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간직하고 싶은 이야기 46

프랑시스 케레-프리츠커상 43년 만에 첫 흑인 수상자

2014년 케레가 고국 부르키나파소에 지은 ‘외과 클리닉 및 보건 센터’. 커다란 패널 지붕을 겹쳐 얹어 햇빛을 차단하고 빗물을 모으기 쉽게 했다. /@프랑시스 케레 변변한 건물 하나 없는 오지(奧地)에서 자란 건축가가 세계 건축계 정상에 올랐다. 미국 하얏트재단은 15일(현지 시각)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출신 건축가 디에베도 프랑시스 케레(57)를 2022년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프리츠커상은 1979년 프리츠커 가문이 하얏트재단을 통해 제정한 건축상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43년 만에 첫 흑인 수상자가 탄생했다. 백인, 남성 중심 문화가 여전히 공고한 건축계에선 파격적 수상이다. 프리츠커상을 받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자신의 베를린 사무실에 있는 프랑시스 케레./AFP 연합뉴스 ..

명륜동 ‘고석공간’

건축가 김수근의 누이이자 화가 박고석의 아내인 김순자 여사가 생전 서울 명륜동 '고석공간' 2층에 앉은 모습. ‘ㄱ’ 자로 꺾인 커다란 격자 문에서 엄정한 디자인을 강조한 김수근의 건축 철학이 느껴진다. 김수근은 누이와 매형을 위해 보통 집 30채에 들어가는 분량의 미송을 아낌없이 써서 문틀과 가구 등을 만들었다. /사진가 박기호 서울 명륜동 주택가 언덕배기, 검붉은 벽돌에 검은 목재를 두른 범상치 않은 집 한 채가 있다. ‘古石空間(고석공간)’이란 네 글자를 크게 새긴 문패 아래 한 줄 설명이 붙어 있다. ‘1983년 11월 김수근 설계 작품’. 80평 남짓한 대지에 둥지 튼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벽돌집은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누이 김순자(궁중 의상 디자이너·1928~2021) 여사..

풀에게

풀에게 시멘트 계단 틈새에 풀 한 포기 자라고 있다 영양실조의 작은 풀대엔 그러나 고운 목숨 하나 맺혀 살랑거린다 비좁은 어둠 속으로 간신히 뿌리를 뻗어 연약한 몸 지탱하고 세우는데 가끔 무심한 구두 끝이 밟고 지날 때마다 풀대는 한 번씩 소스라쳐 몸져눕는다 발소리는 왔다가 황급히 사라지는데 시멘트 바닥을 짚고서 일어서면서 그 뒷모습을 본다 그리 짧지 않은 하루해가 저물면 저 멀리에서 날아오는 별빛을 받아 숨결을 고르고 때로는 촉촉이 묻어오는 이슬에 몸을 씻는다 그 생애가 길지는 않을 테지만 그러나 고운 목숨 하나 말없이 살랑거린다 문효치(1943~)

천재 해커 출신 대만 디지털 장관 "내 일은 국민 목소리를 듣는 것"

날고 긴다는 MIT 미디어랩에도 전설처럼 전해 오는 뼈아픈 실패담이 있다. 3년 전 연수 때 여러 차례 들은 '모든 어린이에게 컴퓨터 한 대씩'이란 프로젝트다. 미디어랩을 세운 니컬러스 네그로폰테가 주도해 2005년 시작했다가 2014년에 사실상 접었다. 발상은 그럴싸했다. '저개발국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보급해 디지털 인재로 자라게 하자.' 실패했다. 저개발국 아이들은 컴퓨터에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가르쳐줄 선생님도 없었다. 알렉시스 호프 미디어랩 연구원의 얘기다. "사용자 의견을 미리 들었어야 했다. 이들은 컴퓨터보다 식수·백신을 원했다. '컴퓨터가 너희를 구원하리라'는 발상은 배부른 미국인들의 허세일 뿐이었다." 얼마 전 인터뷰한 대만의 오드리 탕 디지털 장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천재 해..

요요적적

산집의 고요한 밤 앉은 채 말 없으니, (山堂靜夜坐無言) 적막하고 쓸쓸함이 본래의 자연일세. (寂寂寥寥本自然) 무슨 일로 갈바람은 숲과 들판 흔들고, (何故西風動林野) 한 소리 찬 기러기 긴 하늘에 우짖는고. (聲寒雁唳長天) -야보도천 산마루 위 흰 구름 풀렸다 되말리고, (嶺上白雲舒複卷) 하늘가 흰 달은 갔다간 다시 오네. (天邊皓月去還來) 고개 숙여 띠집 처마 아래로 들어와선, (低頭卻入茅簷下) 나도 몰래 깔깔깔 몇 번을 웃었던고. (不覺呵呵笑幾回) -백운수단 세상이 소란하다. 그래서 아마 이런 시가 마음에 와닿았겠지. 마음 시끄러울 때 시 속으로 들어가 그 호젓함에 너무 좋아 나도 깔깔 몰래 웃고자. 원기사는... 손 가는 대로 뽑아 든 책이 이태준의 '무서록'이다. 펼치던 손길이 '고독'에 가서 ..

서울대 의대 코로나19 웨비나, 대만 성공사례 발표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대만의 승리 비결을 소개하는 서울대 의대(학장 신찬수) 주최의 웨비나가 오늘(7일) 오후 4시(한국시간)열린다. 대만 중앙 연구소 학술 위원(대만 전 부통령)인 진건인(陳建仁, Chen Chien-Jen) 박사가 특강을 한다. 그 내용을 요약해 미리 소개한다. 행사를 주관하는 예방의학 강대희 교수팀이 전해준 내용이다. 8월 6일까지 전세계적으로 1877만 7706 건의 코로나-19 확진 사례와 70만 7147 건(3.8%)의 사망이 발생했다. 한국에서 1만 4456 건의 확진 사례와 302건(2.1%)의 사망, 대만에서 476건의 확진 사례와 7건(1.5%)의 사망 사례가 발생했다. 코로나-19 발생률과 사망률(10만명 당)은 전세계적으로 245.1과 27.9, 한국은 9.2와 0..

1000억 땅에 세한도까지… 代를 이은 기증

[오늘의 세상] 아무 조건없이 내놓다… 개성 갑부집안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최고 걸작인 국보 제180호 '세한도(歲寒圖)'가 국민의 품으로 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91)씨가 대를 이어 소중히 간직해온 '세한도'를 아무 조건 없이 기증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19일 밝혔다. 배기동 관장은 "손 선생이 컬렉션 304점을 지난 2018년 전부 기증하면서 마지막까지 고심하다가 '세한도' 한 점만은 아직 안 되겠다 했던 건데 지난 늦봄 아주 큰 결심을 해주셨다"며 "평생 자식보다 더 귀하게 아낀 작품"이라고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국보 제180호 '세한도'. 집 한 채를 중심으로 좌우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대칭을 이룬 간결한 그림이지만, 유배의 시련..

아일랜드인에게 김치를 판다, 서른 살 김건무 7년 도전기

부엌칼 한 번 쥐어본 적 없었다. 유학을 다녀오지도, 영어 능통자도 아니었다. 그저 ‘진짜 내 모습을 찾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군 제대 후 다니던 지방대 토목공학과를 뒤로하고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아는 거라곤 ‘기네스(흑맥주)’가 전부였지만 그러한 낯섦에 끌려 아일랜드를 ..

손봉호-예수님은 철저히 가난했는데 … 요즘 교회는 돈을 섬기나

그는 원래 신학도가 아니었다. 영문학도였다. 꿈도 영어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다 군대에 갔다. 경비중대의 군수물자를 지키는 부대였다. “그때가 1961년이었다. 군대에 갔더니 썩어도 너무 썩었더라. 중대장부터 이등병까지 모두가 군수물자를 빼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