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21. 8시. 롯데 콘서트홀
Program
J. S. Bach
1.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2번 가단조. BWV 1003
1.grave 2.fuga 3.andante 4.allegro
2.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파르티타 3번 마장조. BWV 1006
1.preludio 2.loure 3.gavotte en rondo 4.menuett1 5.menuett2 6.bourree 7.gigue
3.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소나타 3번 다장조. BWV 1005
1.adagio 2.fuga 3.largo 4.allegro assai
요즘은 이렇게 한 작곡가의 곡만으로 프로그램이 짜여지는 음악회가 많아져서 좋다.
힐러리 한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들로 이루어진 연주회라니 당연히 찜.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워낙 좋아하던 곡이라 기대에 차 연주회장을 찾았다.
이 이상은 원하지도 않아, 싶은 연주들이 있다.
처음에 들었던 게 그루미오였고, 들으면서, 이거면 됐다, 더이상은 바라지도 않는다 싶게 좋았어서, 그녀의 연주는 어떨까가 궁금했었는데 힐러리 한은 느린 악장에서의 표현이 참 좋았다는 생각.
눈 앞에 보고있는 연주자가 여성이라 나도 모르게 선입견이 있었을까, 소리를 참 예쁘게 표현한다는 생각이 첫 악장부터 들더라.
티켓을 예매해놓고 우연히 읽게 된 어느 잡지의 인터뷰글에서였나? 연주는 관객들에게 어떤 '감정적 경험'을 주느냐가 관건이라는 이야기에 공감했었던 기억이 있다.
'무제'라고 적힌 추상회화에서도 기어코 어떤 형태를 찾아내듯이, 가사도 없는 연주곡을 들으면서도 무수한 마음의 풍경을 떠올리게되고 이런 저런 감정에 빠지곤 한다.
저렴한 티켓을 산 관계로 관객들을 마주보고 있었는데, 그녀가 슬픈 느린 악장들을 연주할 때면 객석 여기저기서 손들이 눈가를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고스란히 보였었다.
남이 울면 따라 우는 습관에 눈물을 참으려 애써야하는 순간들이 있었고..
분명 어떤 감정들을 끌어내긴 했는데, 빠른 악장에서 손이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너무 평이했다는 느낌.
그루미오같은 서늘한 날카로움, 드라마틱함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나저나 또다시 바흐에 대한 생각.
이 사람은 분명 지구인은 아니지, 싶은 생각.
열 명도 넘는 자식을 낳고 그 대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며, 평생 부지런히 직장생활을 하고, 요구받는 대로 곡들을 생산하고, 끊임없이 작품번호 1000번이 넘게 작곡을 하고, 게다가 프로그램을 보니 그는 궁정악단의 콘체르트 마이스터이기도, 카펠마이스터이기도 했다는데, 콘체르트 마이스터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악단을 이끄는 거고, 카펠마이스터는 오르간을 연주하면서 악단을 이끄는 사람을 일컫는 명칭이라고.
그 말은 바흐가 작곡가일 뿐 아니라 바이올린에도, 오르간에도 뛰어난 연주자였다는 것.
게다가 다작의 그 곡들은 하나같이 그처럼 명곡들이고.
천재가 갖는 괴팍함도 없이 무심히, 부지런히 그 천재를 살아 낸 인생이 신기하다.
연주회는 나쁘지않았지만 뭔가 부족해, 갈증을 일으켜 오랜만에 바흐의 소나타와 파르티타들을 다시 듣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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