기들, 일일이 다 누운 댓잎이 지금 얼마나 큰 바람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떤 고난에도 휘둘리거나 흔들리지않겠다는 고고한 정신이 보이는 것 같애..

 

이 그림은 따로 독립된 방 하나의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고, 그 양 벽에 아래의 비디오작품이 전사되고있었다.

차동훈-풍죽예찬. 미디어아트

전국의 대밭을 찾아다니며 찍었다는 대숲의 영상들이 그림 양쪽 벽을 채우는데, 그림을 보고있으면 시야의 양 편으로 그 동영상들이 살짝 같이 들어온다. 아름다운 대숲의, 바람에 쓸리는 대숲, 별 하늘 밑의 대숲, 기와지붕위의 대숲이 새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펼쳐져 그림의 느낌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김홍도-신죽함로

대그림중 가장 어여쁜 그림.

한 20X30cm 정도의 소품인데, 과감히 화면을 대각으로 자른 대줄기에 농담이 풍부한 잎들의 배치가 참 대담하고 경쾌하다.

 

 

허목-월야삼청. 32.5X42.2

화면을 반분해 한쪽엔 굵은 매화둥치와 댓잎을 채우고, 한쪽엔 어렴풋한 달로 여백으로 비운 구성이 좋다. 은은한 달빛 충만해보이고..

 

 

 담아간 이미지 고유 주소 윤득신-월하암향

무게중심을 화면 윗쪽으로 올리고 아래쪽 공간에 여백을 둔 구성이 좋고...

 

 

 심사정-매월만정

툭툭툭 대각으로 쳐올린 매화가지와 가지에 걸린 달이 좋고...

 심사정-운근동죽雲根凍竹

뾰족뾰족한 댓잎이 청신해보이면서도 왠지 날카롭다.

 심사정-오상고절 傲霜孤節 27.4X38.4

요즘에도 흔히 볼 수 있는 화면 아래의 잡초가 그림의 느낌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 같애..

 심사정- 괴석형란

괴석과 난에 가시나무를 함께 그렸다. 자신의 불우함의 묘사라던데...

 

 

 강세황- 묵란

왠지 별 기교없이 아이처럼 천진한 마음으로 그렸을 듯...

 

 

 김정희-국향군자

난 그림 중 가장 어여쁜 그림. 정중앙에 난을 놓고 양 대각으로 잎을 친 구성이 절묘하다.

 

 김정희-염화취실(꽃을 거두고 열매를 맺다)

 

 

김홍도-백매. 80.2X51.3

넋을 잃고 한참을 본 그림. 이렇게 소소한데 이렇게 향기가..

 

 

 

차동훈-매난국죽과 놀다. 인터액티브 영상.

전시의 말미를 장식하는 인터액티브 영상.

전시되는 그림들을 화면에 다 들이고 그 앞에 사람이 서면 화면속에 사람이 실리는데 실사 그대로가 아니라 그림같은 터치로 바뀌어진다.

화면속 여기저기를 터치할 때마다 환타지같은 영상들이 나타나 정말 동화같이 아름다웠다.

지금 껏 본 전시의 그림들 속에 내가 있는 것 같은 연출.

참 기분좋은 전시의 여운을 주는 따뜻한 작품이었다.

 

 

간송미술관의 작품들을 예스런 간송미술관이 아닌 DDP라는 현대적 공간에서 보는 것도 새로웠고, 여러 디지털 기술들을 접목해 작품들의 외연을 넓히는 것도 재미있었다.

근데 DDP라는 이름은 여간해서 정이 들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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