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륭 깊이 읽기 - 우리 문학 깊이 읽기 |
박상륭 소설이라는 거대한, 난해한 퍼즐 풀기.
한 번 빠져들면 도로 빠져나올 수 없게 되고 마는 그의 글들의 매니아들이 평론가라는 이름으로 모두 모여
무수한 암호에 대한 열쇠가 되는 단초들을 제공해준다.
'아, 그게 그런 의미였구나' 새삼 이해하게 되는 것들.
아주 어려운 퍼즐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그사람 자체가 그 퍼즐보다 더 복잡하기 마련.
에세이에서조차 일상인으로서의 자기를 보여주지 않는 그를 대신해서 그를 아는 지인들이 그의 모습을 보여주어 즐겁다.
다시 한 번 느끼는 거지만, 존재함에 대한 그토록 깊은 통찰이나, 무궁무진하게 샘 솟는 자유자재하게 구사되는 마술같은 언어들, 그런 묘사술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는 애초에 그렇게 타고난 사람이 아닐지, 아주 여러 번 살아 노회해진 사람이 아닐지.
'대중, '중아'란 염통을 갖지못해, 말세 이전까지는 죽지도, 죽일 수도없는 괴물과도 같다. 이 괴물은, 그 힘세기에 있어선, 신과 사람의 중간쯤에 있으나, 욕망의 면에선, 사람과 짐승의 중간에 있는 존재로 보인다.
'대중'도 힘에 있어서는 개아의 그것에 비해 (그것을 이룬 개아의 수에 비례한다고 말했으면 좋겠는데,사실은 그보다 훨씬 더)막강하며, 초월적이기까지 하되, 그 욕망에 있어서는, 인식하고 의식하며, 욕망을 줄이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기는 개아들의 그것에 비해, 제 살까지 뜯어먹는 에뤽식톤의 창자에 비유해야 할 터'
'생에 대한 맹목적인 상찬. 자기자신의 여과기를 거치지않은 삶이라는 익명적인 실체에 대한 저돌적 믿음, 그저 하나의 본능...' -김현-
'조화란 미진한 듯한그 미묘한 곳에서 이뤄지는 것이며 그렇기에 우주는 멈추지않는 것이었다.
진실로 진정으로 완전하다는 것은, 허원다운, 그 불모해져버리는 완전이 아니라, 생멸이 영원히 갈아들 수 있는, 그 완전이라야 완성된 완전인 것을...' -유리장-
'배하고 바다하고 한 몸으로 이서져버리는 고 혼사는, 참말이제 한 두번 배를 타갖고는 모른다고.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요 세상은 암놈하고 수놈하고 있어서, 고 혼사 속에서 절후도 베끼고, 풍랑도 일어나는 것맹이라고. 고자란 건 있덜 안한 것맹이라고. 그란디 요런 혼사의 조화속을 떠나 또로 떨어져버리면 고때 내가 고자인 것을 새삼스럽게 알아버리고 마라...' -남도-
'이 외로운 천재의 소맷자락 끝을 붙잡고 나는 전전긍긍한다. 왜냐하면, 그 소맷자락 끝이 조금 읽히는 까닭이다.
아예 안보이면 좋을 것을, 그 '조금 읽히는 것'이 나의 병통이다.
왜냐하면, 일단 존재의 두통이 시작되면, 바보가 되든지, 깨우친 자가 되기 전에는 그것으로부터 도망칠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김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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