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숭배-황지우 나무 숭배 황지우 벌판의 나무 한 그루, 빛으로 부은 범종을 허공 중에 달아두었다 할까 내 손이 카메라 백을 더듬자 공기의 막을 찢으며 작은 새들이 파드득 맨 윗가지에서 일제히 날아오른다 잠시 후 깃털들이 떨어지는 물 웅덩이, 천공을 받치고 있던 기둥이 함께 흔들리고 봄비 그친 직후, 찬 기포.. 책 2006.02.01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다-장옥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다 장옥관 문득 내가 그 산에 들어섰을 때 비릿한 물비린내 속 여름 굴참나무들 번쩍이는 은갈치를 담고 있었다 후득이며 떨어지는 빗방울 억수 속에서 산은 점점 물이 차올라 어머니의 바다 내 아가미로 들락거리던 깨꽃같은 별 똥별 자꾸 등줄기를 간질이던 불가사리, .. 책 2006.01.31
줄탁-이 정로 줄탁 이정로 어미의 부리가 닿는 곳마다 별이 뜬다 한 번에 깨지는 알 껍질이 있겠는가 밤하늘에 나를 꺼내려는 어미의 빗나간 부리질이 있다 반짝, 먼나라의 별빛이 젖은 내눈을 친다 책 2006.01.31
밀잠자리-송수권 밀잠자리 송수권 어찌나 이쁘던지요 이른 아침 논둑길을 걷다가 볏잎 뒤에 붙은 푸시시 막 잠 깨는 밀잠자리 한 마리 어느 날 내 영혼도 저렇게 가벼울수만 있다면 젖은 이슬 털어 말릴수만 있다면 어찌나 이쁘든지요 그 견인의 시간 다 지나고 신생의 아침 투명한 햇살에 날아오르는 아른아른한 빈 .. 책 2006.01.31
기쁜 자귀나무-정영목 기쁜 자귀나무 정영목 빗방울이 자귀나무 푸른 잎사귀를 스친다 빗방울이 빗방울이 자귀나무 자귀나무 붉은 꽃잎에 안긴다 고요히 부풀어 오르는 빗방울. 작고 가뭇없는 떨림이 온 우주를 호흡한다 영롱하다, 네 안에 비어있는 사랑. 책 2006.01.31
천 년 동안에- 마루야마 겐지 마루야마 겐지 저/김난주 역 | 문학동네 | 천 년을 산 나무의 입을 빌어 말하는 인간 비판. 자아비판. 좁게는 자신의 나라 일본 민중과 일본 사회, 일본의 야심에 대한 비판이지만 그건 그대로 모든 나라의 모든 현대인의 삶에 대한 비판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일본이라는 사회는, 일본인이.. 책 2006.01.31
하늘빛 사람들-르 클레지오 하늘빛 사람들 | 원제 Gens des nuages J.M.G. 르 클레지오 (지은이), 이세욱 (옮긴이), 브뤼노 바르베 (사진) | 문학동네 원제는 '구름의 부족' 르 클레지오의 사하라 사막 여행기. Bruno Barbey의 사진. '자기들의 자유를 완벽히 누리며 사는 삶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사람들의 고장을 찾아나섰던 기행문. 르 클레.. 책 2006.01.31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장석남 시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 창비시선 204 장석남 (지은이) | 창비(창작과비평사) 아, 이 이쁜 녀석, 앙증맞은 녀석, 안쓰러운 녀석. 뒷통수 잡고 한바탕 볼이라도 한 번 부벼주고 싶다. 길 바위 위에 팥배나무 하얀 꽃잎들이 앉아있습니다. 바위 속이 훤히 들여다 보입니다 팥배나무와 바위 사이 꽃잎들.. 책 2006.01.31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이성선 시집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 세계사시인선 104 이성선 (지은이) | 세계사 무슨 말을 할까. 가만히, 천천히, 그의 시를 읽는 수 밖에... 새벽 오경의 하늘 속에서 산이 천천히 문을 열고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닭이 울었다 닭울음은 마을 너머 동트는 곳보다 먼 곳에서 들려왔다 나의 호흡 나의 생명은 내 .. 책 2006.01.31
깨달음으로 가는 길-자비수관 깨달음으로 가는 길 지운스님 (엮은이) | 법공양 한 구절, 한 문장도 버릴 글이 없다. 내 앞에 성찬이 차려졌으나, 젓가락, 숟가락을 들어 그 음식들을 먹어 내 피와 살로 만드는 건 내 몫이다. 책에도 나름의 어떤 기운이 있다는 얘기를 예전에 들은 적이 있는데, 읽는 동안 왠지 마음뿐 아니라 육체적으.. 책 2006.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