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동안에- 마루야마 겐지

바다가는길 2006. 1. 31. 20:59

천년 동안에 1

마루야마 겐지 저/김난주| 문학동네 |

 

 

천 년을 산 나무의 입을 빌어 말하는 인간 비판.

자아비판.

좁게는 자신의 나라 일본 민중과 일본 사회, 일본의 야심에 대한 비판이지만 그건 그대로 모든 나라의 모든 현대인의 삶에 대한 비판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일본이라는 사회는, 일본인이라는 종족은 참 많이도 우리와 닮아있다. 그대로 우리의 얘기인 것 같다.

그는 관습이니 규범이니 하는 집단적 가치에 쓸리지말고 자신의 사고로 자기만의 삶을 자유롭게 살 길 강권한다.

그가 개인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치는 듯 하면서도, 주인공은 개인의 자유를 허용치않고 자신의 수단으로 삼아 노예처럼 개인을 착취하는 권력의 주체자를 폭사시키며 함께 죽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맺으니, 그는 결국 나만의 자유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자유를 주장하는 셈이다.

좀 과격하긴 하지만(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맘껏 강한 발언을 하는 게 살짝 귀엽기도 하다. 누구든,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할 자유는 있으니까), 시니컬한 그의 인간 비판에 많이 공감하고, 그가 그리는 자연의, 숲의, 바다의, 계절의 아름다움에, 그 표현의 적절함에 공감한다.

 

 

 

'이 별이 한 번 회전하는 동안에도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일어나는 인생의 광휘가 있으며, 시작도 끝도 없는 윤회의 길을 걷는 목숨의 충실함이 있다'

 

'새로운 생은 모든 것을 포함하는 무를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살아라! 겁내지 마라!'

 

'인간은 신의 그림자가 아니다. 신이야말로 인간의 그림자'

 

'순간 순간을 사는 수많은 생명과 그 각각에 내재하는 이데아가 하나로 뒤섞여 내뿜는 긍정과 부정의 광휘'

 

'전통과 관습과 세상의 일반적 풍조와 타인의 의향에는 전혀 구애되지않고, 오로지 자기 내면의 소리를 따라, 그것을 기준으로 행동과 방향을 결정한다.'

 

'생명이란 것에 그 존재이유를 물어선 안된다.'

 

'아무튼 인간은 그렇다. 절대로 진리에 도달할 수 없는 부조리에 둘러싸여 살다가 뭐가 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죽어가는 게 인간이다. 즉 인간이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생물이다. 그들은 자신의 본체를 자궁 어디에다 두고 나와 세상에 머무는 동안 그것을 찾아내려고, 생각해내려고 발버둥치고 고뇌하며 마음 편할 날도없이 영원한 미성년자로 끝나고 만다'

 

'죽고 싶은 자가 죽는다는 것은, 살고 싶은 자가 사는 것 만큼이나 가치있는 일이다'

 

'이 세상 누구에게도 구속되지말고, 어디까지나 자유롭게 살고, 혼에 가중되는 부담을 가능한 한 경감시켜라. 그러면 다음 세상을 향애 무리없이 날개짓할 수 있으리..'

 

'죽음이란, 아무 것도 없는 어둠으로 삼켜지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이 있으니 이 세사이 아닌 세상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나선상으로 서서히 회전하면서, 존재의 형태를 끊임없이 바꾸면서, 항시 서로 다른 시공간을 천천히 헤쳐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들 생물이다.'

 

'살아있는 생물인 우리는 우리 자신의 것이며 다른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살아남기 위한 모든 우선권은 각자의 손에 쥐어져있다'

 

'목숨처럼 가벼운 것은 없다. 가벼운 목숨을 즐기며 살아라. 그러나 그 가벼움으로 타인에게 이용당해선 안된다.'

 

'그것은 그대이 생명이니, 그 취급을 결정하는 것은 그대가 아니면 안된다. 생명이 그대의 선택이 아니었으니, 최소한 죽음이나마 그대의 자유로 택하라'

 

'어제 타고 남은 것이라고는 여겨지지않을 만큼 발랄한 태양'

 

'사랑을 기다리는 듯한 표정의 만월'

 

'흐름의 의미를 물어서는 안된다. 무에 의미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존재에도 거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세상에 의미가 있는지를 타인에게 물어선 안된다. 그 대답은 그대 안에 잠들어 있으니'

 

 

199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