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의 그림자

바다가는길 2015. 12. 26. 19:39

백의 그림자 황정은| 민음사 | 2010년 06월

 

 

-여전히 난폭한 이 세계에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이 아직 몇 있으므로
세계가 그들에게 좀
덜 폭력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는데 이 세계는
진작부터
별로 거칠 것도 없다는 듯
이러고 있어
다만
곁에 있는 것으로 위로가 되길
바란다거나 하는 초
자기애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따뜻한 것을 조금 동원하고 싶었다
밤길에 간 두 사람이 누군가 만나기를 소망
한다

모두 건강하고
건강하길 --- '작가의 말' -

 

 

 

작가의 말을 천천히 읽어본다.

내 말이....

 

따스하고 또 서늘한 이야기.

포슬한 어투로 조용 조용 이어지는..., 등골이 찌르르 해지는... .

 

의 그림자, 일백 백에서의 '백'은 곧 모두를 의미하겠지.

힘 있는 것들이 밀면 그저 밀릴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아무 죄없이 성실히 삶을 영위해왔을 뿐인  그들을 보호해 줄 아무도 없는 건지...

이 순순하고 선선하고 착해빠진 사람들, 작가의 말처럼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고 건강했으면 하지만...

 

만인이 득을 보는 일이라 해도 그렇다고 단 한 사람의 희생이라도 당연시 되어서는 안되는데. 우리는 너무 쉽게 그 뒷 이야기를 잊는다.

너무 잘 써서 술술술 읽히는 문장으로 말없이 슥- 따뜻하면서도 서늘한 뭔가를 작가는 내민다.

 

그림자 없는 인간이 있을까. 다만 너무 자라고 깊어진 그림자에 잡혀먹히지 않게, 그림자가 너무 크고 짙어지지 않게 서로가 서로를 살펴주는 세상이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