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케르테츠
André Kertész
2017년 6월 9일 - 2017년 9월 3일.성곡미술관
전시 정보-
성곡미술관은 여름 특별전으로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앙드레 케르테츠André Kertész(1894-1985)의 사진전을 개최한다. 케르테츠는 70여 년의 오랜 활동 기간 동안 부다페스트, 파리, 뉴욕을 옮겨 다니며 작품 세계를 펼쳤다. 그는 사조나 유행에 얽매이지 않고 사진을 통해 일기를 쓰듯이 자신의 솔직한 감성을 자유롭게 담아냈다.
독학으로 사진을 익힌 케르테츠는 “내가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표현한다”는 자신의 작업원칙에 충실했으며, 나아가 사진매체의 잠재적 표현 가능성들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새로운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속, 정확한 카메라를 통해 일상의 풍경을 치밀한 화면 구성과 흑백의 농담으로 더 깊고, 세밀하게 담아내었다. 케르테츠는 어떤 사조나 그룹운동에도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다다, 초현실주의, 구성주의 같은 모더니즘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때로는 그들을 앞서나가는 혁신적인 작업을 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이 “우리가 해온 것들은 모두 그가 처음으로 했던 것”이라는 말로 칭송했던 케르테츠는 브라사이Brassaï, 로버트 카파Robert Capa 등 사진의 거장들을 리드하며, 향년 91세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작업을 이어갔다.
이번 전시는 그가 일생에 걸쳐 작업한 189점의 작품들을 헝가리(1912-1925), 파리(1925-1936), 뉴욕 시기(1936-1985)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케르테츠는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984년 필생의 작품들을 보존하겠다는 열망으로 10만 점의 원판 필름과 1만5천 점의 컬러 슬라이드 소장본을 프랑스 문화부에 기증했다. 본 전시는 그 원판으로 인화한 ‘모던 프린트’로 구성되었다.
전시 작품 중 제일 맘에 들었던 사진은 이거.
워싱턴 광장. 1954
하얗게 눈으로 뒤덮힌 공원에 어슷 어슷 서있는 빈 나무들, 빙글빙글 둘러져있는 산책로와 철책들. 이리로 저리로 오고가는 사람들.. 리듬과 선율이 느껴지는 사진이었다.
좌우로 혹은 아래 위로 위치를 바꾸면 바꾸는 대로 나무의 중첩이 달라지고 풍경이 달라질텐데, 어떤 구도가 나올까 궁금하다 싶었는데, 바로 옆에 이 사진..
워싱턴 광장. 1954
밤새 또 눈이 내렸다. 고운 눈 쌓인 밤의 고요...... 그 밤이 너무 아까워 누가 호젓이 발자국을 남겼다.
waschington squre 'day' &'night'로 불리는 모양.
1954년이니까 그의 뉴욕시기 작품. 1952년 워싱턴광장 앞 아파트에 정착해 망원렌즈로 주변을 찍었다고.
어찌보면 브레송류의 그의 사진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이미 브레송의 너무나 훌륭한 사진들을 봐 온 까닭에), 그가 브레송의 전세대이고 브레송이 그의 제자였고 브레송의 말대로 케르테츠의 사진이 최초의 시도였다는 걸 알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예를 들어 최초의 야경을 찍은 것도 케르테츠..
보츠카이광장. 부다페스트. 1914.
그는 1894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다.
전시회에서 헝가리에서의 삶이 가장 행복했다는 맥락의 얘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의 따뜻한 심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헝가리 시기의 사진들..
작은 거위들. 헝가리. 1918
친구들. 1917
집시아이들. 에스테르곰. 헝가리.1917.
1914년 전쟁에 참전해서도 전쟁의 참상보다는 이런 인간미가 있는 풍경들을 사진에 담았다.
부상당한 전우들. 에스테르곰. 1915
전면의 커다란 두 사람과 높은 벽, 왼쪽으로 점점 좁아지는 길과 벽돌지붕의 집, 조그마해진 사람들, 그 옆의 또 다른 집과 꼬리가 사라지는 길... 2차원의 평면임에도 중첩된 다층의 공간이 보인다.
젖소와 병사. 헝가리. 1917
소를 보고 이런 미소를 짓는 사람이 아무리 적이라해도 사람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있었을지...
수영하는 사람. 1917
그의 대표작 중 하나. 물과 빛의 어른거림, 물로 인한 형태의 왜곡이 재미있는데, 그 당시만해도 이런 시각은 아주 독창적인 것이었다고.
스케르쵸를 따라하는 나의 동생. 헝가리. 1919
그는 가족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었나보다. 항상 부인을 모델로 사진을 찍었고, 그의 동생 예뇌도 늘 그의 사진의 대상이었다.
대상의 티없는 즐거움, 그리고 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사진.
두나하라스티. 1919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 제일 행복했다던 고향의 풍경.
수영. 두나하라스티. 1919
물의 반영이 재미있다.
생미셸다리에서 보는 센강. 1925
아마도 긴 장마, 나무 하나가 폭우에 부러졌나보다. 가엾어하며 사진을 찍은 마음이 느껴진다.
몬드리안의 집에서. 1926
케르테츠는 1925년, 당시 현대미술의 중심지였던 파리로 간다. 몽파르나스에 머물며 당대를 이끄는 여러 작가들, 만 레이, 몬드리안, 브랑쿠시, 샤갈, 짜라 등과 교류하며 여러 신문과 잡지에 사진을 싣고 전시에 출품하는 등 그의 생애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친다.
몬드리안의 집. 강한 빛과 어둠의 대비, 화면의 수직, 수평선들에 변화를 주는 계단의 나선, 엑센트를 찍는
화병. 정말 딱 몬드리안스러운 사진.
졸리베광장. 파리.1927
블루와 교차로. 1930
그림자. 1933
그의 사진의 몇 몇 특징들. 대각의 구도, 빛이 만드는 그림자의 풍경, 위에서 내려보는 앵글에서 오는 독특한 시선.
우울한 튤립. 뉴욕.1939
파리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바탕으로 케르테츠는 사진 에이젼시와 계약을 맺고 1936년 뉴욕으로 이주. 하지만 계약은 1년만에 파기되고, 몇 몇 갤러리와 미술관에서의 전시에도 불구하고 그의 감성적 사진들은 미국에서는 합당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그는 경제적, 예술적 어려움에 봉착한다. 마치 그 당시의 그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한 사진.
분수에서 노는 아이들. 뉴욕. 1939
이 사진도 정말 좋았던 사진. 분수 가에서 놀던 개구쟁이, 여자아이들이 지나가는 걸 보고 장난기 발동, 물줄기를 발사. "어, 쟤 뭐야~"하며 급히 물줄기를 피해 걷는 아이들.. 티없는 아이들의 한순간을 절묘히 잘 포착했다는 생각.
귀향하는 배. 센트럴파크. 뉴욕. 1944
그의 사진의 또다른 특징. 물에 반영된 이미지들의 포착. 몸의 반을 가리는 커다란 돛단배를 들고 가는 사람,(왠지 소년이어야 할 것 같은) 언젠가 먼 바다로 나아갈 '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비 온뒤의 선창. 파리.1963
이 또한 물의 반영. 선창의 길을 전면에 가득 채운 과감한 구도가 좋다. (년도가 잘못됐나? 1936년인가?)
무제. 1963
그는 새로운 시류, 방법론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흑백사진만을 고집하지 않고 컬러가 나오니 컬러로 작업. 여전히 사람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
뉴욕.1963
사진은 그에게 일기와 같다는 인터뷰 내용이 있었다... 일부러 이벤트를 만들어 사진을 제작하는 게 아니라 그날 그날 마주치는 일상의 풍경을 일기를 쓰듯 찍는 것.
발코니. 마르티니크. 1972년 1월 1일
군말이 없는 심플함이 좋다.
.
뉴욕. 12월 23일
1977년, 사랑하던 부인 엘리자벳이 죽자 하나, 둘 사모은 오브제들을 폴라로이드로 찍어 부인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무제. 1981
미국에 이주한 후 1944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던 케르테츠는 인생의 후반기에 이르러서야 인정을 받기 시작해 1959년, 'infinity'에 기사가 개제되며 명성을 얻는 계기가 되었고, 1964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 개최를 시작으로 전세계 순회전을 열고 다수의 사진집도 발간하게 된다.
그는 1985년 뉴욕 자신의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
명성에 연연하지도 않고, 시류에 영합하지도 않고 자기 만의 기조를 지키며 마치 일기를 쓰듯 세상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았던 그의 사진들이 좋았다.
그의 사진들을 더 찾아보고 싶어 검색하던 중 어디선가 본 문장이 그의 사진관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Everything is a subject. Every subject has a rhythm. To feel it is the raison detre. The photograph is a fixed moment of such a raison detre, which lives on in itself." kerte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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