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신지아,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2021

바다가는길 2021. 4. 15. 15:15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 2021 : 신지아,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

두 명의 작곡가, 여덟 개의 계절

 

 

 


해설 : 김성현
연주 : 신지아(바이올린)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


[PROGRAM]
비발디 – 사계: 봄 여름 가을 겨울

  • 협주곡 1번 마장조, 작품번호 8번, RV. 269 "봄-알레그로/라르고/알레그로 파스트롤레
  • 2번 사단조, 작품번호 8번, RV. 315 "여름"-알레그로 논 몰토/아다지오 에 피아노 - 프레스토 에 포르테/프레스토
  • 3번 바장조, 작품번호 8번, RV. 293 "가을"-알레그로/아다지오 몰토/알레그로
  • 4번 바단조, 작품번호 8번, RV. 297 "겨울"-알레그로 논 몰토/라르고/알레그로

피아졸라 -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가을 겨울 봄 여름

 

 

 

오전 11시30분의 공연이라니... 이 시간대의 공연은 처음 듣는 것 같다.

비발디의 사계와 피아졸라의 사계.

둘 다 너무나 알록달록 재미있는 곡들.

 

연주에 앞서 해설자의 해설이 있었다.

비발디의 고향 베네치아, 물의 도시이며 군사의 도시이며 상업의 도시이며, 또 뭐랬더라?

어쨌든 비발디는 베네치아 태생으로 베네치아의 고아원에서 30여년간 음악교사로 재직했다고.

베네치아의 유명한 산 미켈레섬에는 파운드니 스트라빈스키, 디아길레프 등 유명인이 묻혀있다는 설명, 을 들으며 그들은 왜 생뚱맞게 이탈리아의 섬에 묻혔을까 궁금했었는데, 비발디를 검색하니 막상 비발디는 말년에 유럽 도시들을 떠돌다 빈에서 죽어 거기 묻혔단다. 아이러니.

 

신지아는, 몇 년 전 그녀가 진행하는 음악프로를 재미있게 보면서 아, 좋은 연주자네 관심을 가졌었고 그 후 그녀의 앨범도 챙겨 듣곤 했는데, 실제 연주를 듣는 건 처음. 디토의 연주도 처음 듣는 것 같은데...

먼저 무대를 시작하는 디토, 소리가 깊고 따뜻하고 앙상블이 좋다, 요즘 한참 즐겨보던 팬텀싱어 올스타전에서 자주 나오는 언급처럼 소리들이 잘 섞여 밸런스가 좋다.

신지아의 바이올린은 소리가 명징하면서도 표현력이 참 풍부해. 이야기를 들려줘.

오늘 내가 들은 비발디의 사계는 한 새의 일생 같았다.

봄동산에서 무리에 섞여 즐겁게 지저귀는 어린 새, 꽃샘추위에 떠는 새, 폭풍우 속을 바람을 거스르려 애쓰며 나는 새, 비에 젖은 새, 겨우 쉴 곳을 찾은 새, 따뜻한 불 가의 새, 무리와 다시 만나지만 죽음에 이르는 새... 새의 죽음에 아랑곳없는 청명하고 차가운 겨울 풍경...

새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느라, 인터미션도 없이 진행된 그 다음 곡 피아졸라에 대한 해설자의 설명이 잘 귀에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집에 와 비발디의 사계를 검색하면서야 이 곡이 소네트에 곡을 붙인 표제음악인 걸 처음 알았다.

음악을 들으면서 떠올렸던 풍경들이 얼추 맞네.

비발디의 음악이 그만큼 시를 잘 묘사했다는 거고, 신지아의 연주가 그걸 또 잘 표현했다는 거고.

 

피아졸라의 사계는, 아, 그 설명이 생각나네, 기돈 크레머가 편곡했다고. (기돈 크레머의 의뢰로 데샤트니코프가 편곡)

전에 사라장의 연주로 처음 듣고, 뭐 이렇게 재미난 곡이 있었어? 놀랐던 기억.

신지아의 연주도 역시 명료하면서도 드라마틱 한 게 너무 재미있었다.

비발디의 모티브를 슬며시 집어넣은, 그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너무 잘 어울리면서도 피아졸라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는 곡.

 

레퍼토리가 잡다하지않고 듣고 싶은 곡의 전곡을 다 들을 수 있어서 만족.

디토도 좋았고 신지아도 좋았고, 두 팀의 앙상블도 참 좋았다.

아, 잠깐 그게 궁금했었지, 이런 경우 누가 디렉팅을 하는 걸까, 하는. 곡을 꾸려나가는 주도권을 누가 갖는 걸까? 역시 독주자일까? 해석에 따라 곡이 달라지게 마련일텐데.

다음에 사계를 들을 때 검색해놓은 소네트를 읽으며, 곡 해설을 따라 음악을 들어봐야겠다.

 

흔한 드레스 대신 팬츠를 연주복으로 입은 그녀, 멋져보였음.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 

 

협주곡집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Op.8)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였던 안토니오 비발디는 어려서부터 뛰어난 바이올린 주자로 명성을 날렸다. 그는 작곡에 있어서도 악기의 음색과 기교적인 화려함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악음악을 많이 작곡했는데, 특별히 협주곡의 독창적인 양식과 혁신에 있어서 큰 공헌을 했다. 비발디는 300여곡이 넘는 협주곡을 작곡했는데, 그중에 약 200여 곡은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이며 나머지는 다른 악기를 위한 곡이다. 특히 그는 첼로, 바순, 만돌린, 트럼펫 등 기존 협주곡에서 독주 악기로 잘 사용하지 않았던 악기를 위해 협주곡을 작곡하면서 협주곡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보였다.

비발디는 1711년 첫 번째 협주곡집인 《조화의 영감》(Op.3)을 출판한 이후, 꾸준히 다양한 편성의 협주곡집을 선보였다...  1716~1717년 즈음에 한층 원숙해진 작품들을 모은 새로운 협주곡집인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Il cimento dell'armonia e dell'invenzione, Op.8)가 완성되었다...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에는 총 열두 개의 협주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열두 곡 모두 독주 바이올린과 현악기, 바소 콘티누오 편성으로 작곡되었다...

비발디의 곡에서는 자연과 일상, 그리고 주관적인 정서 등을 음악적으로 묘사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작품의 부제를 통해 보여주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사계〉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의 풍경과 특징을 1번부터 4번으로 나누어 협주곡에 담아내었다. “사계 협주곡”으로 불리면서, 비발디의 가장 인기 있는 작품으로 널리 연주되고 있다.

이 밖에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에는 사계 협주곡 외에도 〈바다의 폭풍우〉, 〈피젠델을 위하여〉, 〈사냥〉 등 부제가 붙은 표제적인 음악들이 여러 곡 포함되어 있다.

 

 

〈사계〉 협주곡은 작자 미상으로 전해져 오는 이탈리아의 정형시인 소네트를 기초로 하여 작곡된 것으로, 악보에는 소네트가 함께 실려 있어 어떤 풍경과 정서를 음악으로 옮긴 것인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자연과 정서를 묘사했다는 점에서 ‘음에 의한 풍경화’라는 표현으로 불리기도 하는 협주곡 〈사계〉는 19세기 이후에 유행하는 표제음악의 효시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중요성을 찾을 수 있다.

1번 E장조 〈봄〉

 

1악장-

봄이 왔다. 작은 새들은 즐겁게 노래하며 봄에게 인사한다.
산들바람에 실려 나와 냇물은 도란도란 흘러간다.
하늘이 어두워지자, 봄날의 천둥이 울려 퍼지고, 번개가 번쩍인다.
폭풍우가 지나가고 나면 작은 새들이 다시 아름다운 노래를 지저귀기 시작한다.

 

2악장

여기, 꽃이 한창인 아름다운 초원에는 나무 잎사귀가 속삭이고
산의 양치기는 충실한 개 옆에서 깊은 잠에 빠져든다.

 

3악장

요정과 양치기들은 눈부시게 빛나는 보금자리에서,
전원의 양치기의 피리 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이 눈부신 봄날에.

 

〈사계〉의 시작을 장식하는 〈봄〉은 새들이 노래하고 얼어붙었던 시냇물이 녹아내리면서 봄기운이 무르익어가는 풍경을 음악으로 그려냈다. ‘1악장 알레그로’에서는 새가 지저귀고,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 등을 바이올린을 통해 감각적으로 묘사한다. 트릴과 트레몰로, 16분음표의 빠른 연속 진행 등이 약동하는 봄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계〉 중 가장 유명하고 널리 연주되는 악장이기도 하다. 느린 템포의 ‘2악장 라르고’는 c♯단조로 분위기를 바꿔 나른한 봄기운 속 낮잠에 빠져드는 양치기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첼로를 비롯해 낮은 성부 악기는 연주하지 않고 바이올린 성부 위주로 연주되며, 바람에 한들거리는 나뭇잎들의 움직임과 서서히 잠이 드는 양치기의 모습을 담는다. 3악장은 다시 알레그로의 흥겨운 템포로 펼쳐지는데, 8분의12박자에 춤곡 리듬을 연상시킨다. 솔로와 투티가 교대로 등장하는 리토르넬로 형식이며, 첫 번째 투티 부분에서는 옛날 양치기들이 즐겨 연주하던 피리(뮤제트, 17~18세기 프랑스에서 유행한 백파이프의 일종)의 소리를 모방하기 위해 길게 지속되는 저음을 낸다. 그 위로 흥겹고 경쾌한 선율이 펼쳐진다.

 

 

 

2번 g단조 〈여름〉

 

1악장

찌는 듯한 여름 햇살 속에서 사람과 동물은 활기를 잃고
나무와 풀도 타들어간다.
뻐꾸기가 지저귀고 산비둘기와 방울새가 노래한다.
산들바람이 기분좋게 불어오자 북풍이 산들바람을 덮치고
양치기는 자신의 불운과 갑작스런 폭풍을 한탄하며 눈물을 흘리나.

 

2악장

천둥 번개에 놀락 파리와 호박벌에 시달려
양치기의 팔다리는 편안하지 않네.

 

3악장

아, 그의 두려움은 얼마나 옳은 것이었던가!
천둥과 번개와 우박이 잘 여문 곡물의 이삭을 상처 입게 한다.

 

2번 〈여름〉의 1악장 ‘알레그로 논 몰토-알레그로’는 전체적으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찌는 듯한 날씨에 사람, 짐승 모두 지쳐 버린 모습을 묘사하듯 쉼표와 음표를 교대로 사용하면서 나른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비둘기와 방울새 등 새들의 소리가 각각 개성적인 모티브를 통해 묘사되고 세 번째 부분에서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하는데, 16분음표의 빠른 패시지가 엄청난 바람과 빗소리를 묘사하고, ‘2악장 아다지오-프레스토-아다지오’는 느리고 빠른 템포가 번갈아 등장하면서 천둥 번개의 긴장감과 그 사이에서 지치고 피곤한 양치기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그리고 있다. ‘3악장 프레스토’는 여름의 격렬한 폭풍우가 다시 한 번 몰아친다. 프레스토의 빠른 템포로 현악기 전체가 트레몰로로 빠르고 긴장감 넘치는 선율을 연주한다.

 

 

 

3번 F장조 〈가을〉

 

1악장

마을 사람들은 춤과 노래로 수확의 기쁨을 축하한다.
바쿠스의 술에 취해 흥겨워지고 결국은 모두 깊이 잠이 든다.

 

2악장

모두 춤추고 노래하기를 멈추는 것은 평온한 공기가 가져다 준 온화함 때문이요.
계절이 달콤한 잠을 즐기도록 사람들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3악장

사냥꾼들 새벽에 나팔과 총을 들고 개와 함께 집을 나선다.
짐승들은 달아나고 그들을 쫓는다.
짐승들은 총소리와 개 짖는 소리에 지치고 상처입어 떨며 도망친다.
그리고 도망칠 힘을 잃고 죽고 만다.

 

3번 〈가을〉의 ‘1악장 알레그로’는 수확의 기쁨을 즐기는 농민들의 모습을 묘사했다. 8분음표가 주를 이루는 도입 부분의 선율이 흥겨운 축제의 분위기를 이끌며, 유명한 주제 선율은 악기 전체의 투티(tutti)를 시작으로 솔로 부분, 그리고 다시 다음 번 투티까지 세 번에 걸쳐 반복되어 나타난다. 중간 부분 이후부터는 술에 취하고 흥이 오른 사람들의 모습을 비발디 특유의 재치와 유머 있는 음형들로 그리고 있다. ‘2악장 아다지오’는 술에 취한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져 잠이 드는 모습이 느린 템포로 전개된다. 이 부분은 현악기의 움직임을 최대한 줄인 채 완만하고 단조로운 음형들이 주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4번 f단조 〈겨울〉

 

1악장

눈 속에서 끔찍한 바람 속에 꽁꽁 얼어붙어 떨며
휘몰아치는 바람을 향해 사람이 간다.
쉬지 않고 움직이지만 혹독한 추위에 이가 덜덜 떨린다.

 

2악장

난로 옆에서 조요히 평안한 낮을 보낸다.
밖에서는 비가 만물을 적신다.

 

3악장

얼음 위를 넘어지지 않으려고 느리게 움직인다.
난폭하게 걷다가 미끄러져 넘어져도 일어나서 얼음이 깨질 정도로 힘차게 달린다.
닫힌 문을 열고 나가, 남풍, 북풍, 모든 겨울바람이 싸우는 것에 귀 기울인다.
이것이 겨울이고 겨울은 역시 즐겁다.

 

1악장 알레그로 논 몰토’는 독주 바이올린의 트릴과 8분음표의 음형이 차가운 눈 속에 벌벌 떠는 사람의 모습을 묘사하고, 16분음표의 급격히 빨라지는 패시지가 휘몰아치는 겨울바람을 표현한다. 바람 때문에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람의 모습은 같은 음을 반복하는 것으로 묘사했다. 느리고 평온한 템포의 ‘2악장 라르고’는 현악기의 피치카토 위를 독주 바이올린이 서정적인 선율로 펼쳐나간다. ‘3악장 알레그로-렌토-알레그로’는 다시 빠르고 경쾌한 느낌을 주며 얼음을 지치며 달려가는 모습이 긴장감과 활기차게 펼쳐진다. 특히 남풍이 부는 모습은 〈사계〉 2번 〈여름〉에 사용된 모티브가 변형되어 사용되었다.

 

 

 

 

Astor Pantaleon Piazzolla(1921~1992)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Las Quatro Estaciones Portenas)

 

1965년부터 1970년 사이에 작곡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Las Quatro Estaciones Portenas)〉는 비발디의 〈사계〉를 참고해서 항구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절을 그린 곡이다. 여기서 피아졸라는 비발디의 〈사계〉를 자유분방한 탱고로 바꾸어 놓았다. 〈가을〉은 독주 바이올린의 리드미컬한 탱고로 시작한다. 중간에 독주 첼로가 느리고 멜랑콜리한 선율을 연주하고, 이것이 끝나면 카덴차를 연상시키듯 눈부시게 화려한 바이올린 독주가 이어진다. 〈겨울〉의 전반부에서는 현악기의 무거운 반주를 배경으로 독주 바이올린이 자유분방한 집시 스타일의 멜로디를 연주한다. 곡이 끝날 무렵 비발디의 〈겨울〉 2악장의 주제 선율이 피치카토로 등장한다. 〈봄〉은 탱고 리듬이 살아 숨 쉬는 밝고 경쾌한 곡이다. 〈여름〉은 네 곡 중에서 비발디의 원곡이 가장 많이 나오는 악장이다. 원곡의 멜로디를 탱고 리듬으로 바꾸어 연주하기도 하고, 단편적으로나마 원곡의 멜로디가 그대로 등장하기도 한다.

 

기돈 크레머가 각각 따로 작곡된 피아졸라의 네 작품을 모아 작곡가 데샤트니코프에게 편곡을 부탁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를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