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도시소설가, 농부과학자를 만나다 김탁환 저 | 해냄 | 2020년 08월 "잘 잤어? 컨디션은 어때? 뿌리 내리기 좋으라고 2센티미터 정도만 남기고 물을 다 빼두긴 했지. 아직 여기가 낯설지? 모판에서 자랄 때와는 많이 다를 거야. 278종의 친구들과 함께 가을까지 무럭무럭 자라야 해. 다 같은 논 사람이지만, 좋아하는 바람도, 햇볕도, 벌레소리도, 물의 온도도 제각각이라서 불편한 점도 있을 거야. 너희랑 이 논에서 지내는 동안 내 원칙은 간단해. 편애하지 않을게. 골고루 살피고 돌볼게. 너희가 자라고 열매 맺을 때까지, 내가 끼어드는 일은 거의 없을 거야. 전체가 생명의 위협을 받을 때를 제외하곤 말이지. 극심한 가뭄이 든다거나 큰바람이 불어 목숨이 위태로울 땐 너희를 구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