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이 마주친 것들 43

오늘의 풍경-첫눈

첫눈으로서는 20년만의 큰 눈이라는 눈이 왔다.불면에 시달리던 중, 왠지 잠을 좀 잘 잤네 하며 일어났더니 창 밖에 펑펑 눈이 내리고, 내린 눈이 이미 세상을 하얗게 덮고 있었다. 밤새 펄펄 내리며 내게 잠을 가져다주었나보다.아파트 현관문을 나서다 말고, 와!... 하얀 세상에 넋을 잃는다. 눈은 사박사박 내리며 온갖 소음을 지운다. 유난히 고요한 세상. 너무나 아름다운 적요. 아이들은 하얀 세상속에서 눈장난에 열중하며 까르르 까르르, 눈덩이에 맞고 앙, 울다가도 금새 다시 까르르, 어린이집에서 소풍나온 아가들은 그 앙증맞은 발로 너무나 신기한 눈을 자꾸 자꾸 꼭꼭 밟아보고...티없는 저들의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첫 눈

첫 눈이 왔다. 다른 곳에 이미 첫 눈이 왔다지만 내게는 오늘이 첫 눈. 이유가 있어 기분이 나쁘고, 이유없이도 기분이 나쁜 나날들. 오늘 아침은 왠지 기분이 괜찮네... 하며 커튼을 열었더니 창 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내 몸이 무의식적으로 느껴낸 눈. 아침 길을 나서니, 이미 새하얘진 세상, 폭신 폭신 발 밑으로 느껴지는 눈의 감촉, 받쳐든 우산 위로 싸르락 싸르락 눈 내리는 소리, 세상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버스정류장에 앉아 일없이 버스를 한 대, 두 대를 그냥 보내며 허공을 가득 채운 눈, 한 송이 한 송이 내리면서 그 한 송이 한 송이씩 만큼의 공간을 중첩시키며 무한히 확장하는 눈세상을 한참 바라보았다. 종일 내릴 듯하던 눈은 금새 그치고 그다지 춥지않은 날씨에 그..

퀘이사2

사라진 줄 알았던 그 별. 지구의 공전때문인가? 뜨는 시간이 바뀌었다. 어느 날, 어둠이 채 가시지않은 새벽, 문득 커튼을 열었더니 거기, 처음 봤을 때의 형형함은 아니지만 여전히 홀로 밝은 별 하나가 있었다. 어? 너! 그게 퀘이사인지, 새벽에도 밝은 금성인지, 어떤 별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반가워. 적어도 별을 마주하는 동안 내 시야는 별이 있는 저기 높은 곳까지 열리고, 거길 넘어 그 빛이 출발했을 먼 먼 우주 너머를 상상한다. 한없이 작고 보잘것 없는 주제에 우주라는 거대함을 상상하고 탐험하고 인식할 수 있는 '인간'임이 모처럼 고마운 순간.

퀘이사

---퀘이사( Quasar, Quasi-stellar Object, QSO, 준항성체)는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집어삼키는 에너지에 의해 형성되는 거대 발광체이다. 퀘이사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10억 배나 되는 매우 무거운 블랙홀이 자리잡고 있고 그 주위에는 원반이 둘러싸고 있으며 그 원반의 물질은 회전하면서 블랙홀로 떨어지고 있고 이때 물질의 중력 에너지가 빛 에너지로 바뀌면서 거대한 양의 빛이 나온다. 퀘이사는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천체로, 강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활동은하이다. 수십억 광년 떨어져 있는데도 마치 별처럼 밝게 보이는 은하이다. 블랙홀 이론으로 퀘이사의 수수께끼를 풀어냈고 20세기 최고의 지식 중 하나로 일컬어진다. 발견 당시에 은하처럼 넓게 퍼져 보이는 천체가 ..

시간을 벗어나..

그게 무슨 나무인지 모르겠네.. 전시회장을 나와 아직 날 환한 김에 커피 한 잔 사들고 아지트로 향하는 길, 아스팔트 길을 오르다보니 바닥에 난분분히 꽃잎들이 떨어져있다. 위를 올려다보니 장하게 잘 큰 나무에 송이 송이 하얀 꽃다발들이 달려있고 거기서 바람 불 때마다 꽃잎들이 포르르 날아오고 있었는데... 이건 송이째 떨어져버렸네. 왜? 떨어진지 좀 됐는지 무엇엔가 밟혀 납작해진 모습. 간혹 누렇게 시들고 간혹 아직 발그레 생의 기운이 남아있기도 하고... 누러면 누런대로 생기를 지녔으면 지닌대로, 누워있는 너는 참 무심하다.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시간을 벗어나고 있는 너를, 바라보는 사람은 무심치 못해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기네.