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피에르 로랑 에마르 `쿠르탁 & 메시앙`

바다가는길 2016. 11. 25. 18:43

 

피에르 로랑 에마르 `쿠르탁 & 메시앙` Pierre-Laurent Aimard ‘Kurtag & Messiaen’

2016.11.24(목)8pm  LG아트센터

 

프로그램

1부

 

슈만 '소픔3번'

쿠르탁 팡파르

쿠르탁 시로커이 주저(헝가리 여성피아니스트)를 위한 선율

슈만 소품 1번

슈만 소품 2번

쿠르탁 코랄-러예츠키 벤여민(헝가리 수도사이자 음악학자)의 80세 생일에

슈만 음악수첩 1번

쿠르탁 메달-러요시 헤르나디(피아니스트)를 기억하며

슈만 음악수첩 3번

쿠르탁 평온한 위안-르네와 융커 가족을 위해

슈만 음악수첩 2번

쿠르탁 발린트(화가) 전시회의 서문

슈만 음악수첩 4번

쿠르탁 들판의 꽃들처럼(일로나 리게티(리게티의 어머니)를 기억하며)

슈만 음악수첩 5번

쿠르탁 유디트(손녀)를 위한 생일 엘레지-그녀의 왼손 두 번째 손가락을 위하여

쿠르탁 홍수-사이렌-노아를 기다리며

슈만 노벨레테

쿠르탁 프렐류드

쿠르탁 언털 도러(헝가리의 음반프로듀서)의 생일을 위해

쿠르탁 헤르먼 임례(정신과 의사)의 90세 생일을 축하하며

쿠르탁 만디 머르기트(헝가리 음악가)를 위한 종들

쿠르탁 리가투라 y

쿠르탁 튄데 시터(악보출판업자)를 위한 습작

스베일 링크 4성부 반음계적 환상곡 258

쿠르탁 이름없는 수난곡

쿠르탁 미지를 향해 가는 이집트 커플 1,2

쿠르탁 무한의 놀이

 

2부

 

다캥 클라브생 모음곡 중 뻐꾸기, 제비, 분노의 바람 발췌

메시앙 새의 카탈로그 중 제 7권 마도요

쇼팽 녹턴 1번 B플랫 단조

메시앙 새의 카탈로그 중 제 3권 숲 종다리

 

 

앙콜 곡

 

올해 초 세상을 떠난 현대음악의 거목, 피에르 불레즈(Pierre Boulez)를 추모하며...

 불레즈 노타시옹(Notations) 5번-8번, 9번-12번, 1,3,4,2번

 

 

 

메시앙을 듣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레퍼토리에 메시앙이 있는 걸 보고 무조건 찜.

처음엔 메시앙 만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된 줄 알았다가 상세 프로그램에 쿠르탁이니 하는 다른 작곡가들의 곡 연주가 더 많고 메시앙은 달랑  두 곡인 걸 보고 낚였나 싶기도 했지만 메시앙 외엔 다 들어보지 못한 작곡가들의 음악이어서 새로운 음악을 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었다.

그런데 연주의 구성에 또 한 번 의구심.

현대 음악가와 슈만? 메시앙에 쇼팽? 뭐지?

하지만 막상 들어보니 의외로 그다지 이상하지도 생뚱맞지도 않고 제법 잘 어울린다고 할까, 다른 재질의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며 독특한 패브릭을 직조해내는 느낌이었다.

쿠르탁의 레퍼토리는 "게임'이라는 소품집의 곡들.

제목이 '게임'이지만 내가 느끼기엔 'play', '놀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 곡들.

진지한 감성의 곡도 있었지만, 의자에 앉으면 바닥에 발도 닿지않는 꼬마아이가 발을 찰랑거리며 띵똥땡똥 치는 듯 천진한 느낌의 곡들 많았다.

몇 몇 곡, 몇 몇 부분은 좋아서 이게 어떤 곡일까 프로그램을 보며 순서를 살피기도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음악에만 집중, 나쁘지 않았지만 크게 인상적이지도 않았고, 슈만은 그동안 이상하게 왠지 지루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의외로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들렸고, 스베일 링크는 생존연대가 1561-1621, 바흐보다도 더 이전 작곡가임에도 고루한 느낌없이 바로크적이면서도 낭만적으로 들려 좋았고, 다캥은 정말 지루해서 다시는 찾아들을 것 같지 않고...

역시 메시앙이 독보적이었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영롱한 소리의 색깔들.

연주자에게서 눈을 떼고 멍하니 허공을 보며 소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다채로운 풍경들을 그리게했다.

마도요, 불행한 결말, 뒤로 그 아픔을 위로하듯 울려나오는 쇼팽의 녹턴은 유난히도 부드러우면서도 애잔했다.

숲종다리는 내게는 슬픔에 빠진 남자와 슬픔이라고는 모르는 창 밖의 즐거운 새의 이중주로 들리기도...

 

오늘 연주는 슈만에 대한 편견 깨기, 스벨일 링크의 발견,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메시앙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언제쯤 그의 전곡 연주회를 들을 수 있을지...

 

 

-프랑스의 대가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근원의 에너지는 카톨릭적 신비주의에서 온다. 그는 음악을 '카톨릭 신학 교리에의 봉사'라고 표현하곤 했다. 자신의 종교적 감정이 예술적 표현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라고 강조했던 그는 '신의 사랑, 인간의 사랑, 자연의 사랑을 제자들에게도 가르치려 노력했다. 20대부터 멜로디에 집착하던 메시앙의 자세가 리듬에 대한 찬양으로 그 전환점을 맞게 되는 계기가 아마도 이 피아노를 위한 대곡 "새의 카탈로그(1956-58)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새의 지저귐과 울음소리에 대한 그의 집착은 종교적 신비성과 어우러졌는데, 오선지를 들고 직접 새소리를 채보하는 그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친숙하다. "멜로디와 리듬에 대해 나는 항상 미미한 음정과 매우 짧은 음의 길이만을 제외하고는 궁극적으로 그대로 기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므로 매우 작은 음정과 짧은 리듬은 실제보다 약간 큰 음정과 긴 형태로 그려진다." 이처럼'신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존재'로서의 새의 소리를 작품에서 그대로 나타내려 노력한 메시앙이었지만, 총체적인 조화를 위해 음정과 음길이의 관계, 템포와 음역의 관계를 일정하게 조정하여 연주자와 감상자들이 음악을 감상하는데 용이하게 조정한 부분들도 눈에 띈다. 아울러 이 작품에는 메시앙의 전형적인 기법, 즉 선법과 불협화음, 인도네시아와 그 외의 동양적 리듬, 상반된 요소의 예상을 깨는 반전과 반복 등이 효과적으로 나타나 있다. 총 7권으로 나뉘어진 이 곡집은 악장의 개수로는 13곡이나 된다. 부제는 '프랑스 각 지역의 새들의 노래'이며 작곡가는 모두 77마리의 프랑스의 새들을 묘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에 연주되는 두 곡은 전곡 가운데 새들의 노랫소리와 그 안에 둘러싸여 있는 음악가의 모습이 가장 현식적으로 그려져 있는 작품이다. '마도요'는 비교적 넓은 도약과 굵은 음상, 거기에 상징적인 느낌으로 등장하는 저음부가 인상적이며, '숲 종다리'는 하늘로 높이 뻗어 올라가는 새의 울음과 동시에 갶은 심연으로 침잠하는 인간 심리의 반영이 두드러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