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still breathing

바다가는길 2006. 3. 15. 23:56

감독·각본 제임스 F. 로빈슨. 촬영 존 토마스. 음악 폴 밀즈. 미술 데니스 피치니

Brendan Fraser, Joanna Going 주연.

 

이쁜 소품.

그 좀처럼 퇴색하지않는, 말하면 말할수록 할 말이 더 많아지는 인간사의 영원한 주제, 사랑.

사랑의 불변성을 회의하면서도 어쩌면 사람이 기댈 곳은 결국 사랑밖에 없다는듯한 영화.

이 즈음엔 멸종돼버린 것 같은 순수한 사랑이라는 게 아직도 존재하리라는 환상을 불어넣어주는 영화이다.       

이 이야기의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그는 실제로 그것을 믿을지.

영화 속 주인공 말처럼 너무나 믿고싶지만 믿어지지 않는 두 가지 일, 이 세상에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남자, 혹은 여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과, 그에게 내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여자, 혹은 남자일 거라는 것.

사랑을 믿지 못하게 된 여자에게 다시 사랑에 대한 믿음을 찾아준 남자는 운명의 여자와 행복한 해피엔딩을 이루지만, 속이 투명하게 비치는 초록물 위를 떠가는 두 주인공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의심 많은 나는 또 그들의 미래에 일말의 회의의 시선을 보낸다.

만일 영화 속 얘기가 계속된다면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하고.

영원히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을까, 아니면 혹시 그 닳을 대로 닳은 도시여자는 시골생활에 금방 지루함을 느끼고, 사랑을 믿는 그 순수한 시골남자는 허영기를 버리지 못하는 도시여자에게 실망하게 되지는 않았을까, 하고.

 

몇 몇 영화에서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했던 브랜든 프레이저가 운명적 사랑을 믿는 순수한 남자를 진지하고도 낭만적인 모습으로 표현했다.

도시여자와 시골남자의 스타일도 설득력이 있고, 각 주인공들이 사는 집의 인테리어라든가, 그들의 의상, 혹은 상황에 적절이 부응하는 음악, 서로 교차하는 사건, 스토리 연출들이 참 섬세하고 적당하다는 느낌. 일말의 회의에도 불구하고 물론 해피엔딩이어서 좋고...

 

 

감독·각본 제임스 F. 로빈슨 촬영 존 토마스 편집 숀 알버트슨 음악 폴 밀즈 미술 데니스 피치니

 

‘어딘가에 운명이 점지해준 나만의 연인이 있을거야.’ 열정에 들뜨는 젊은 시절 누구나 한번쯤 그려봄직한 아름다운 상상. 그러나 몇번의 만남 과 헤어짐을 거듭하고 나면 이같은 낭만적 공상은 “사랑은 상처만 남겨 주었어. 진실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아”라는 허무주의적 탄식으로 바뀐다 . 언제나 그렇듯 꿈은 결코 현실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니까.

그러나 <스틸 브리딩>의 주인공 플레쳐는 운명적인 만남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어이 운명의 여인을 찾아 나선다.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황당하고 어이없어 보이는 이야기. 그러나 <스틸 브리딩>은 코미디영화가 아니다. 아주 진지한 멜로 드라마. 삶과 사랑에 대한 냉소로 가득 차 돈 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던 영악한 여성이 사랑을 통해 인간과 삶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가는 여정을 차근차근 담아간 영화다.

플레쳐는 미국 텍사스주의 한적한 시골 샌 안토니오에서 인형극이나 트럼 펫 연주를 즐기며 여유롭게 살아가는 인물. 그의 집안은 대대로 꿈에 본 여인과 결혼하는 비상한 내력을 가지고 있다. 플레쳐는 어느날 섬광처럼 스친 한 여인의 영상과 꿈 속에서 ‘포모사’란 간판을 본다. 포모사가 대만의 옛 지명이란 것을 안 플레쳐는 자신이 찾는 여인이 대만 여성일 것이라고 생각해 대만행 티켓을 끊는다. 그러나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리 던 플레쳐의 눈에 포모사란 간판의 카페가 들어온다.

한편 남자를 유혹해 값비싼 그림을 사게 하는 등, 남자란 그저 먹고사는 데 필요한 존재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던 로즈는 텍사스에서 온 “돈 냄새 나는” 남자를 만나러 포모사에 온다. 두 사람의 만남은 플레쳐에게는 꿈 결 같은 것이지만 로즈에게는 돈벌이 이상이 아니었던 것. 로즈가 돈을 목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해 온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는 플레쳐는 로즈가 지나치게 도회적인 감성에 물들어 있다고 생각하고 그녀를 자신의 고향으 로 데려간다. 그리고 플레쳐는 로즈의 건조하고 팍팍한 일상을 깨우쳐 준 다.

<스틸 브리딩>이 건네는 잔잔한 감동은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이 아니 라, 바로 삶에 대한 따뜻한 통찰을 담아가는 이 부분에서 비롯된다. 삶과 타인에 대한 냉소를 방패막으로 삼아 살아가던 로즈는 하늘과 자연이 얼 마나 아름다운지, 사람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경험하게 해주는 플레쳐의 사랑에 힘입어 조금씩 삶의 온기를 회복해 간다. 도회적 욕망으로 들끓던 로즈가 플레쳐가 낮잠을 자던 느티나무 아래에 눕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 은 그래서 인상적이다. 제임스 F. 로빈슨 감독은 “진실한 사랑의 의미, 야망과 자기 배신, 그리고 인생의 두번째 기회에 대한 성찰을 통해 깊은 울림을 주는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고.

로빈슨 감독은 TV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찍어오다 장편 극영화 데뷔작인 <스틸 브리딩>에서 무난한 연출력으로 잔잔하고 깔끔한 사랑 이야기를 엮 어냈다. 다만 플레쳐의 직업을 모호하게 처리하는 등 디테일한 부분이 잘 살아나지 않는 것은 흠. 

이유란 기자

Copyright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28일
 

 

 

 

 

 

 

 

 

 

브랜든 프레이저의 홈페이지에 들렀다가 그가 찍은 사진들을 보게 됐다. 마음에 든 사진들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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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brendanfraser.com/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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