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죽어가는, 그리고 죽고 싶은 한 남자, 마침내 죽기 위해 고향 땅을 찾다” 쉰다섯 살, 고향땅을 찾은 허름한 양복차림의 남자가 털털거리는 시골버스에서 내렸다. 그의 트렁크 맨 밑바닥에는 현금으로 받은 퇴직금 뭉치가 깔려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고의로라도 찾아오지 않았던 고향땅에 다시 걸음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제대로 죽기 위해서였다. 이름 모를 괴한에게 무참히 살해된 여동생, 그 사건에 대한 복수심에 불 타 엉뚱한 타인을 실수로 죽이고 행방불명된 남동생, 연달아 일어난 비극을 못 이겨 극약을 먹고 자살한 어머니……. 일찍이 출세라는 개인적 열망에 가족을 버리고 도시로 올라온 주인공은 극단적으로 엉켜버린 가족사로 인해 몸 바쳐 일한 회사에서 버림받고, 아내에게서도 이별을 통보받는다. 게다가 당뇨성 망막증이라는 실명위기까지 선고받은 그는 ‘그간 해보지 못했던 마음 내키는 대로의 삶’을 살아보다, 완전히 실명에 이르면 미련 없이 목숨을 끊어보자는 계획을 세우고 고향을 찾는다. 그런 그에게 고향에서 만난 온갖 자연과 우연들, 그리고 이름 모를 ‘녀석’과의 조우로 인생 막바지의 그에게 생각지 못한 내적 반전들이 쏟아진다. 주변에 일어나는 온갖 비극에 떠밀려 절벽 끝에 선 사람. 떨어져내려도 좋다는 마음으로 고향에 돌아온다. 그곳은 치를 떨며 도망쳤던 지리멸렬한 고장. 하지만 5년마다 엽기적인 살인이 일어나고 그의 여동생 또한 그 희생자였다. 그 비극으로 온 가족이 죽음을 맞이했고, 이젠 홀로 남아 그 또한 죽음을 찾아 돌아온 그곳에서 그는 여동생을 죽인 살인자를 찾아나선다. 평범하디 평범한 한 사람이 엽기적인 살인을 벌이는 광인을 쫓다가 결국 스스로 광인이 되는 이야기. 범인을 찾는 스릴러같은 이야기의 틀 속에 한 남자가 서서히 변화하는 심리적 과정이 현란한 묘사로 펼쳐진다. 하루키를 두 번 이상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던 적이 있던가? 하지만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은 한 번 읽고도 다시 읽고 싶어지는 글이다. 그가 묘사하는 장면, 장면들, 사람들, 삶들이 너무 선명하다. 내게 마루야마 겐지의 최고의 소설은 '천일의 유리'지만 아 책 역시 푹 빠져 읽었던 이야기였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언제든 기회만 만나면 발아할 무의식 깊숙히 숨어있는 그 광기란.... 마루야마 겐지 (Kenji Maruyama,まるやま けんじ,丸山 健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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