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paper, present-너를 위한 선물.

바다가는길 2018. 3. 15. 20:59



종이의 아름다움을 예술로 만나는 선물 같은 시간

대림미술관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섬세한 감각과 아날로그적 소재인 종이가 감성적인 매체로 확장되는 과정을 소개하는 전시 〈Paper, Present: 너를 위한 선물〉을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10팀의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종이의 본래적 속성에 집중하여 재료 자체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의 경이로운 장면이나, 평범한 일상이 생경하게 다가오는 순간,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법한 설렘과 추억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일곱 개의 공간으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공간에서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그 자체의 물성만을 활용하여 오브제부터 건축적 구조까지 자유자재로 형태를 만들어내는 페이퍼 아트 계의 가우디 ‘리차드 스위니(Richard Sweeney)’가 고요한 새벽에 반짝이는 별 빛을 연상시키는 크고 작은 종이 조각들을 선보입니다. 두 번째 공간에서는 순백의 종이에 화려한 패턴의 수를 놓는 핸드 컷팅의 귀재 ‘타히티 퍼슨(Tahiti Pehrson)’의 작품이 섬세한 손길로 환하게 부서지는 햇살을 담고 있고, 세 번째 공간에서는 빛과 색, 움직임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여 동서양의 감성을 동시에 담아내는 디자인 스튜디오 아틀리에 오이(atelier oï)’의 작품이 멈춰있는 시간을 깨우며 잔잔하게 흔들리는 바람을 느끼게 합니다. 종이 소재를 일상과 접목시킨 다양한 제품 및 가구 디자인을 선보이는 스튜디오 욥(Studio Job)’, 토라푸 아키텍츠(TORAFU ARCHITECTS)’, 토드 분체(Tord Boontje)’, ‘줄 와이벨(Jule Waibel)’의 작업들이 한 데 어우러져 연출된 네 번째 공간은 종이가 일상의 풍경 안으로 스며든 놀라운 장면을 마주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프랑스의 듀오 디자이너 짐앤주(Zim&Zou)’의 작품이 있는 다섯 번째 공간과 디자인 스튜디오 ‘완다 바르셀로나(Wanda Barcelona)’의 작품이 있는 여섯 번 째 공간은 종이로 만들어낼 수 있는 궁극의 화려함 속에 깃든 동화적 세계를 펼쳐냅니다. 마지막으로 젊은 감각으로 주목 받고 있는 국내 디자인 그룹 ‘마음 스튜디오(Maum Studio)’가 만든 핑크 빛 종이 갈대가 가득한 산책길은 관객들에게 공감각적인 체험을 제공합니다. 


하얀 종이는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종이는 단순한 기록을 위한 매체에서부터 아티스트들의 아이디어 노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의 시작점이 되어왔습니다. 〈Paper, Present: 너를 위한 선물〉展은 관객들에게 종이에 감성을 입혀 예술로 만나는 특별한 시간을 선물합니다. 바람, 별 빛, 햇살 등과 같은 자연 요소와 기억, 설렘과 같은 감정의 요소를 종이와 결합하여 구성한 공간들을 통해, 자연적 현상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고 아날로그적 정서를 자극하는 매체로서 종이를 경험하도록 할 것입니다.






Ricahrd Sweeney

순백의 종이를 다양한 기법으로 접어 만든 8점의 소형 종이 조각들과 대형 설치작품들은 마치 고요한 새벽녘의 별 빛처럼 어둠 속에서 반짝이며 종이가 지닌 우아한 면모를 드러냅니다

Untitled, 2017, Paper, monofilament nylon and adhesive, W1,000 x D190 x H200(cm)

아마 펼치면 1,2M쯤의 커다란 사각형의 평면지일 뿐일텐데, 그걸 접고 오리고 붙이는 단순한 작업을 통해  이런 3차원의 정교한 기하학적 형태를 만들어내는 게 신기했다. 그 자체로도 하나의 작품으로 충분하지만 거대 구조물의 에스키스 같기도..

















 




 Tahiti Pehrson

빛이 만들어 낸 그림자까지 작품의 일부로 여기는 타히티 퍼슨은 섬세하게 커팅된 흰 종이를 투과하며 햇살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통해 가벼움과 무거움을 동시에 보여주며 공간의 균형을 도모합니다.


The New Beginning, 2017, Paper, W792 x H183(cm)




페이퍼 커팅기법. 정교히 짜인 레이스를 보는 듯. 페이퍼 커팅의 문양자체도 아름답지만 빛과 만드는 그림자의 중첩이 아름다웠다.

각 전시공간마다 빛으로 바닥에 새겨져있던 짧은 문장들이 공간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배가시킨다.





atelier o? Aurel Aebi+Armand Louis+Patrick Reymond.스위스에 기반을 둔 디자이너트리오.

공중에 모빌처럼 설치된 아틀리에 오이의 작품은 순백의 종이를 투과하는 아름다운 빛과 그림자를 드리우며 작은 흔들림만으로도 멈춰진 시간을 깨우는 바람을 연상시킵니다.

Honminoshi Garden, 2017, Honmino Paper, Module size Ø120 x 65(cm) / Total 56 Modules

일본 기후현의 전통지로 만들었다는 모빌설치작품. 온통 순백의 공간에 순백색의 모빌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바람에 꽃잎이 흔들리듯 모빌들이 천천히 빙그르르, 빙그르르 돌아간다. 그 사이를 느리게 지나다보면 마치 배꽃 가득한 꽃나무 사이를 거니는 듯. 공간엔 아련한 향기가 감돌고, 약간 어둑한 조명에 조용하기 짝이 없는 흼들이 마음을 보드랍게 감싼다. 아무도없이 마치 꽃그늘 속인듯 오래 머물고 싶던 공간.













TORAFU ARCHITECTS  스즈노 코이치+키무로 산야.

고정관념을 뒤집는 실험적이고 재치 있는 작업을 선보이는 건축설계 사무소


Airvase, 2010, Paper, Ø19.3 cm

공기처럼 가벼운, 아니 공기처럼 가볍다기보다 제목처럼 공기그릇. 원형의 평면 종이를 정교히 커팅해 삼차원으로 올려세웠다. 커팅된 종이는 만지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크기도 형태도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다. 여기 작품들도 큐레이터들이 일일히 올려세워 만든 거라고. 이 그릇엔 공기말고는 그 무엇도 담긴 어렵겠지만 형태만 있는 그 숙명적 빔, 여백이 오히려 가뿐한 느낌. 아름다운 종이의 색, 다양한 모양, 그림자가 만드는 풍경이 좋았다. 참신한 아이디어.





Studio Job

종이 접기 방식으로 감각적인 작품을 완성하는 디자이너

Vase 1, 2017, Paper (Tyvek), H50 cm






Tord Boontje

우아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을 담은 제품 디자인의 거장

Midsummer Light, 2004, Die-cut Tyvek, W45.7 x H76.2(cm)

디자인페어 같은데서 많이 보던 조명. 토드 분체라는 작가의 것이었네.


Until Dawn, 2004, Die-cut Tyvek, W110 x H250(cm)

온갖 꽃과 풀들, 사슴, 토끼, 나비, 잠자리... 숲 하나가 통째로 들어있다.






Zim&Zou

강렬한 비주얼의 페이퍼 아트를 선보여 온 프랑스 듀오 디자이너


아날로그 문화에 대한 노스탤지어와 수공예적인 제작 과정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짐앤주의 화려한 작품들은, 거리의 쇼윈도 너머로 보이는 동화 같은 장면을 선사합니다.

Hermitage, 2017, Paper, W2500 x D1400 x H1100(cm)



Cabinet of Curiosities, 2012, Paper and adhesive


물고기 비늘 하나 하나, 새의 깃털 하나 하나, 수천의 조각들을 일일히 만들어 붙이는 정말 수공예적인 작업. 한 편의 동화같은 작품들.


    



1.Bird.  2.Moon. 3.Mountain. 4.Fishing. 5.Fox familly. 6.Deer

이것도 위트 넘치던 사랑스런 작품들. 어느 동화집의 일러스트 같다.






Wanda Barcelona

시공간을 초월한 종이 작업을 펼치는 스페인의 디자인 스튜디오 

4,000여 개의 종이 꽃송이들과 4,000여 개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로 초현실적인 정원을 구현한 설치 작업은 화려한 색에서부터 점점 엷어져 백색으로 이어지는 그러데이션 효과를 연출하며, 어느새 종이 꽃잎에 스며든 설렘을 선사합니다.

From Color to Eternity, 2017, Paper and string

그러고보니 아틀리에 오이도 그렇고, 마음스튜디오 작품도 그렇고 공간 설치작품들은 주로 숲의 분위기를 만들었네. 꽃나무숲, 등나무숲, 갈대숲. 도시에선  거할 수 있는 숲이라곤 빌딩숲밖에 없어서 그런가, 비록 가상의 숲들이지만 마냥 반갑고 좋고 아름답구나..

마치 숲길인듯 되도록 천천히 천천히 거닐기. 아틀리에 오이의 정갈하고 고요한 흰 공간도 좋고, 여기 스페인 스튜디오답게 다채롭게 색을 구사한 이 공간도 좋다.













Maum Studio

따뜻한 감성으로 소통하는 국내 디자인 그룹

여러 갈래로 무리 지은 연분홍빛의 종이 갈대들은 사방을 에워싼 거울에 반사되며 끝없이 펼쳐지는 산책로를 이루고, 천장에 드리운 은은한 빛이 더해져 동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며 지난 기억들을 떠올리거나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Paper Walk, 2017, Paper, Leaf size H80(cm)

이번엔 갈대숲. 사방의 거울로 무한확장되는 연핑크의 공간이 따사롭다. 사랑하는 연인들의 공간.





층을 오르내리는 계단의 풍경도 아기자기. 종이전이라 각기 색상표가 붙은 종이액자며, 전시장에서도 감성을 더해주던 이정현 작가의 글이 담긴 액자가 또 하나의 전시품처럼 벽에 걸려 계단도 하나의 전시공간으로 만들었네. 








미술관을 나서니 바로 앞으로 경복궁 담장이 보이길래 그쪽으로... 오늘 비 온 날. 대기가 상쾌하기 그지없다. 숨이 쉬어지는 날. 민속박물관에 들어서니 마당에 장한 나무가 서있다. 나무 꼭대기 까치집 두 채. 와! 너희 로얄층에 집 지었구나.


촉촉한 대기 맘껏 마시며 지붕 위 까치의 인사를 받으며 오늘을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