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동강 1. 영월 동강, 절매 밤이면 동강에선 어둠이 차올라 산이 된다. 아직 잠들기 싫은 영혼들은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된다. 이따금 지친 영혼이 하얀 날개를 끌고 점프, 어둠에 몸을 감추기도 한다. 칠흑같은 밤, 해 저물어 다물어진 꽃봉오리 같은 어둠에 둘러싸여 천천히 젓는 노에 철렁거리는 느린 물소리.. 떠남, 그리고 기억함 2006.03.28
화순 운주사, 쌍봉사 화순 땅, 지세가 이상하다. 남도하면 떠올리게 되는, 비옥해보이는 너른 들, 동그마니 누워있는 순한 산등성이들, 바라보노라면 저절로 마음 편안하고 넉넉해지는그런 풍경이 아니라 이상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난삽하게 헝크러져 있다. 산들은 울뚝불뚝, 울퉁불퉁하니 무언가 그 땅거죽 밑으로 .. 떠남, 그리고 기억함 2006.03.28
해금강 외도. 밤길을 달려가 찾아간 거제도. 서서히 걷히는 밤의 휘장 뒤로 내가 처음 본 것은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길게 기지개를 켜며 산허리에 낮게 걸려있던 하얀 구름. 하도 낮게 걸려있어 마치 밤이면 사람의 집에 내려와 잠을 자고, 아침이면 일어나 그 집을 나서 하늘로 올라가 본연의 임무를 다 하는 것.. 떠남, 그리고 기억함 2006.03.28
정동진에서 갈남포구까지 정동진. 만나기를 고대하던 곳. 왠지 정이 가던 이름, 그 느낌 그대로 바다가 다정하다. 포근하고 순하고 따뜻하다. 하늘은 구름이 덮여 흐린데도 그 구름 밑 바다는 왠지 환하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들조차도 바다를 더럽히거나 방해하지 못한다. 그 무엇에 의해서도 다치지 않는 아름.. 떠남, 그리고 기억함 2006.03.28
지리산 바래봉 여행의 테마는 바래봉 철쭉. 하지만 꽃을 보고 싶었던 건 아냐. 내가 만나고 싶었던 건 산. 거기 산이 있었지. 졸린 머리를 차창에 부딪치며 밤길을 달려간 거기, 아직 해도 뜨기 전, 아직 안개도 걷히기 전, 열두겹 치마처럼 켜켜히 겹쳐져 부염히 내 앞에 드러나 있는 5월의 산등성이들. 정령치고개에.. 떠남, 그리고 기억함 2006.03.28
태백선 기차여행 태백선 열차를 탔다. 태백이니, 사북이니, 추전, 고한, 자미원, 그런 이름의 역들. 태백선 열차가 지나는 그곳들, 겨울이어서 눈이라도 덮여있었으면 모를까, 눈도 없고, 나무들은 아직 휑하니 속이 다 들여다 보이는 지금은 그저 남루했다. 자연이야 언제, 어느 때건, 어떤 모습이건 늘 그런대로 나름의.. 떠남, 그리고 기억함 2006.03.28
담양의 정자들과 송광사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나의 새들이 날고 있는 7월의 남녘, 푸른 들판의 초록이 눈부시다. 초록에 지쳐 단풍들 정도의 초록이 아니고, 딱딱하게 굳어 권태로운 초록이 아니고, 한창 물 오른, 생기 생명감으로 촉촉한 초록. 그 초록 논을 배경으로 길 가에 서 있는 배롱나무들이 이제 막 꽃을 피우고 있다... 떠남, 그리고 기억함 2006.03.28
지난 어느 해 미국여행기. 2.10 '식탁을 털고 나부끼는 머리를 하고' 로스엔젤레스, 천사의 땅으로... 'instead of aquiring informations, she began to be happy...' -a room with a view- 궁형으로 휘어진, 동체각이 완만한 작은 창들이 줄이어 있고 양탄자가 깔린 바닥 위에 빈틈없이 좌석들이 들어서있다. 멀리 앞 면 영사막에선 소리 없이 영화가 상.. 떠남, 그리고 기억함 2006.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