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스트랜드 저/박상미 역 | 한길사 | 원서 : Hopper
휴게실1927
호텔방1931
뉴욕의 밤1932
서클극장1939
파도1939
뉴욕극장1939
주유소1940
나이트호크-1942
계단1949
케이프코드의 아침1950
바다옆의 방1951
아침햇살1952
호텔의 창1956
웨스턴모텔1957
빈 방의빛1963
호퍼의 그림엔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끄는 데가 있다.
그의 그림을 딱히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한참을 들여다보며, 여긴 분명 뭐가 있는데 그게 뭘까? 하고 생각에 잠기게 되는 이유다.
결론은 '멈춰진 시간'.
그림은 그 시대 미국인의 일상을 표현하고 있지만 왠지 그 장면들은 그대로 멈춰져 굳어있는 것만 같다.
'시간의 정지'라기보다 '박제된 시간' 같다는 느낌.
인물들의 멍한 시선과 공허한 표정, 그들은 마치 오래 전 그들을 만들어 부리던 인간주인들이 다 멸종하고, 인간들이 사라진 후에도 입력된 정보대로 이제는 목적도 없이 이유도 없이 일상을 여전히 흉내내고 있는 AI들 같다는 느낌.
책은 마크 스트랜드라는 시인의 나름대로의 호퍼 그림 감상문이다.
그의 감상에 다 공감하는 건 아니지만, 그림에 대한 또다른 시각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게 만들어졌다. 호퍼의 원화를 본 적이 없어 그 색감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도판들의 색이 참 안적적이다.
이 책의 원본이 원래 흑백도판이었다니, 흑백그림으로 호퍼의 작품을 어떻게 제대로 나타내보이려 했다는 건지...
지금은 그의 그림이 센스있는 광고에 차용될 만큼 인지도가 생겼지만, 이 역자가 처음 번역본을 출간하고자 할 땐 책을 펴내겠다는 출판사조차 찾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우여곡절 끝에 책이 출간되고 그 영향인지 미국본이 재출간될 땐 컬러본으로 바뀌었다고.
그는 빛에 천착한 건지, 그 빛이 만드는 그림자에 천착한 건지.
삶에 천착한 건지, 삶의 공허함에 천착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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