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알레산드로 멘디니 전

바다가는길 2015. 12. 30. 19:35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193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출생했다. 1959년 밀라노 포리테크니코 대학 건축학부를 졸업한 후 1970년에서 1985년까지 건축 전문잡지 <까사벨라>, <도무스>에서 편집장을 역임했다. 그가 이끌었던 잡지들은 단순한 인쇄매체에서 탈피해 이탈리아 디자인을 전 세계에 소개하고, 셰계적인 디자이너들을 발굴해 이탈리아 산업과 연계하는 등 이탈리아 디자인과 산업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멘디니는 바로 그 중심에서 이탈리아 디자인은 물론 세계 디자인을 변화시킨 장본인이었다. 그 결과 이탈리아 디자인은 1980년대를 기점으로 세계 디자인계를 이끌게 되었다.
1989년 멘디니는 디자이너로서 본격적인 출발을 한다. 당시 나이가 58세. 물론 1970년대 중반부터 알키미아와 같은 디자인 운동을 했었고, 편집장으로 활동하는 틈틈이 디자인 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처음 맡았던 프로젝트는 일본 히로시마 항구의 기념탑과 네덜란드 그로닝겐 미술관 디자인이었다.
이후 그는 세계 유슈의 기업들과 수많은 디자인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세계적인 디자이너로서 명성을 쌓는다. 특히 알레시와는 불가분의 관계. 결국 1993년 와인 오프너 '안나 G'가 탄생하면서 그의 명성과 알레시의 성공은 절정을 이룬다.
이런 활동을 통해 그의 명성은 국제적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평범한 사물에 생명을 불어 넣는 거장으로서 지금까지 열정적 활동을 하고 있다.-


"모든 사물은 그 사람과 연결된 이야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 또한 상징적 역할을 해야하고,호감도 갖고 있어야 하며, 감동도 줘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모인 점을 시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삶은 아름다운 것과 연결돼 있고, 그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좋은 디자인이란 시와 같고 미소와 로맨스를 건네주는 것이다."



멘디니에 대한 느낌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la dolce vita'

어쩌면 그렇게 삶에 대해 무한 긍정과 무한 애정일 수 있는지.

멘디니에 대해서는 그 유명한 와인따개나 거미모양의 착즙기만 알고 있었고, 정말 유머러스하고 사랑스러운 디자인이 참 기발하다고 생각했었기에 다른 작품들은 또 어떨지 궁금해 전시장을 찾았다.

그는 그렇게 달콤한 인생관을 지니기에 충분하게 사랑 가득한 가정에서 모자란 것 없이 부유하게 자란 모양이다.

또 하나, 그를 디자이너로만 알고있었지만 실은 유명한 건축잡지의 편집장으로 근무하다 오히려 디자이너로서는 뒤늦게 두각을 나타냈다는 것. 

1931년생이니까 지금 85세쯤인가? 

그 나이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드로잉을 하고 아이디어를 내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열정가. 


 

Tete Geante 떼뜨 제앙뜨 2002. 유리강화 폴리스틸렌. 390cm

거대한 머리. 마치 아프리카의 원시조각을 보는 느낌.


연도별로 한 눈에 그의 대표작들을 볼 수 있는 도표가 있어 편리했고..


한 면을 가득 채운 사진들. 한 눈에도 화목하고 따뜻한 그의 일상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가족 사진.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1931년 밀라노에서 쌍둥이 여동생인 마리아와 함께 태어났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가족들이 수집하여 집을 가득 채우고 있던 현대미술 작품들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이 행복한 대가족은 이모, 삼촌, 조카들 모두 밀라노의 아름다운 전원 지역의 한 집에 모여 살았다. 어린 멘디니는 드로잉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2차 대전을 겪고 전쟁의 기억은 멘디니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멘디니는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하였고, 예술적 사명을 따르게 된다.-

 

 

giostrina 2000 회전목마. 미니어쳐. 알레시.  

 

알레시에서 생산되는 여러 제품들, 주전자니, 포트니, 와인따개... 뱅글 뱅글 도는 미니어쳐들이 마치 소꿉장난감들 같아 너무 귀엽다.


케이크 베스킨 라빈스 2015

멘디니의 디자인은 색도 형태도 너무 천진난만하다. 저절로 미소가 나오는 사랑스런 색감과 형태들.

 

clarabella 2013. 래커칠을 한 나무 캐비닛. 6가지 색의 6개 상자.

한 작품인 줄 알았더니 설명을 보니 각기 다른 여섯 개의 상자를 쌓은 것. 그만의 독특한 패턴들이 즐겁다.

 

Barbie chair 1996. 미니어처

미니어처라 너무 귀엽던 의자. 실제 크기로 하나 갖고 싶은 의자.

 

rebibbia 2013. '레큐페로' 전시를 위한 파피에 마쉐 꽃병. 

로마의 레비비아 교도소를 위한 생태학적 디자인의 제안물.

수감된 사람들이나 장애인들이 워크숍을 통해 창의력, 존엄성, 희망을 되찾고, 작품을 만들며 돈을 벌고 재활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프로젝트.

일종의 재능기부. 프로젝트로 기획된 아이디어인지, 실제로 실행된 프로젝트였는지? 참 좋은 생각 같다. 쉬운 재료로 맘껏 생각을 펼칠 수 있는.

 

바가티 발세티 미술관의 좌석 1996 + 모더니즘 운동으로부터 리디자인된 의자, 토넷 넘버 14. 1998

 

mobilli per uomo. 남성을 위한 가구시리즈. 회색 캐비넷 위에 스케일이 과장된 일상적 사물들이 장식돼있다.


프루스트 의자. 3M의 대형 모뉴먼트.

일상적인 물건도 스케일을 달리하면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이 점묘 장식은 쇠라에 대한 오마주라고 했던 것 같은데...

프루스트 의자.

 

 

의자에서 미끄러지다. 1968

기울어진 의자. 기능주의 디자인에 대한 저항으로써의 실험적 디자인이라고.

 

 


드로잉 1974-2015

작가 노트: 스케치는 아이디어 구상에 있어서 첫번째 과정입니다. 깊이 구상하고 이어 접촉하는 순간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거기엔 머리, 손, 펜, 그리고 종이라는 이 네 가지 요소들이 작용합니다. 연속되는 무한한 흔적들이 제 손을 통해서 의식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제 정신세계의 도식을 그려냅니다. 거기엔 가볍고, 투명하고, 불확실하고, 떨리고, 낭만적인 생각의 조합들로부터 나온 흔적들이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실제 제품으로 제작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 이 작은 종이 위 하얀 공간 속에서 제 의식은 수 천 킬로미터의 거리를 여행하고 응축됩니다.

 

드로잉들이 참 재미있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그가 어떻게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 어떻게 발전시켜나가는지 그 과정이 드러난다.


몬스터 2015

 카드보드지 위에 유성파스텔, 마커, 볼펜, 색연필로 그린 20점의 드로인. 아마존의 원시 미술부터, 표현주의, 상징주의, 큐비즘, 중국 장식미술, 개인적 소재들과 유토피아 등 다양한 원천들을 참고. 2014년 한 해 동안 매주 일요일 오후에 3시간에 걸쳐 행해진 정신적, 육체적 창작 행위의 결과물.

그 나이에도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아니 아니다, 아직도 샘솟는 아이디어들을 즐겁게 풀어내는 걸지도.

하나 하나가 참 재미있던 드로잉들.

 

 


poltrona di Proust-청자

청자로 구워진 프루스트 의자들인데 각기 조금씩 색의 뉘앙스가 다 다른 게 묘한 느낌이 있었다.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그의 예술가들이 바라본 '시간' 컬렉션

six+봄의 나무 2014

멘디니가 디자인하고 장인들이 작업한 협업품들? 아크릴의 명랑한 색감과 형태나 금빛의 화려함, 혹은 원목의 차분한 질감들이 각기 다 좋았다.

여섯 이니 여뎗이니 시간의 숫자들이 제목으로 붙어있어 작품 속에서 그 의미를 찾느라 한참 보았다. 작품의 날개, 혹은 잎들의 숫자더라.

eight 2013(나무상감 보석함)-screen 2014(나무상감 사이드보드)

위의 보석함이 '8'인데 아무리 세어봐도 어떻게 해서 여덟이지 도무지 알 수 없어 그냥 패스. 멘디니 답지않게 동양적 느낌으로 차분히 상감된 장이 예쁘다. 패턴은 멘디니스럽다.

mania 2008(나무상감에 금도금한 캐비넷)

대담한 색과 형태, 그리고 서랍마다 다른 심플하면서도 독특한 싸인들이 재미있었다.

 

 

안나 G 와인오프너

한없이 사랑스러운 멘디니의 생활소품들.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나하나 다 너무 예뻐 한참 봤다.


amuleto.

이태리어로 '수호물'. 손자의 눈건강과 행운을 빌기 위해 세계적 안과병원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었다고. 첨단 테크놀러지와 예술적 디자인이 결합된 상품이라고.

campanello

깜바넬로. 종. 터치하면 불이 들어오면서 영롱한 차임벨소리의 오르골 음악이 울린다. 여러 개를 톡톡 건드리면 얘네들끼리 함창.


ochestra di Allesandro

안나의 팔이 위 아래로 움직이면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사물들에게도 이렇게 생명을 부여하고자 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보이는 것 같다.

 

무라노 유리로 만든 화병.

그린의 무라노 유리 자체가 참 예뻤고, 유리를 슬쩍 조각해 단순하게 눈, 코를 만든 형상이 원초적이면서도 마치 모든 걸 보는 듯한 표정을 만든다.


natura morta


12 colonne

마치 사람 모양의 각기 다른 형태와 색의 배합으로 이루어진 열주들. 

 

 


너무나 따뜻하고 인간적인,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고 명랑한, 때로 생각의 전환을 일으키는 기발함들로 이루어진 작품들은 보는 내내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본 전시.

그의 긍정을 배울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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