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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눈-장석남

[도서] 젖은 눈 장석남 | 솔 그믐 나를 만나면 자주젖은 눈이 되곤 하던네 새벽녘 댓돌 앞에 밤새 마당을 굴리고 있는가랑잎 소리로써머물러 보다가말갛게 사라지는그믐달처럼 인연 어디서 봤더라어디서 봤더라오 그래,네 젖은 눈 속 저 멀리언덕도 넘어서달빛들이조심 조심 하관하듯 손아귀를 풀어내려놓은그 길가에서오 그래, 거기에서 파꽃이 피듯파꽃이 피듯. 무인도를 지나며 사랑의 최종점,사랑의 열락, 꽃봉이, 타오름, 에사람이 살지 않듯아무도 없으나그러나 저사랑의 아슬아슬한 자세! 이 세상 모든그리움이 새파란물이 되어옹립하는 사랑의 변주 초생달에서 어스름 막 지난 때노란 불을 하나 켜서 맞는마지막 저물어가는 하늘빛 속으로오너라아픈 사람의 이마를 짚는 손길처럼떡살에 머무는 흰 빛처럼 오늘 하루마음에 가장 오래 머문 일..

2006.03.04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남진우

새 새는 그 내부가 투명한 빛으로 가득 차 있다 마치 물거품처럼, 부서짐으로써 스스로의 나타남을 증거하는 새는 한없이 깊고 고요한, 지저귐이 샘솟는 연못과 같다. 그 저녁 나라로 물거품 속에서 태어나 빛과 바람과 사귀며 나는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푸른 잎사귀 따라 춤추며 서늘한 그늘 속에 스며들었다 풀려나오며 내 투명한 손은 지금 막 피어나는 꽃봉오릴 붙잡는다 내 입맞춤에 떠는 물결 위로 달빛이 흐르고 그 위로 내 가벼운 옷자락도 떠 흐른다 아무도 찾지 않는데 나는 아름답고 내 아름다움으로 풀밭은 푸르게 물든다 새들의 둥지마다 찰랑거리는 별빛 유리 같은 잎사귀들 은밀히 아주 은밀히 물 위에 드리워진 나무그림자를 밟고서 나는 거닌다 작은 새 한 마리 날아와 내 어깨 위에 앉아 지저귀는 이 저녁 나는 부..

2006.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