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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그 여자네 집 |
사람은 무릇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곳에서, 그런 것들에 싸여, 그런 것들을 마음에 담고, 그런 것들을 눈에 들이며, 그런 마음으로, 그렇게...
여기에 없는 것들이 거기에 다 있다.
찾아가 깃들고싶은 마음동네.
눈 오는 집의 하루
아침밥 먹고
또 밥 먹는다
문 열고 마루에 나가
숟가락 들고 서서
눈 위에 눈이 오는 눈을 보다가
방에 들어와
또 밥 먹는다.
봄 옷 입은 산 그림자
그저께 엊그저께 걷던 길
어제도 걷고 오늘도 걸었습니다
그저께 엊그저께 그 길에서
어제 듣던 물소리
오늘은 어데로 가고
새로 찾아든 물소리 하나 듣습니다
문득 새로워 걷던 발길 멈추고
가만히 서서 귀 기울여봅니다
아, 그 물소리 새 물소리
봄 옷 입은 산그늘 강 건너는 소리입니다.
하루
하루 종일 산만 보다 왔습니다
하루 종일 물만 보다 왔습니다
환하게 열리는 산
환하게 열리는 물
하루 종일 물만 보다 왔습니다
하루 종일 산만 보다 왔습니다
섬진강 15
-겨울, 사랑의 편지-
산 사이
작은 들과 작은 강과 마을이
겨울 달빛 속에 그만 그만하게
가만히 있는 곳
사람들이 그렇게 거기 오래 오래
논과 밭과 함께
가난하게 삽니다
겨울 논길을 지나며
맑은 피로 가만히 숨 멈추고 얼어있는
시린 보릿잎에 얼굴을 대보면
따뜻한 피만이 얼 수 있고
따뜻한 가슴만이 진정 녹을 수 있음을
이 겨울에 믿습니다
달빛 산빛을 머금으며
서리 낀 풀잎들을 스치며
강물에 이르면
잔 물결 그대로 반짝이며
가만 가만 어는
살땅김의 잔잔한 끌림과 이 아픔
땅을 향한 겨울 풀들의
몸 다 뉘인 이 그리움
당신,
아, 맑은 피로 어는
겨울 달빛 속의 물풀
그 풀빛같은 당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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